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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언론 “현대가 폭스바겐보다 낫네”

3개 모델 비교 결과 2:1 승리…“폭스바겐 차 좋지만 너무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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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2호 최영태⁄ 2011.12.12 15:20:32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떠오르는 두 별이 있다면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독일의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토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생산댓수 기준 세계 1위에 올랐으며, 현대는 미국 시장에서의 화려한 전적을 바탕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두 회사가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서 양보할 수 없는 한 판 대결을 펼치는 양상이다. 두 회사의 대결 양상은 지난 9월 열린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프랑크푸르트 모터 쇼’에서 폭스바겐 그룹의 마르틴 빈터콘 회장이 임원진을 우르르 대동하고 현대차 부스를 직접 방문해 “현대가 하는 걸 왜 우리는 못하냐”고 임원들을 질책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빈터콘 회장이 현대 i30에 줄자를 들이대고 내장재를 손으로 쓸어보는 모습을 찍은 이 동영상은 유튜브 조회숫자가 150만을 돌파하는 대히트작이었다. 이런 가운데, 독일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의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Auto Bild, 독일 등 세계 36개국에서 발매. 월 부수 700만 이상)가 최근 “폭스바겐과 현대, 어떤 차가 더 좋나”라는 비교테스트 기사를 2회에 걸쳐 게재함으로써 두 업체의 싸움에 기름을 부었다. 아우토 빌트의 판정 기준은 ‘독일스럽게’ 똑똑하다. 그냥 품질을 수평 비교할 게 아니라 구매가격까지 포함해 ‘가격 대비 품질’을 평가하자는 취지다. 평가진들은 독자적인 판단 기준에 따라 여러 항목에 걸쳐 현대 차와 폭스바겐 차에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판매가를 기준으로 “점수 1점에 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를 측정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비슷한 규격의 승용차 두 대가 있다. 객관적 평가를 해 보니 A차는 종합 90점을 받았고 B차는 80점을 받았다. 그런데 A차는 성능이 좋은 만큼 값도 비싸다. 그래서 종합점수 1점을 더 따는 데, 즉 더 좋은 성능을 구매하는 데, 얼마나 돈을 더 내야 하는지를 계산해 본다. 그러니 A차는 점수 1점당 65유로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B차는 60유로만 내면 된다. 승자는? 절대평가로는 A가 “승”이지만, 상대평가, 즉 “내가 내는 돈으로 얼마만한 성능을 사느냐”는 측면에서는 B가 “승”이다. 이런 게 독일식 합리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단순 성능비교로는 폭스바겐이 당연히 앞서지만 ‘더 좋은 성능을 얼마나 돈을 더 주고 살 것이냐’를 점수화한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보여줘 아우토 빌트는 이런 채점 기준을 적용해 독일에서 팔리는 폭스바겐과 현대 차를 3번 대결시킨다. 1차전은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세계적 소형차 골프 바리안트(Golf Variant)와 현대차가 ‘타도 골프’를 외치며 내놓은 i30cw 모델의 대결이다. 2차전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모델로, 폭스바겐의 역시 유명한 모델인 티구안(Tiguan)과 현대의 투싼ix(현지 모델명 ix35)가 링에 올랐다. 마지막 3차 대결은 현대의 새 모델 벨로스터와 폭스바겐의 스포티 컴팩트 카 시로코(Scirocco)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i30와 투싼이 골프와 티구안을 제압했고, 벨로스터는 시로코에 무릎을 꿇었다. 통산 2대1로 현대의 승리다. 폭스바겐 그룹의 빈터콘 회장이 왜 임원진 대동 하에 현대 부스를 찾았는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아직 종합 성능에선 폭스바겐이 앞서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더 매력있을 수 있다”는 점을 폭스바겐 수뇌부가 알기에 자동차 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원진 대다수의 다른 차 부스 방문’이 연출됐다는 결론이다. 다음은 3차 비교평가의 결과다. 1. 골프 대 i30 세계에 알려진 차 모델 이름 중 폭스바겐 골프만큼 유명한 것도 드물 것이다. 이 골프와 i30의 대결에서 종합 평점은 각각 골프 352점, i30 312점이었다. 점수차가 무려 40점이나 되니 성능으로만 맞대결한다면 i30의 완패다.

그러나 구매값을 고려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독일 현지에서 골프의 판매가는 i30보다 2755유로나 더 비싸다. 골프의 352점 성능을 사기 위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점수 1점당 값’은 66.55유로다. 반면 i30는 66.25유로였다. 아주 근소한 차이였지만, 아우토 빌트가 처음부터 내놓은 평가 기준, 즉 “내 돈 1유로로 얼마만큼의 성능을 살 수 있느냐”에 따르면 현대 i30의 승리다. 아우토 빌트 역시 “차이는 아주 작지만… 그래도 승자는 한국 차다”라고 판정을 내렸다. 성능 측면에서는 거의 전 분야에서 골프가 우수했다. 차를 급가속시킬 때 i30는 골프에 비교한다면 ‘좀 시골스런’ 모습을 보여 줬으며, 커브 길에서 차 떨림도 더 심했다. 성능 면에서 i30이 골프보다 앞서는 점은 엔진 마력이 11마력 더 높기 때문에 가속력이 더 좋다는 정도에 그쳤다. 반면 i30가 점수를 그나마 만회한 분야는 차내 내장재에서였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딱딱한 플라스틱을 많이 썼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추가 가격으로 높낮이 조절 핸들, 전동 작동 사이드 미러 등의 옵션을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비결인 “가격에 비해 화려한 내장재”가 유럽에서도 통한다는 증거였다. 아우토 빌트는 또한 “골프를 유럽에서 사는 사람은 이 차를 독일제로 생각하지만 사실 생산지는 멕시코이며, 반대로 i30는 한국 차로 생각하지만 조립되는 곳은 체코이기 때문에 i30가 더 유럽차”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골프는 전반적으로 성능이 훨씬 우수하지만 기본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i30에 근소한 차이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폭스바겐의 세계적 명차 골프를 현대의 새 경쟁차종 i30가 ‘가격 대비 더 우수한 성능’으로 따라마셔. “SUV 1등” 티구안도 비싼 값 탓에 투싼에 무릎꿇어 2. 티구안 대 투싼 티구안은 사실 소형 SUV 분야의 세계 최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또 다른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차이퉁’은 지난 8월 독일 내 시판 중인 SUV 16개 차종을 실력대결 시켰는데, 1등에 티구안이 올랐으니 그 실력을 알만하다. 이번 아우토 빌트의 평가에서도 티구안은 거의 최고 점수를 받았다. 평가진은 “네 바퀴 위에 결점이 거의 없는 차체를 올려놓았다. 마감에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정도로 거의 문제가 없고, 내부 공간-트렁크가 넓고, 승차감도 승용차만큼 편안하다”고 채점했다.

반면 투싼은 “마감에 미흡한 점이 있으며, 좌석이 유럽 성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좀 작은 편이고 코너링은 명백하게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지 엔진 파워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차내 마감에서도 투싼은 안락감, 대시보드 재질 등에서 티구안 수준에 훨씬 못 미쳤다. 아우토 빌트는 “근본이 다른 SUV”라는 표현으로 두 차의 격차를 정리했다. 문제는 역시 이번에도 가격이었다. 티구안은 ‘전형적인 폭스바겐 차’답게 값이 비쌌다. 투싼과 비교하면 4000유로나 더 비싸니 종합평점 1점당 구매가를 계산하면 티구안 86.93유로, 티구안 82.03유로로 상당한 차이가 났다. 현대가 올해 새로 내놓은 i30과 i40는 폭스바겐 골프, 파사트와 비교되면서 현지에서도 꽤 화제가 됐던 차다. 처음부터 “타도 골프-폭스바겐”을 외치면서 이 두 폭스바겐 차의 치수까지 쫓아가며 만들었다는 현대차들이고, 개발 자체의 독일 현지의 현대차 연구소가 맡았으니 오로지 조립만 한국에서 할 뿐 기획-설계는 독일차라고 할 만한 모델들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티구안은 현대가 본격적으로 폭스바겐에 도전하기 전에 만들어진 모델이라 유럽 사람에게는 크게 어필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독일 현지에서의 판매량도 티구안에 훨씬 못 미쳤다. 올 들어 9월까지 티구안은 독일에서 3만4919대가 팔린 반면 투싼 판매량은 그 4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투싼에 대해서도 아우토 빌트는 칭찬을 잊지 않았다. “투싼은 한국 자동차 메이커가 얼마나 빨리 좋은 차를 만드는 노하우를 배우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최고의 증거이며, 현대는 그 따라마시기 작전을 외부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고 총평했다. 3. 시로코 대 벨로스터 앞선 두 차례 대결에서 현대는 ‘성능은 비록 일부 떨어지지만 값이 아주 싼’ 장점 때문에 앞선 성능의 폭스바겐을 두 번이나 따돌렸지만, 디자인 요소를 크게 강조한 벨로스터는 그러지 못했다. “성능이 떨어짐은 물론 가격도 비싸다”는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선 성능에서 차이가 컸다. 시로코의 4기통 엔진은 더 탄력있고 조용하며 부드럽게 달리면서도 연비는 더 좋았다. 반면 벨로스터의 엔진은 회전숫자는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덜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서스펜션도 너무 딱딱한 편이라 노면이 거칠면 그 여파가 차내에서도 느껴진다는 불평을 샀다.

이런 성능 차이 때문에 달리는 맛에서 비교가 안 됐고, 현대차의 장점이랄 수 있는 차내 마감에서도 좋은 점수를 따지 못했다. 뒷좌석이 시로코보다 좁아 세 명 이상이 타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었다. 현대의 신차 벨로스터에 대해선 “겉멋만 좋은 차” 혹평. “스포티한 성능은 크게 떨어지는 차가 왜 값까지 더 비싸?” 따끔한 비평 내놔 벨로스터가 좋은 점수를 딴 것은 딱 한 가지 분야, 즉 외부 디자인에서였다. 차의 성능은 스포티하지 않아도 차체 외모는 스포티한 것처럼 보이고, 차 천정에서 뒷면으로 이어지는 ‘유리 해치’는 보기에 좋았다는 채점이다. “시선을 더 받고 싶은 사람만 벨로스터를 사라”고 평가된 이유다. 벨로스터에 대한 이런 평가, 즉 “모양만 스포티하다”는 이미 미국에서도 나온 바가 있다. 종합평점 1점당 들어가는 돈을 계산해 보니 시로코 71.67유로, 벨로스터 82.13유로로 큰 차이가 났다. 성능에서 떨어지는데 값도 비싸니 이 대결의 결과는 정말로 보나마나였다. 평가진은 “시로코가 성능에서 압도했을 뿐 아니라 값도 더 쌌다”면서 “시로코의 완판승”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 마디로 “이 정도 성능에 이런 비싼 값을 매기면 안 되지”라는 충고였다. 벨로스터에 대한 이런 혹평은 최근 차의 외부 디자인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국 차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도 있다. 폭스바겐 같은 독일차와 경쟁하려면 성능을 최대한 근접시키면서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벨로스터에선 이런 원칙이 완전히 허물어졌다는 총평이기 때문이다. 벨로스터에 이런 형편없는 점수를 매겼지만 아우토 빌트의 현대 차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기사는 “독일에서 올해 10월까지 팔린 현대-기아차는 7만3105대로 토요타, 푸조, 피아트 같은 쟁쟁한 경쟁자를 이미 물리쳤으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자동차 메이커는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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