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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성 칼럼]性은 으뜸 인권인데 왜 섹스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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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0호 박현준⁄ 2012.04.16 14:03:19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성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니 걱정이다. 성은 남녀 사이의 친밀감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최고의 도구인데 이를 등지고 살면 얼마나 힘들까? 혹시 '적과의 동침' 같은 사이가 되지 않을까? 자칫 잘못하면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소위 섹스리스(sexless)는 행복과 만족에 엄청난 손실을 줌은 물론 출산율 감소, 독신, 이혼, 만혼의 증가 등 여러 사회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일본인들의 정의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미만 성교하는 것이 섹스리스다. 그렇다고 그 영어의 뜻처럼 전혀 성행동을 안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삽입 성교 이외의 성 표현은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키스, 애무 등을 많이 해도 섹스리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은 대개 삽입 성교 이외의 성행동도 잘 안 하기 때문에 ‘파트너를 성이 없는 감옥에 가두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여하튼 젊고 건강한 결혼 남녀가 2주일이 지나도 아무 성적 접촉을 하지 않는다면 뭔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봐도 된다. 어떤 부부는 하루에 두 번씩도 하는 섹스를 한 달에 한 번이라던가 마지막 성교가 일 년 전이었다고 하면 뭔가 많이 아쉽고 억울한 생각이 들 것이다. 20대에는 2x9=18, 즉 10일에 8번, 30대에는 3x9=27, 즉 20일에 7번, 40대에는 4x9=36, 즉 30일에 6번 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우스개도 있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힌두교에서는 성을 ‘신이 인간에게 준 모든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이라 하여 신성시하기도 한다. 현대 성학에서는 인간의 성이야말로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기본권들 중 으뜸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런데 왜 어떤 이들은 그 모양인가? 물론 성을 거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성욕이 감퇴돼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지을 일도 아니다. 섹스리스는 대부분 남녀 중 한쪽에서 원인을 제공해 생기지만 결국 두 사람 다 피해자가 되고 나아가서는 자녀 또는 집안 식구 모두에게 불행을 안길 수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임신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집안일이 너무 힘들어 또는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일차적인 이유들 때문에 성을 포기하는 경우는 오히려 그리 많지 않다. 의학적인 장애 즉 발기부전이나 성교통 같은 성기능 장애가 있어 성을 기피하기 시작한 경우들도 있고, 배우자의 건강이나 위생상태 때문에 기피하게 된 경우도 있다. 너무 뚱뚱한, 입에서 계속 구취가 나는, 목욕도 안하고 심한 땀내를 풍기는, 또는 몸에 부스럼이 많이 난 배우자들은 교정이 가능한 문제를 갖고 있는 예들이므로 오히려 문제해결이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심리적인 배경이 깔려 있는 섹스리스는 문제가 좀 달라진다. 배우자의 외도나 또는 그랬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에 분노와 배신감을 느껴서 아무 성적 욕구를 못 느낌은 물론 성을 혐오까지 하게 된 경우도 있고, 배우자에 대한 자기도 모르는 복수심 때문에 성을 마치 무기처럼 생각해 거부함으로써 상대를 괴롭히려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는 성과는 상관없이 시집이나 처가 식구들에 대한 반발까지도 포함된다. 소위 한국식 ‘한’이 그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용불용설이라 하여 성도 계속 사용하면 괜찮지만 너무 오랫동안 안 하면 그 능력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섹스리스이면서도 괜찮다고, 서로 사랑한다는 커플도 있지만 이들 사이의 애정이 정상적일 수는 없다. 불화가 원인인 부부에게 나는 자주 ‘당신은 이기려고 결혼했어요, 아니면 행복하려고 결혼 했어요?’라고 묻는다. 어리석게 시간을 낭비하며 자신과 배우자를 괴롭히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을 믿어라.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는 그날 밤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이를 악물고 참고 살기’는 하루도 힘들다. 섹스리스 부부가 결코 행복하기 어려운 것은 대부분 이들이 섹스 뿐 아니라 대화도 잘 안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생각해 보자. 우선 어느 부부건 두 사람의 성욕 수준이 같은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그것을 자기만의 고민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대개 성욕의 정도 차이가 심하지 않거나, 사랑과 친밀감으로 이를 극복하면서 살기 때문에 표면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또한 성을 보는 남녀의 시각차도 이해해야 한다. 남자는 결혼 전에는 결혼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이를 이루려 한다. 그러나 일단 결혼에 성공하면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둘 사이의 관계에 그렇게 몰입하지 않고 직장 등 다른 일에 더 가치를 두는 편이다. 반면 여자에게는 두 사람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결혼하면서 모든 것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큰 차이가 있다. 남자와 여자는 종만 같을 뿐 다른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좋다. 즉 남녀 사이에는 성차가 너무 크다 보니 ‘성격차’라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이는 마치 개와 고양이 사이의 성격차를 따질 수 없음과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좀 쑥스럽더라도 자기의 성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행동이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본인의 자존심이나 자긍심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그리고 배우자가 의아해하지 않게 조금씩 서서히 하는 게 좋다. 섹스리스이면서도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라고 생각하는 커플도 있지만, 대개는 곧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 섹스리스라면 뭔가 해보자. 진찰받고 노력해보자 성욕을 유발시키는 데는 시간적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후각, 청각, 촉각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섹시한 옷 같은 것뿐 아니라 때로는 말로, 때로는 분위기로, 손으로, 입으로 상황에 따라 어떤 노력이든지 해야 한다. 파트너에게 성적으로 사랑을 표현할 마음이 당장은 없더라도 우선 눈 맞춤, 접촉, 키스 등으로 '사랑을 하려는 표현의 노력'을 한다. 성은 사랑의 육체적 표현이다. 따라서 현재 섹스리스라면 어렵더라도 무조건 노력해야 한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라는 마음, ‘고맙다, 감사하다’ ‘그 동안 나한테 해준 게 얼만데’ ‘우리 관계의 의미가 얼마나 컸는데’ 또는 ‘미안하다, 어떻게 해줄까’ 이런 마음들을 가져 본다. 대체로 최종 성 결정은 여자가 한다지만 그 초대는 남자가 한다. 따라서 섹스리스의 일차적인 원인은 남자 쪽에서 찾는 게 순서이다. 남성의 성욕이 저하된 경우는 대단히 많다. 파트너를 싫어하거나 거의 매력을 못 느끼는 경우, 혐오하는 경우,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이 있는 경우도 있고 동성애적 성향 때문인 경우도 있다. 빈혈,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갑상선질환, 만성 피로, 간 질환, 약물 복용 같은 육체적인 원인들도 있다. 따라서 섹스리스 커플들은 한번 쯤 전문가의 진단을 꼭 받아야 한다고 본다. 바꿔 말하면 둘 만이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남편의 무관심에 고민하는 아내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남편을 유혹해 보세요. 예술적으로.” -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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