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월 20일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청와대의 개입 및 증거인멸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소환함으로써 이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재수사가 시작됐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증거인멸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장 전 주무관은 연일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으며, 민주통합당의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 전 주무관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낙심에 빠져 있을 때 A국장이 ‘청와대 장석명 공직기강 비서관이 마련해주는 돈이다. 항소심 판결 선고로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며 5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월 A국장이 장 전 주무관을 만나 벌금형과 5∼10억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5000만 원을 국세청의 한 간부가 조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20일 오후에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자신이 자료 삭제 지시와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넨 2000만 원 제공을 한 ‘몸통’이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 지시와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 원을 건넨 사람이라고 스스로 손을 들고 나온 셈이어서 이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 바로 검찰이 할 일이다. 지금까지의 폭로 내용은 자신이 고백했거나 상당히 구체적인 녹음파일까지 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이런 폭로의 진위를 세세히 조사해야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장석명 비서관은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의혹에 대해 “장 전 주무관과는 일면식도 없고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 그에게 5000만 원을 준 적이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또한 평생 공무원을 한 사람이 5억 원, 10억 원이 어디에 있겠나. 사실 무근이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또 실제로 장 전 주무관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실토한 이 전 비서관은 업무와 무관하게 장 전 주무관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건넨 것이며 최근에 돌려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누군가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검찰은 분명히 가려내기 바란다. 잇달아 터져 나오는 의혹들은 모두 사건 은폐 및 축소 시도와 관련된 것들이다. 불법사찰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증거인멸을 통해 사법정의 실현을 방해하려 한 시도다. 검찰의 재수사는 이런 사법정의 실현의 방해와 관련된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재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 조직 자체를 비롯해 청와대, 총리실 등 정부의 권력기관들이 수사대상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의혹의 진위를 국민 앞에 신속히 밝혀야 한다. 또 의혹 속에 거론된 기관들도 자체조사를 통해 의혹의 사실 여부를 밝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조직이든 썩은 부분이 있으면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그 조직 전체가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도 어떤 형식으로든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이 없다면 없다고 얘기하면 될 일이다.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해서 법무장관이 반드시 침묵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검찰도 부실수사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 심원섭 정치전문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