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 국회의원이 되고서야 생전 처음으로 국회의사당에 들어서며 입법부에서의 삶이 시작됐다. 공적인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염원에 공무원이 되고 싶어 나이 든 줄도 모르고 고시원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 시절부터 여의도에 살았으면서도 10분 도보 거리에 위치한 입법부, 국회의사당에 갈 생각은 꿈에도 한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무관심은 정도가 심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국회에 가고 나서야 절실히 알게 됐다. 국회의원은 입법부를 구성하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관심이 국회를 키운다, 국회의원 자질 양성은 실상 국민의 몫이다. 지혜롭고 날카로운 눈으로 양질의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실상 사랑의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시작된다. 4800만 국민의 모든 생활 전반에 침투해 엄청난 영향을 주는 정치를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국가에 대한 사랑, 정치에 대한 사랑으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고취시키는 좋은 국회의원을 양성해야 한다. 선출의 의무와 권리는 국민 몫이다. 한 사람의 방임은 결국 국민 전체에게 돌아간다. “무슨 일이든 정성을 다해 잘하자. 이 세상 하직하는 날까지 창조적으로 살자”는 나의 어려서부터의 삶의 태도가 국회에서는 국회 방식이어야 했다. 고백하건대, 일찍이 “불가능이 뭔지 몰랐기 때문에 그것을 할 수 있었다”는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말은 필자의 입법부에서의 생활에도 적용된다. 입법부 국회의 존재의 이유는 두 가지다. 입법과 예결산 심의, 법과 나랏돈의 운용 감시다. 그중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국회에 예산권이 있지 않으므로 주 기능은 입법이다. 법을 잘 만드는 일! 국회의원이 되며 이를 몸으로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과 일을 함께 하면서 일명 ‘안전마개법, 안전포장법’을 준비하던 시기에 국회에 가게 된 터이라 국회가 시작되고 바로 법안 발의를 했다. 미국에서는 1970년 중독방지포장법의 제정을 통해 중독다발 의약품과 유해물질이 함유된 화학제품의 용기에 안전캡(Safety Closure)을 의무화함으로써 어린이 중독 사고를 1/6로 감소시킨 바 있어 우리나라에 이 제도 도입을 꼭 추진하고 싶었다. 그 당시, 의약품 또는 가정용 화학제품 등에 의한 중독사고로 5세 미만 영유아들이 병원을 찾는 건수는 연 평균 8300여건에 달했지만 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어린이 5대 사망 원인의 하나인 중독 사고를 예방하는 일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같은 회사 제품도 미국 판매 제품은 안전용기, 한국에 시판되는 제품은 일반 용기로 나오는 실상을 실제 제품들이 들은 가방을 들고 가서 동료 의원님들께 보여드리며 제안 설명을 했다. 안전포장을 하려면 산업체의 부담이 커진다며 검토 보고서조차 반대의견을 낸 터이라 절대 통과할 것 같지 않다는 보좌관들의 우려와는 달리 관계 위원회의 모든 의원님들이 동의해 주셨다. 사람을 중시하는, 어린이를 중시하는 국회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안전마개로 전환하는 데 원가가 54원이 더 든다고 어느 엄마가 어린이의 중독을 그대로 방치하겠는가! 다른 나라는 이미 중독 예방이 입증되었고 다들 하고 있는데…. 그 이후 절실히 깨닫게 됐다. 입법이 되면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행정부에 “왜 그리 하냐”고 질책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한 힘을 발휘한다. 생명을 살리는 소위 ‘안전마개법’이 놀라운 속도로 2개월여에 걸쳐 본회의 통과까지 되는 상황을 보며 나는 국회의원의 존재이유에 감동했다. 그리고 입법 활동은 나의 의정활동의 최상위 우선순위가 됐다. 국회의원은 온 정성을 들인 사려 깊고 세심한 입법 활동을 통해 말한다. 국민 일상생활의 발전을 위한 진지한 입법 활동은 사랑의 정치의 중심활동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법률안에 충실히 담아 심혈을 기울인 입법 활동은 결론적으로 1948년 국회 개원 이래 4년 국회의원 임기 동안 법안 발의 1위, 법안 통과 1위를 기록하게 했다. 야당의원으로서 17대 1호 의안인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 특위 구성 결의안’을 필두로 창조적인 의안 법안 143건의 법안을 발의했고, 이중 52건이 통과됐다. 국민이 주신 영광이었다. 기적과 같은 환희의 순간들과 손에 땀나는 팽팽한 긴장감의 순간들은 아직도 긴 여운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