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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가난의 눈물 이긴 ‘MB 멘토’최시중 추락이 남긴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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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3호 김경훈⁄ 2012.05.07 12:57:36

# 비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얼마 전 몰아친 비바람 탓인지 제일 먼저 새봄을 알렸던 개나리와 벚꽃이 일찍 졌다. 뒤이어 진달래,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린다. 봄이 지나고 여름, 가을이 오면 또 그 계절 꽃이 피고 진다. 꽃이 피고 지는 시기는 일정하다. 사계절 빛과 온도를 스스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이게 오묘한 자연의 섭리다. 사람도 비슷하다. 먼저 오면 먼저 가고, 늦게 오면 늦게 간다. 그러나 해마다 피는 꽃은 같지만, 해마다 만나는 사람은 같지 않다(歲歲年年花相似, 年年歲歲人不同). 생명과학의 발달로 개화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그래도 자연 그대로 핀 꽃이 멋있다. 자연 생태계는 비와 바람을 맞고 자라야 제격이다. 태풍 같은 교란도 적당한 빈도로 필요하다. 그래야 내성을 키우고 뿌리도 깊게 내린다. 골프장 나무는 폭풍우가 불면 금방 쓰러진다. 매일 물을 뿌려줘 뿌리를 깊게 내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간교란의 가설이다. 맑은 날만 계속된다면 세상은 사막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봄날은 간다.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하염없이 떨어진 봄꽃을 보며 상념에 젖은 건 얼마 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수감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언론계 선배인 그를 두둔하거나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취재 현장에서 지켜본 그의 인생 항로와 좌우명을 남다르게 받아들인 탓이다. 매사 균형과 절제를 강조해 온지라 추락 이유와 과정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MB 정부 창업공신이자 멘토인 그의 동선을 역추적하다 보면 뭔가 잡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7개월쯤 남은 대선 정국에서 정치 발전의 바로미터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최 위원장은 눈물을 흘렸다.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칠순을 넘기면서 흘린 두 번째 눈물이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어렵고 소외받은 사람들의 권익과 사회정의를 위해 평생을 바쳤고 겸허하게 지냈다.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구설에 오르는 걸 참기 어려워 그만둔다’는 요지로 발언했다. 이때는 ‘양아들’ 정용욱 보좌관의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진 시점이었다. 취재기자들에게 불편부당한 기사를 써달라고 주문했다. 그가 흘린 첫 번째 눈물은 초등학교 졸업 후 병석에 누운 가장을 대신해 가족 생계를 책임지던 때다. 구룡포 시내를 오가며 오징어 장사를 하고 돌아오다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친구들을 만나자 숨어서 눈물을 흘렸다. 고학과 가난을 물리치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동아일보에서 28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 군부독재와 민주화 과정을 언론 현장에서 지켰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대학 동기다. # 권력은 간다. 봄날이 가듯 권력도 간다. 최 위원장의 좌우명은 내명(內明: 마음을 깨끗이 갈고 닦음)과 하심(下心: 자신을 낮추는 마음) 이다. 그랬던 그가 어쩌다가 고향 후배에게 돈 몇 억 원을 받아 쌓아온 내공이 물거품 되었나? 인간적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다. 종편 허가 관련 우호 세력임을 자처했던 메이저 언론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싸늘하다. 아마도 최 위원장은 칠순 인생에서 한 가지를 놓치지 않았는지…. 바로 ‘인물 감정법’이다. 그 중 제일 앞에 있는 게 ‘오랜 지인을 경계하라’이다. 사람을 제대로 봐야 한다. 꽃도 피고 질 때를 아는데, 오랜 지인을 만나고 거두고, 받고 저미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 대통령 5년 단임제 폐해인가? 대통령 만드는 데 앞장선 사람 상당수는 유공자 순으로 감옥에 간다. 권력실세 주변은 항상 붐비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정치사의 ‘불편한 진실’이다. 7개월쯤 지나면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벌써부터 새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17년 데자뷰가 그려진다. 나이 들어서도 절개를 지키고 못하면 추락한다(老節難). - 김경훈 CNB뉴스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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