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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살리에리의 고뇌는 ‘88세대’의 고뇌?

타고난 사람을 당해낼 수 없는 절망 보여주는 연극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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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2호 김금영⁄ 2011.12.12 14:35:49

개그맨 박명수의 별명은 ‘2인자’이다. 1인자 유재석 뒤에서 그를 뒷받침해주며 함께 웃음을 끌어낸다. 호시탐탐 1인자 자리를 노리지만 쉽지 않다. 주목받는 자와 그늘에 가려진 자는 공생할 수 있지만 반대로 파멸을 향해 치달을 수도 있다. 2인자 콤플렉스의 대표적 상징인 이탈리아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는 파멸을 택했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향한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살리에리의 내면에 주목하는 연극 ‘아마데우스’가 명동예술극장에서 12월 7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막을 올린다. 살리에리는 이탈리아 레가노 태생의 음악가다. 당시 세간의 찬사를 받으며 궁정소속 작곡가로 발탁되고 1788년에는 궁정악장이 됐다. 그는 당대 저명한 작곡가들과 교류했는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도 그 중 하나였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인 모차르트는 4살 때 건반 지도를 받고 5살 때 소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유럽 음악 여행을 떠났던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살리에리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모차르트는 36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 ‘레퀴엠’을 작곡하다 짧은 생을 마감했는데,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1790년대 빈에는 음악적 재능을 질투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책, 연극, 영화 등의 소재가 되며 다양한 버전으로 소개돼 왔다. 공연들은 대부분 1978년 영국 극작가 피터 쉐퍼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피터 쉐퍼는 공연을 거치며 매번 대본을 다듬어 새롭게 출판했는데, 영화 아마데우스는 3번째 버전에 해당한다.

이번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아마데우스는 1998년 영국의 올드 빅 극장에서 피터 홀이 연출한 공연을 바탕으로 작성된 6번째 버전 대본을 김미혜 교수가 새롭게 번역한 것이다. 모차르트가 죽고 난 뒤 그를 회상하는 살리에리의 기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명동예술극장 측은 “이전 버전의 대본이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한 언급과 주변적인 이야기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면 이번 버전은 부수적인 내용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살리에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킨다”고 전했다. 즉, 살리에리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여줘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에 대해 좀 더 사색할 수 있게 각색했다는 것. 공연은 백발노인이 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고 시인하며 그에게 ‘미안하다’고 고백하면서 시작된다. 공연 중간 중간 새로운 인물이 나올 때마다 그 인물에 대한 소개를 살리에리가 해주며 이해를 돕는다. 또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질투 등 여러 독백도 공개돼 그의 내면을 살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주목되는 건 뚜렷이 보이는 양극화된 캐릭터 성격이다. 살리에리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욕망을 억누르며 예의를 지키는 중후한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모차르트는 어떻게 보면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항상 실실 웃으며 여자를 밝히고, 유쾌한 악동 같은 면모를 보인다. 이런 두 인물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던 그들이 겪을 수밖에 없던 갈등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모차르트를 위해 살리에리가 작곡한 곡을 모차르트는 딱 한 번만 듣고 바로 기억하고, 오히려 더 좋은 방식으로 단숨에 편곡해 버린다. 또한 악보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살리에리와 달리 모차르트는 머리속에 있는 음표들을 한 번에 그려넣는다. 모차르트의 앞에서 점점 살리에리는 작아지고, 증오를 품게 된다.

살리에리의 좌절과 음모가 그려지는 가운데, 음악으로만 접해 왔던 ‘피가로의 결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뒷이야기, 모차르트 자신을 위한 진혼곡이 돼버린 최후의 대작 ‘레퀴엠’에 얽힌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모차르트가 사랑한 여인 콘스탄체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된다.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음악이 빠질 수 없다. 귀에 익숙한 모차르트의 작품들이 피아노 4중주의 라이브 연주로 무대를 채운다.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대결 구도를 더욱 강렬하게 보여주기 위해 살리에리의 감정이 고조된 부분에서는 살리에리의 음악이 삽입된다. 극의 배경인 18세기에 맞춘 궁중 스타일 의상도 눈길을 끈다. 노력하지만 망나니 모차르트에게 항상 뒤지는 살리에리. ‘금수저 물고 태어난 자’를 어떻게 하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요즘 젊은이의 고뇌와 그의 고뇌는 얼마나 다를까 명동예술극장 측은 “살리에리가 천재 모차르트를 만나 느끼는 참혹함은 천재와 범재 사이의 재능 차이에서 오는 절망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태생적 재능과 조건의 격차로 겪는 절망이나 좌절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이 피나는 노력으로 이 절망감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연극 아마데우스를 통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 ‘어린왕자’와 드라마 ‘궁’ ‘달콤한 나의 도시’ 등에 출연한 배우 이호재가 살리에리 역을 맡아 열연한다. 살리에리와 대립하는 모차르트 역은 연극 ‘우어파우스트’ ‘십이야’ 등에 출연한 배우 김준호가 맡는다. 모차르트의 부인 콘스탄체에는 연극 ‘그녀의 방’ ‘우어파우스트’ 등에 출연한 장지아가 캐스팅됐다. 연출은 전훈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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