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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누리당 당복은 왜 빨간색? 글로벌 스탠다드 망각했나?

세계적으로 빨강은 좌익, 보수는 파랑, 자유주의는 노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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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5호 최영태⁄ 2012.03.16 13:02:07

새누리당의 당복 색깔이 빨간색으로 정해졌다. 정말 낯선 풍경이다. 보수당의 당복이 빨간색이라니…. 빨강은 좌익의 색깔이라는 게 상식 아니었나. 적군(赤軍), 적기(赤旗)부터 빨갱이까지? 색깔에 당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치적 색깔에도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게 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 보수당은 파랑색을 쓴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의 출생지인 영국에서 그렇게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국 보수당의 기본 컬러는 파랑이고, 그들의 로고는 파랑 나무 줄기에 녹색 나뭇잎에 만개한 모양이다.

요즘 새나라당이 좌클릭을 하고 있다고 국민생각의 전여옥 대변인이 맹공하고 있지만, 정말로 새나라당은 속까지 빨개지고 싶은 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당의 색깔을 나타내는 데 있어서 ‘헷갈리기 작전’이 시작된 것은 사실 통합진보당부터다. 빨간색을 사용하는 게 정상이지만, 통합진보당은 보라색을 당색으로 정했다.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빨간색)과 자유주의 정당(파랑색)이 연정을 구성하면서 이른바 ‘보라색 정부(Purple Government)'를 구성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사람들이 “우리는 통합했기 때문에 보라색”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진보’를 추구하는 당이라는 이미지에 맞는 글로벌 스탠다드 색깔은 역시 빨간색이라고 할 수 있다. 빨간색을 죄악시하는 한국의 반공 분위기 때문에 보라색으로 변장을 시도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이미지만 바꾸면 다 된다? 노랑은 전통적으로 자유주의자의 색이다. 따라서 민주통합당이 노란 색을 택한 것은 걸맞는 것 같기는 하다. 미국 민주당 같은 리버럴 정당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물론 민주통합당 역시 근본적으로 보수주의 정당이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르자면 이 노랑색에도 시비를 걸려면 걸 수도 있을 것 같고…. 이런 헷갈리기 색깔 작전이 난무하는 게 한국 정치판이지만 가장 파격은 역시 새누리당의 빨간색이다. 80년대 민정당 이후 한국 보수당의 색깔은 줄곧 파란색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대선부터 미국의 공화당에 미국 언론들은 빨간색을 적용하고 있다. 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긴 지역을 빨간색으로, 민주당이 이긴 지역을 파란색으로 표시하는 새로운 전통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선택일 뿐, 미국 공화당이 ‘우리는 빨간색 당’이라고 선언한 적도 없고, 언론의 이러한 색깔 사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도 없다. 그냥 언론의 선택일 뿐이다. 반면 민주당의 당 색깔은 공식적으로 파란색이다. 빨간색을 쓰기 힘든 미국의 사정이 이런 현상을 낳은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실 없는 이미지 정치는 환멸 앞당기는데… 한국 사람들은 겉멋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 최근 한국 자동차가 디자인으로 세계 여러 곳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디자인 개선에 비해 품질 개선은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것도 멋 내기 좋아하는 한국사람 식이라고 할 수 있다. 원가의 10배 값을 붙여도 ‘비싸기 때문에 더욱 산다’는 등산복 패션도 마찬가지고…. 당의 색깔을 바꿈으로써 당의 이미지를 바꾸려 하는 것이 바로 ‘이미지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국민 전체로는 돈이 없어 엥겔지수가 높아지고, 빚더미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가 될지언정 차만큼은 빚을 내서라도 외제 차를 타야 폼나고 대접받고, 집에서는 라면을 끓여 먹더라도 옷만큼은 메이커를 입어야 멸시받지 않는 한국다운 현상이다. 이미지 정치가 필요하다지만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다. 내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저 교언영색(巧言令色)이 될 뿐이다. 내실 없는 이미지 정치는 환멸의 시기를 앞당길 뿐이라는 걸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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