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 CNB저널 편집국장 겸 정치전문대기자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 3년 만에 한나라당의 끊임없는 제동으로 철회됐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9월 7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세법개정안을 논의한 결과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던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법인세와 관련해 당정은 중간세율 구간을 새로 만드는 것에는 합의했으나 범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앞으로 조율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중간세율 구간을 2억~100억원 이하로 설정해 중소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정부는 2억~500억원 이하로 정해 중견기업까지 세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정은 중간세율 구간에 대한 세율은 애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22%에서 20%로 낮추며 최고구간 세율은 22%에서 20%로 내리는 것을 철회하기로 했다. 소득세도 과세표준 8천800만원 초과분은 내년부터 35%에서 33%로 인하될 예정이었으나 당정은 35%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정부는 ‘부자감세’라는 거센 비판에도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한 법안을 밀어붙인 지 3년 만에 감세정책을 포기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는 시장과 자율을 중시하는 MB정부의 상징적 정책으로서 정부정책의 일관성 및 대외신뢰도 유지를 고려할 때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거듭 강조했으나 결국 소신을 꺾은 셈이다. 하지만 정부도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막대한 재정지출로 재정건전성이 급격하게 나빠진 가운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균형재정 목표를 1년 앞당기겠다고 밝혀 여당의 감세철회 요구는 ‘불감청 고소원’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는 그동안 “감세정책은 근로·투자의욕과 기업가정신 고취, 소비 여력 증가를 통해 경제성장을 유도하며 중장기적으로 세입 증대와 재정 건전성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논리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했지만 최근 재정여건은 중장기 효과를 기다리기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의 추가 감세 철회로 세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안대로 통과되면 세수 효과는 2013년까지 3조5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7천300억원 전망치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정부안의 1조9천억원 증가 효과보다도 1조6천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가 2013년에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해 투자의욕이 꺾일 수 있다. 감세는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확대로 이어져 세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물론 지난 3년간 감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경제성장에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감세 철회에 이어 임시투자세액공제도 폐지될 예정이다. 연간 임시투자세액공제에 따른 세제지원 규모만 2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이 제도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재계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세 부담 증가는 투자 여력을 축소하고 투자 의욕을 꺾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투자가 냉각되는 일이 없도록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