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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문화산책]무엇이 우리 관광을 매력적으로 만드는가?

분단의 예술과, 절·고택·종택의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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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1호 박현준⁄ 2011.12.06 10:52:16

한국을 웬만큼 알고, 문화와 예술의 시장 메커니즘도 아는 외국 전문가들을 만나면 늘 받는 질문이 있다. 한국 문화 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답은 대부분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분단’, 다른 하나는 ‘템플 스테이’. 분단!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판문점이나 통일 전망대를 찾게 만드니 한반도를 안보 불안정 지역이라고 각인시켜 우리 경제나 광고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분단 상황은 될 수 있으면 비껴가도록 하자는 의견도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런 이의를 제기하면 이구동성으로 답변은 똑같다. 어떻게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분단 상황을 세련되게 예술로 승화시키면 그야말로 전 세계에 둘도 없는 관광자원이 되고, 세계인들로 하여금 하루빨리 이 불행에서 벗어날 것을 공감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심정적인 지원을 이끄는 동력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전에 국방부에서 주최하고 신수진 교수가 기획했던 ‘경계에서’라는 사진전은 정말 수준 높은 행사였다.

전시장을 찾은 나는 우리나라 국방부가 이렇게 세련된 곳이었나 놀랐다. 분단과 한국전쟁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다 하면 한국전 참전 종군기자들의 ‘매그넘’ 보도사진 같은 분위기를 연상했을 터이지만, 이 전시회는 그렇지 않았다. 주명덕, 강운구 등의 전쟁 세대에서부터 최광호, 원성원 등 디지털 세대에 이르는 열 명의 작가에게 각자 휴전선과 다부동 전투 현장을 비롯해 각자의 눈에 비친 분단 상황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의뢰했다. 중견작가 구본창은 흰 배경의 흰 탁자 위에 흰 달항아리를 놓고 클로즈업해서 찍은 작품처럼 갈색 바탕, 갈색 테이블 위에 구리색 포탄, 군인 도시락 등을 클로즈업한 작품을 보였다. 기존의 작풍을 따르면서도 새로운 소재를 도입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작가 난다는 검은 옷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휴전선, 전쟁 기념 조각, 전망대 등의 현장에 다채롭게 섞어 배치하는 등 디지털 작가로서의 자유분방함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가장 성공적 관광상품으로 뽑힌 템플 스테이 템플 스테이는 OECD의 관광위원회가 발간한 ‘문화가 관광 산업에 미치는 영향(The Impact of Culture on Tourism)’ 보고서에서 가장 성공적인 우수 문화관광 상품 5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뒤늦게 함께 꼽혔던 관광 상품을 보면 그 아이디어에 놀라게 된다.

호주의 포트 아서 유적지는 예전에 악명 높았던 감옥이다. 절대 탈옥할 수 없었다던 그 감옥을 관광 자원으로 만든 것은 호주의 자연을 찾아 한 번 왔던 관광객의 발걸음마저 또 잡아 놓겠다는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의 증거였다. OECD가 관광 상품 중에서 독려하는 것은 기존의 전통문화 현장을 활용한 관광 상품이다. 효율이 높다는 이유에서이다. 왜 아니겠는가. 우리가 리조트 하나를 지으려고 해도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수백 년을 내려온 전통문화 유산은 개발비가 들지 않으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얼마 전 프랑스로 출장 갔을 때 문화 정책 학자 자베르 그레페(파리 1대학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전통문화 유산을 이용한 관광 상품 중에 가장 경쟁력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답은 ‘묵어가는 것(Hospitality)’이었다. 아무리 멋있는 건물이고 아무리 내용이 풍부한 전시장이라도 관광객이 쓰는 돈은 달랑 입장료라는 것이다. 입장료가 비싸도 기껏해야 1만~2만 원이지 이걸 10만 원대로 올릴 수 없으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반대로 묵어가는 상품, 스테이나 체험은 먹고 자는 데 기본으로 써야 하는 돈의 액수가 훨씬 올라가게 마련이다.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해 중국, 한국, 일본에는 대승불교, 동남아국가에는 소승불교가 전파되었다. 한·중·일이 모두 대승불교를 받아들여 사실 세 나라의 불교 문화 유산은 같거나 거의 유사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템플 스테이가 제일 경쟁력 있다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감옥을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옛 성들을 정부가 사들여 고급 호텔 체인으로 만든 스페인의 파라도르처럼 우리도 절, 유서깊은 옛집 등의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내 생각에는 일본의 경우 토착 신교와 너무나 밀착한 나머지 전통 불교의 묘미가 많이 퇴색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생활과 가까이 있다 보니, 큰 절들이 산속보다는 도시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일본의 절은 물리적으로 속세와 단절된 수행의 느낌을 얻어 가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의 불교 역시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완전 단절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 중국 불교가 다시 맥을 이어 가면서 불교의 가르침이나 예식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온다고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에서 같은 불교 문화 유산 중에서도 한국의 템플스테이가 가장 각광받는 것이다. 불교가 국교였을 때에도 깊은 산중 가장 명당에 자리 잡은 우리의 산사는 수천 년, 수백 년 동안 그 안에서 스님들이 수행하고 생활했으며,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랜 기간 동안 원래의 생활 양식과 의식이 변치 않고 이어 내려온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불교 문화 자산을 갖게 된 큰 이유다. 옛집에서의 한식 대접에 감명받는 외국인들 우리 문화 유산 중에 전통문화를 활용해 스테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건 템플 스테이 외에도 고택이나 종택도 들 수 있다. 서원이나 향교는 원래의 목적이 공부와 제사였기 때문에 난방이나 취사, 목욕 시설이 안 되어 있어 묵어가기에는 애로가 있다.

우리 전통문화가 정교하고 정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크게 기여한 조선의 양반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고택과 종택 스테이다. 안동의 안동 장씨 집(경당종택), 진성 이씨 집(치암고택), 북촌댁 등은 예약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반듯한 종택 안방은 기운이 좋아 시험이나 면접, 결혼 등 중요한 일을 앞둔 사람들이 묵어가면 영험하다는 입소문이 돌아 더욱 그렇다고 한다. 특히 안동 장씨 집(경당종택)의 경우에는 종가댁 며느리 권순 씨가 유명한 한식 전문가여서 미각까지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그 댁에서 묵어가면 품격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많은 고택과 종택이 좋은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음에도 변변히 지킬 사람 없거나 비즈니스 경험이 없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고성을 정부가 인수해 리모델링한 후 고급 호텔 체인으로 만들어 스페인 최고의 관광 상품으로 만든 파라도르처럼 정부가 이런 고택과 종택 자원을 신탁 받아 품격 있는 호텔로 경영할 전문가들에게 위탁 경영을 시키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나는 변호사 시절에 수많은 외국 회사의 CEO들이 우리 한옥에서 한식을 대접받은 후 ‘각별하게 환대받았다’고 느끼면서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던 경험을 했다. 아무리 비싼 서양 음식점에서 비싼 와인을 곁들인다 해도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은 한계가 있었고, 그들이 일생에서 한 번밖에 할 수 있는 경험은 절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담한 한옥에서 정교한 한식을 맛본 사람들은 그 낯선 품위에 경의를 표하게 마련이다. 이게 바로 우리의 전통문화 유산이 가지는 마법이 아닐까 싶다. - 조윤선 의원(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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