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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자동차 칼럼]하이브리드차 연비가 형편없다구요?

한국식 급정거·급출발 하면 하이브리드의 장점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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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4호 박현준⁄ 2012.03.05 10:33:24

친환경차의 특징은 고연비와 저배출 가스로 대변된다. 물론 최근의 모든 자동차는 고연비 특성이 없으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정도이므로 신차 개발 시 고연비는 기본 요소로 중시되고 있다. 부자들이 사는 큰 배기량과 큰 덩치의 고급 승용차도 이제는 연비가 떨어지면 소비자가 외면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대명사가 디젤차가 된 것도 고연비라는 특성 덕분이다. 작년 판매된 10만6000여 대의 수입차 중 승용 디젤차가 3만7000대에 이를 정도로 디젤차는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친환경차를 대표하는 하이브리드 차도 마찬가지다. 차량 자체가 완전 무공해인 전기차의 경우는 아직 여러 단점이 남아 완전한 양산 모델이 되기에는 거리가 멀다. 전기차가 관심을 받는 이유 역시 고연비이다. 현실적으로 친환경성을 대표하면서 가장 인기를 끄는 모델은 하이브리드 차다. 100% 무공해는 아니지만 현재의 기술이 적용된 최고의 친환경 자동차로 간주되므로, 당분간 친환경 차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를 업그레이드 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도 앞으로 몇 년 안에 등장하면서 하이브리드 시대를 대표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을 필두로 세계 각국에서 각종 하이브리드차가 각 메이커의 대표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기술적 차이와 가격 차이는 아직 크다. 일본은 이미 1997년부터 15년째 다양하게 진보한 하이브리드 차를 내놓아 일본 안에서는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종이 하이브리드가 됐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4년 전에 기술적 적용력이 약한 LPi 하이브리드 차 2종이 선을 보였지만 연비 특성이 떨어졌다. 작년에는 중형급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 2개 기종이 공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독자적인 기술을 선보이면서 연비도 리터당 21km를 넘는다. 최근 국산 하이브리드 차는 물론이고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하이브리드 차의 연비가 생각 이상으로 떨어진다는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일반 자동차의 경우도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가 약 30% 이상 차이를 보인다. 이는 하이브리드 차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연비를 높일 목적으로 기존 휘발유 차보다 훨씬 비싸게 산 하이브리드 차에 연비의 장점이 전혀 없다면 이는 더욱 큰 불만의 요인이 된다. 연비를 놓고 이처럼 지속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와 이를 변명하는 메이커 사이의 시소게임이 줄을 잇고 있다. 과연 하이브리드 차의 연비는 생각보다 나쁜 것일까? 몇 가지 요소를 생각할만 하다. 우선 하이브리드 차의 연비는 기존 차량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온도나 습도를 갖춘 조건에서 실시된다. 다른 차량과 실험 조건에서 차이가 없다. 기술적으로 속이거나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공인 기관에서 합법적으로 실험한 기록이라고 보면 된다. 공인연비에 대한 의심은 거두어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도로에서 달리는 연비가 많이 떨어질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하이브리드 차의 원리를 생각하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는 엔진과 모터를 겸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운전한다는 특성이 있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풀 하이브리드를 적용하면 저속일 때는 처음부터 모터로만 구동하기도 하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연료 모터가 에너지를 보태면서 더욱 많은 힘을 낸다. 동시에 전기 에너지를 이용하면서 연료 에너지를 절감하는 특성이 있다. 힘이 필요할 때 차량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전기 모터의 힘이 조절되는 것이다. 그리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잡으면 제동 에너지를 회생시키면서 배터리에 전기에너지를 재생시켜 주기도 한다. 일정 시간 이상을 신호등 앞에서 대기할 경우 엔진이 꺼지면서 공회전으로 인한 에너지를 절감시켜 준다. 모터의 개입을 통해 필요 없이 낭비되는 에너지를 절감해준다. 그런데 운전자는 차량만을 믿고 급하게 운전하면서도 차량이 알아서 에너지를 절감해 준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급 운전방식인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를 반복적으로 하면 운전 중 전기 모터가 개입할 여유가 없어진다. 즉 에너지를 절감할 기회를 뺏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가 연비를 높이는 방식은 천천히 달릴 때는 전기 모터의 힘을 빌리고, 급하게 달릴 때는 휘발유를 쓰는 것인데, 평소 하던 못된 습관대로 차를 운전하면 어떻게 연비가? 특히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다른 나라 운전자들에 비해 급하고 거친 운전이 몸에 밴 경우가 많아,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기가 더욱 어렵다. 이런 습관으로 하이브리드 차를 운전하면 더욱 에너지 절감 특성이 사라지면서 연비가 나빠지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의 공인 연비는 이러한 에너지 회생이나 절감 특성을 가미해 나온 숫자다. 운전자가 급하고 거친 운전으로 에너지 절감의 기회를 모두 빼앗으면 “일반 차량과 도대체 차이가 뭐냐”는 불만이 나오기 십상이다. 연비를 높이려면 하이브리드 차의 특성을 인지하고 여유있게 운전해야 한다. 특히 도심지처럼 출발과 정지가 반복되고 서행 운전이 많은 경우, 한 템포 느린 운전을 하면 하이브리드 차는 고연비 특성이 더 잘 나타날 수 있다. 급하고 거친 운전에는 어떠한 고연비 차량도 버티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운전자의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심적인 기대도 하이브리드 차의 연비가 나쁘게 느껴지는 데 한 몫 했을 것 같다. 다른 차량에 비해 고연비 특성을 보고 고가로 구입한 차량인 만큼 기대하는 바도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연비가 생각대로 나타나지 않으니 실망감이 더욱 클 수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강조하는 친환경 경제운전 방식인 에코 드라이브는 하이브리드 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일주일간 급하지 않게 여유를 가지고 운전을 해보면 하이브리드 차의 공인 연비를 넘는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최근 발생하는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연비 불만에는 운전자의 운전감각이 많은 역할을 한다. 오늘부터라도 하이브리드 차의 고연비 특성을 믿고 시험해 보자. 동시에 아직 자리매김이 부족한 에코 드라이브 방법을 익히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를 더욱 크게 누려보길 바란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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