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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미국 경제시스템 말고 미국 사법시스템 수입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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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5호 최영태⁄ 2012.03.12 11:50:35

한미FTA를 놓고 논란이 뜨겁지만, 정말 한국에 미국식 경제시스템이 그렇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든다. 아니, 한국의 경제 시스템 자체가 미군정으로 시작했고, 게다가 IMF사태까지 거치면서 ‘미국보다 더한 미국식’을 이미 완성한 셈인데, 왜 한국의 법체제까지 무시하면서 한미FTA를 맺어야 하는지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한국에서 힘있는 사람들이 ‘글로벌 스탠다드’ 운운할 때마다 거의 항상 푹 하고 비웃음을 터뜨리게 되는데, 한미FTA 논란 역시 그런 것 중 하나 같다. 글로벌 스탠다드, 즉 국제적 상식이 예컨대 모두 100개 정도 있다면, 한국의 힘있는 사람들이 들여오려 애쓰는 기준은 그 중 한 5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수많은 국제 기준이 있지만, 그걸 통째로 도입하려는 게 아니고, 그저 자기 입맛에 맞는 단것만 쏙쏙 골라서 빼먹으려는 충치 많은 어린애 같은 짓을 펼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신자유주의 이전이라도 직원 해고를 상당히 자유스럽게 했다고 들었다. 노조가 강한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아무 예고도 없이 출근하는 사원을 정문 앞에서 막고 “당신은 오늘로 끝”이라고 선고해도 되는 나라였다. 이런 걸 보고 한국의 사장님들 눈동자가 얼마나 커졌겠는가? 그래서 ‘고용유연화라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도입 안돼 한국이 망한다’고 그렇게 거품을 물었으리라. 그러나 미국식 직장 시스템에는 이러한 맘대로 해고 말고 다른 것도 많지 않은가? 흔히 영화에서 보지만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은 아침에 몸이 안 좋으면 “나 일주일만 쉴게”라고 회사에 전화하고 바로 휴가에 들어간다.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그냥 아웃이다. 그래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한국 말’에선 항상 구린내가 난다. 제 입맛에 맞는 무기만 골라 빼들고 서민의 등골을 더욱 쉽게 빼먹으려는 탐욕의 구린내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 경제 시스템에 감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상 경제생활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 큰 차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사법 시스템은 정말 다르고,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한국에선 경찰에게 항의 안하면 이상할 정도지만 미국에선 그러다가 총맞아 죽는 수가 있다. 항의하느라 내 손을 흔들다 내 손이 경찰의 손에 잘못 스치기라도 하면 대단한 철창행을 각오해야 한다. 공금횡령 등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도 무섭고, 탈세자에 대한 처벌은 거의 참혹극 수준이다. “돈많은 부자이니 그간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따위 말은 없다. 오히려 높은 사람이 세법을 어기거나 횡령을 하면 수백 년 징역형으로 확실하게 감옥에서 인생을 마감시켜 드린다. 한국의 사법 시스템이 일부 ‘정치 검사’들의 횡포 때문에 만신창이가 됐고, 도대체 이러고도 나라가 존립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요즘, 미국 사법시스템 도입을 놓고 여야가 싸운다면 얼마나 보기에도 흐뭇할까? 미국처럼 검사를 투표로 뽑고, 거액 상속세 탈세자를 확실히 죽여 버리는 그런 나라가 돼야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남의 다리만 시원하게 긁어드리는 한미FTA 논쟁을 보면서, 정말 가려워 죽겠는 내 등짝(한국의 사법 시스템 같은 온갖 문제들)은 전혀 긁어지지 않으니 정말 미치고 폴짝 뛸 일이다. - 최영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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