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해야 하는데 글 올리면 반격 글만 쏟아지고…” “앞으로 SNS 활동을 잘 하고 있는지 당무 감사에 포함시키겠다.” 지난 9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정권 사무총장은 “SNS의 영향은 모두들 잘 알 것”이라며 “더 이상 미룰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준비하고 소통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SNS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인해 한나라당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SNS가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면서 결국 ‘반강제적 실시’라는 초강수까지 택했다. 사실 당내에서 SNS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나라당은 트위터 모임인 ‘트위터 한나라’를 창당, ‘T·O·P(Together, Open, Peopl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소통 강화를 다짐했다. ‘트위터 한나라’ 창당했지만… 결과는 당시 원희룡 사무총장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겸허한 마음으로 듣는 장이 되겠다”며 당직자들에게 트위터 활동을 열심히 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창당은 했지만 가입 의원이 많지 않고 초창기에 잠시 하는 듯하다가 손을 놓은 의원들도 있다.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놓기만 했을 뿐 정작 어떻게 하는지를 몰라 방치한 의원들도 있다. 지난 8월 24일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도 SNS의 활용도가 강조됐지만 10.26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SNS 활동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총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중앙당이 실시하는 당무감사에는 SNS 소통과 관련해 콘텐츠는 적합한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지 등을 포함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당내 불만도 만만치 않다. 한 여권 관계자는 “트위터에 글만 많이 올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지난 14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은 근본 처방이 아니다”며 “모든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실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자니 겁나고… 안하자니 걱정되고 선거 때마다 SNS는 위력을 발휘해 왔다. 때문에 한나라당 안에서는 SNS를 통해 정책홍보, 국민소통 등을 열심히 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도 할 말이 있다. “트위터를 하기 싫은 것이 아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10개 중 8개는 비난성 글로 돌아온다”며 항변하는 의원들도 있다. 실제 트위터 상에서 의견을 잘못 올렸다가 ‘융단폭격’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홍준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아방궁 발언을 문제 삼은 수많은 트위터리안(트위터를 하는 사람들)으로부터 사과를 요구받았다. 서울시장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선거운동 중 트위터 ‘알바’ 논란에 휩싸이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디지털정당위원장인 진성호 의원은 소설가 이외수 씨와 치킨 체인점의 광고 문제로 논쟁을 벌이다 트위터리안이 집단으로 진 의원의 트위터를 차단하면서 계정이 정지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된 글을 올렸다가 트위터리안의 집중 공격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트위터 하기를 꺼린다. 이에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SNS를 통해 테러에 준하는 집단적인 공격과 비방 글들이 올라온다”며 “어려움이 있다 해도 굴하지 말고 소신에 따른 정치적 행보를 하라. 많은 말 없는 국민들의 지지가 있다”고 격려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했다가 여론에 밀려 철회도 지난 9일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망중립성 확보’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SNS 차단법’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하루 만에 철회됐다. 문제된 부분은 ‘불법적인 통신 등 특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합리적인 통신망 관리를 위해 인터넷 접속 역무 제공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 이 부분을 인용한 한 언론은 정부여당이 스마트폰을 통한 SNS 접속을 원천차단하려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장 의원은 “법안 발의는 개인적인 것이고 민주당 등 야당 의원과 함께 발의한 것”이라며 “공동발의 의원 11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악의적 보도”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 자신이 트위터리안으로서 누구보다도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즐기고 있으며 네티즌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통한 SNS 접속차단은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며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장 의원은 발의한 지 하루 만에 “규제하겠다는 게 아니고 망의 중립성과 과금 문제를 다룬 건데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며 법안을 철회했다. 당내 트위터 팔로어 1위는 박근혜 한나라당 내 트위터 팔로어(follower, 특정 트위터리안의 메시지를 받아 보는 사람) 수 1위를 자랑하는 의원은 누굴까. 바로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지 하루 만에 팔로어가 3천명을 돌파했고 현재 13만 명을 넘겼다. 영향력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조카인 가수 은지원과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팔로어 수 2위는 진성호 의원이고 뒤이어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원희룡, 이재오 전 장관 순이다. 트위터를 잘 활용하는 인사는 김문수 지사, 이재오 전 장관, 정옥임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김 지사와 정 의원은 평소 트위터리안과 뜨거운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김 지사는 고(故) 이승만 대통령 이야기 등으로, 정 의원은 ISD(한미FTA의 투자자 국가 제소 조항) 문제 등으로 트위터리안과 트윗을 주고받았다.
국어 교사 출신인 이재오 전 장관은 트위터로 독백을 올리거나 트위터리안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다만 띄어쓰기를 거의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트위터리안의 지적을 받고 잠시 띄어쓰기도 했지만 이내 불편한 듯 다시 붙여 쓰고 있다.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의원도 있다. 정두언 의원은 이재오 전 장관을 겨냥해 독도 문제로 날을 세우다 “밤 9시 이후에는 술을 마시고 트위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 눈길을 끌었다. 이정현 의원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나는 꼼수다’에서 박 전 대표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자 트위터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10.26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은… 10.26 이후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김성회, 박민식, 김세연, 전여옥, 배은희, 홍일표 의원 등은 FTA 국회 비준안 처리와 관련한 글을, 김형오 전 의장, 남경필 최고위원, 이윤성, 조전혁, 장제원, 홍정욱 의원 등은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재산을 사회환원키로 한 것을 환영하는 글을 남겼다. 현재 한나라당은 광역의원들에게도 서신을 발송하는 등 SNS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계정 주소가 노출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SNS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이학만 부대변인은 CNB뉴스와의 대화에서 “내년 공천기준에 소통지수를 마련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며 “당 사무처 실무자를 SNS 전문가로 교체해 자발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SNS만 한다고 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SNS가 새로운 선거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앞으로 SNS를 제대로 활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