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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성 칼럼]나쁜 남자, 나쁜 여자 되는 법

사랑도 권력…덜 사랑하는 사람이 칼자루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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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8-269호 박현준⁄ 2012.04.09 15:26:01

영화나 소설에 항상 등장하는, 사랑의 나쁜 남자와 나쁜 여자가 있다. 제일 대표적인 인물로는 카사노바가 있다. 나쁜 남자, 나쁜 여자인 줄 알면서 빠지고 사랑하고 미치는 게 사람 마음 같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빠지고 결국 상처를 입는다.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고,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고, 그러다가 결국 망신창이가 된다. 그 사람을 저주하면서 끝내거나, 끝내고 싶어도 평생 그 사람을 잊지 못하거나, 자기를 사랑하는 착한 사람이 옆에 있는데도 여전히 나쁜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마음을 다 주고도 사랑을 차지하지 못한다. 왜 착한 사람에게는 매력을 못 느끼면서 나쁜 사람에게는 느끼는 것일까? 왜 독인 줄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할까? 개구리 한 마리가 있다. 그 개구리는 물에 들어갔다. 놀기 좋았다. 차차 물이 덥혀지기 시작했다. 점점 따뜻해지니까 개구리는 더 행복해졌다.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줄도 모르고 물이 끓는 줄도 모르다가 있다가 결국 삶아지고 만다. 도망갈 기회가 있었는데도, 두 다리를 다 넣고 있다가 도망갈 기회를 놓쳤다. 나쁜 사람한테 빠지는 경우가 이렇다. 도대체 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해야 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거나 상처를 받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그 사람보다 내가 더 현명해질 수 있을까? 나쁜 남자, 나쁜 여자의 기본은 자기절제, 자기조절이다. 자기를 다 내주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감정은 최고가 되도록 해 주는 사람, 최선을 다해 감정으로 표현하지만 항상 자기절제가 되는 사람이다. 상대방을 사랑하지만 항상 절제가 된다. 만나고 싶어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을 수 있고, 상대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거나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절대로 마음을 다 내주지 않고 그래서 상대방이 더 감질나게 만든다. 아니,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되는지도 모른다. 나쁜 사람은 사랑에 빠지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랑이 나타나면 떠날 수 있다. 그러려면 경험이 많고 자기절제가 돼야 한다. 사랑할 때와 떠날 때를 잘 알고, 헤어질 사람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러려면 사람 심리를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다. 상대방이 먼저 사랑한다고 말할 때까지 참을 줄 안다. 이런 걸 못하면 절대로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못 된다. 나쁜 남자와 여자는 연애할 때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다. 손에 잡힐 듯 안 잡히고, 마음을 알 듯 모르겠고, 열정적인 듯 하다가 갑자기 식고,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는 것 같았는데 헤어지면 아닌 것 같고, 다 내어줄 듯 같았지만 하나도 손해 보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쁜 남-녀에게 빠진 상대에게는 그런 특징이 이기적으로가 아니라 매력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만나는 동안에 너무 잘 해주고, 사랑하는 동안에는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내 것인 양 느끼게 해 준다. 만나는 동안에는 나를 최고로 대접을 해 준다. 그래서 절대로 그 사람에게서 빠져나갈 수 없다. 이런 사람의 특징은 상대가 두 발을 다 담그면 부담스러워서 도망간다. 한 발만 담그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나 당황스럽다. 나쁜 사람과 사랑에 빠져 있는 동안은 잘 모른다.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헤어지고 나거나 어려운 상황에 내가 빠졌을 때, 내게도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을 때에야 비로소 그 사람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고, 나를 이용했구나! 혹은 나를 사랑한다고 얘기했지만, 입으로만 한 사랑이었구나, 나를 위해 영원한 헌신을 할 사람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순진남이나 순진녀에게는 나쁜 남자나 나쁜 여자가 멋있어 보인다. 독버섯이 더 맛있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쁜 남자나 나쁜 여자는 말도 사랑스럽게 잘 한다. 특히 섹스를 잘 한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그 사람과 했던 사랑을 생각나게 만든다. 그렇다면 나쁜 남자와 여자를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답은 “나쁜 사람의 본질을 깨닫고, 덜 사랑한다. 나쁜 사람에게서 사랑의 기술을 배운다. 나쁜 사람과 헤어진 후에도 상처를 받지 않는다”이다.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쁜 사람인 줄 알면서도 헤어지기 싫고, 결혼까지 가고 싶다면 협상을 해야 한다. 이런 식이다. 아예 그의 종의 되거나 그가 해달라는 건 다 해준다. 그래도 후회 없을 각오가 서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쁜 사람의 버릇은 거의 대부분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다른 이성을 사랑하는 모습을 봐야 한다. 늙어서 에너지가 고갈되는 시점 이전까지는 그들은 그렇게 산다. 사랑에도 권력관계가 있다. 더 사랑하는 사람보다 덜 사랑하는 사람이 권력을 쥔다. 더 사랑하면 지는 것이다. 나쁜 남자와 나쁜 여자라고 꼭 인간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그 사람의 특성일 수도 있다. 사랑에 쿨~한 사람일 수도 있다. 혹은 비즈니스일 수도 있다. 순진남이나 순진녀가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사랑을 처음 하거나, 사랑에 환상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자기를 덜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아 보였다가 사랑에 실패한 뒤에야 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나쁜 사람들의 공통적 특성은 상대방 마음을 잘 읽고 거기에 맞춰 그 순간만은 상대방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 준다는 것이다. 말이든, 행동이든, 섹스든…. 그래서 순진남, 순진녀라면 사랑할 때 이 사람이 선수인지, 나쁜 사람인지,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열정적인 사람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더 사랑하면 진다. 지금 이 순간은 최고로 사랑해주지만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날아갈 수 있고, 절대로 자기 자신을 다 내주지 않는 사람이 나쁜 남자 또는 여자 나쁜 사람한테 한 번 빠지면 평생 내 머릿속이 그 사람으로 가득 차게 될지도 모른다. 카사노바를 만났던 그 많은 여자들 중 단 한 명도 그를 나쁜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게 카사노바의 최대 장점이다. 그 역시 그 많은 여자들을 매순간마다 최고로,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녀들은 그걸 믿었다. 그래도 그는 곧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나갔다. 한 사람에게 정착 못하거나, 하지 않는 게 나쁜 사람의 특징이다. 나쁜 사람을 사랑하고 있거나 또는 사랑했었다면, 그들의 본질을 깨닫기만 해도 마음의 상처가 훨씬 작아질 수 있다. 그렇게 가슴 아파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아파도 나쁜 사람은 그렇게 심각하게 아프지 않으니까, 나를 기억조차 못 할지도 모르니까…. 사랑을 운명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사랑을 가벼운 식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라고 보자. 사랑에 심각한 사람과 사랑이 쉽고 가벼운 사람의 차이라고 보자. 그런 사람에게 내 인생과 운명을 맡길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사랑이 충만하다고 해도, 내 손에 안 잡히고 내게 상처를 주고 손해를 입히는 사람과 오래 관계하는 것은 결국 나를 파멸로 이끌지도 모른다. 물론 사랑에는 희생이 따라야 한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이런 말이 다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 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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