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 대통령은 헌법에서 정하는 취임선서를 한 뒤 엄중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시작하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선서 뒤 국회의원직을 시작한다. 선서의 사전적 정의는 ‘공직자나 공적 기능의 수행자가 법령을 준수하고 그 직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맹세하는 일’이라 돼 있다. 대통령(헌법 69조)과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공무원(국가공무원법 55조)도 직무를 시작할 때 선서를 한다. 정치 영역에서는 물론이고 법정에서도 허위진술을 하지 않을 것을 선서한다. 진실만을 말하고 진정성을 갖고 직무에 임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선서. 그 많은 선서 중 오늘은 정치인의 선서만을 말하고자 한다.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하도록 규정했다. 대통령 선서와 몇 마디만 다를 뿐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총선거 뒤 최초의 집회(개원 국회)에서 개원식을 할 때 선서를 하면서 국회의원의 임기를 시작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17대 국회의원으로 임기를 시작하며 이 선서를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할 때 정말 마음이 설레었다. 이 선서는 새내기 의사가 되면서 하던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엄숙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의업의 명예에 관한 선서였다면, 국회의원 선서는 국민 전체를 위한 엄중한 선서다. 공익과 공동선을 위한 일을 하도록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일이므로 국회의원직 수행이 얼마나 책임이 크고 엄숙한 일인지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선서이다. 다음 주에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하겠지만, 한 환자(생명)를 대하는 의사들의 태도는 엄중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파급 효과로 보자면 4800만 전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국가의 이익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정치인, 국회의원의 책임과 사명은 더할 수 없이 막중하다. 일찍이 중국 신해혁명의 주역이자 중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손문, 孫文) 선생의 말씀을 인용해 보자. 삼민주의를 주창한 의사 출신 철학가이자 훌륭한 정치가인 쑨원 선생은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이라 말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와 사회를 치료하는 정치의 관계를 한마디로 요약하는 말이어서, 필자가 의대 1학년 때부터 좌우명으로 삼은 말이다.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더 나은 의사는 사람을 고치지만, 진정으로 큰 의사는 국가, 나라를 고친다’는 뜻이다. 손문 선생님 본인이 의사이자 철학가, 정치가였으므로 이 말의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특히 정치인이 된 후 필자는 이 말을 되새기며 모든 판단과 결정의 지침으로 삼고 행동했다. 정치가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사의 직분과 분명 통할 것이다. 아니 더 중한 사명이다. 전 국민의 삶이 달려 있으므로…. 국회에 가서 또 하나의 깨달음이 있었다. 한 환자를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는 의사 선생님들 모두가 ‘대의(大醫)’이기도 하다. ‘소의’는 치병만을 하고 ‘중의’는 치인까지 하며 ‘대의’는 환자와 가족의 행복을 통해 결국은 국가와 사회를 치유하는 일임을 또한 크게 깨우쳤다. 결국 정치인들은 의무와 책임을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아 대의의 소명을 해야 하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선택받은 사람들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정부의 공무원 특히 고위직 공무원도 그 맥락을 함께 한다. 그리하여 더욱 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서에는 막중한 의미와 책임이 따른다. 마음에 이 점을 새기며 다음 주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일을 맡고 있는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함께 살펴보며 다시 한 번 국회의원 선서, 대통령의 선서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