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쩍 더워진 요즘 메마른 땅에 단비처럼 촉촉하게 내려 여심을 뒤흔드는 고마운(?) 존재들이 있다. 뮤지컬 ‘달고나’ ‘캐치미 이프 유 캔’ ‘울지마 톤즈’와 연극 ‘극적인 하룻밤’ ‘모범생들’ ‘노이즈 오프’ 등에서 맹활약하며 눈길을 끄는 남자 배우들이 그 주인공이다. 요즘 공연계는 매력이 넘치는 남자 배우 풍년이어서 특히 여성 관객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매력남의 조건도 다양하다. 각 타입별로 매력을 살펴봤다. 뮤지컬 ‘달고나’의 달짝지근 귀여운 남자 뮤지컬 ‘달고나’에는 귀여운 남자가 등장한다. 뜨거운 불에 녹인 설탕에 소다를 넣어 굳힌 추억의 주전부리 달고나를 제목으로 하는 뮤지컬 ‘달고나’는 1970년대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복고 뮤지컬이다.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었던 주인공 세우는 자신의 첫사랑 지희가 준 구형 타자기를 실수로 홈쇼핑에 내 놓는데, 이 타자기는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옥상 위의 몽블랑 소녀’에게 팔린다. 그런데 몽블랑은 세우가 쓰던 시나리오의 중요 모티브로, 세우는 자연스레 자신의 시나리오를 읽고 극찬해주던 첫사랑 지희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이 뮤지컬은 트로트 가수 박현빈의 뮤지컬 데뷔작으로 그가 남자주인공 세우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세우는 첫사랑 지희와 ‘꽃과 어린 왕자’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 ‘여행을 떠나요’ 등을 부르며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간다. 그런데 이 뮤지컬에서 세우보다 진정한 귀여움을 발휘하는 역은 따로 있으니 바로 세우의 삼촌 ‘장동건’이다. 영화배우가 되기를 꿈꾸는 장동건은 동네 담배 가게 아가씨에 순애보를 불태운다. 그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동네 불량배들과 맞서면서도 오히려 당하는(?) 모습은 안타까우면서 귀엽다. 짝사랑하는 그녀 앞에서 한없이 수줍어지는 모습도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장동건은 ‘담배 가게 아가씨’ ‘미인’ 등의 노래를 통해 애교 아닌 애교(?)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재 장동건 역은 배우 홍록기, 이훈진이 맡아 열연하고 있다. 홍록기는 능청스런 표정과 연기로, 이훈진은 특유의 강렬한 인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5월 28일까지 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여자 품어주는 다정男이 좋잖아 ‘극적인 하룻밤’ 귀여운 남자보다 성숙하고 여자를 챙겨주는 다정한 남자를 원한다면 연극 ‘극적인 하룻밤’이 제격이다. 이 연극은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 주인공 시후와 다시는 사랑을 믿지 않겠다고 결심한 남자 주인공 정훈이 우연히 결혼식에서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후와 정훈은 한 결혼식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연어초밥을 가지고 다투던 도중 각자의 연인이 서로 눈이 맞아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시후는 남자들이 정말 사랑 없이 육체적 관계가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정훈에게 하룻밤을 요구하고, 그런 시후를 달래며 함께 술을 마시던 정훈은 얼떨결에 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처음엔 육체적 관계로 시작했던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면서 새로운 감정을 키워간다. 이 공연에서는 다정하고도 섹시한 남자 정훈이 매력 포인트다. 정훈과 하룻밤을 보낸 시후는 특별한 사랑 없이도 육체적 관계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충격 받고 정훈 앞에서 줄넘기로 목을 감고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는 등 다소 엉뚱한 방법으로 자살 시도를 한다. 정훈은 이런 시후를 처음에는 내치고 피하는 것 같지만 결국엔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꾸해주면서 함께 있어준다. 처음 본, 잘 알지도 못하는 시후를 내버려두지 못하고 챙겨주는 정훈의 모습은 겉으로는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이런 다정한 모습 뒤엔 시후와 하룻밤 관계를 지닐 때 야성적으로 변하는 섹시미도 감춰져 있어 더욱 여성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다정한 섹시남 정훈 역으로는 배우 여욱환, 차용학, 이규형이 열연한다. 여욱환은 훤칠한 키와 시원한 마스크, 차용학은 근육질의 섹시한 몸매, 이규형은 다정다감한 연기로 각자의 개성을 담은 정훈을 연기한다.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5월 28일까지 공연된다.
역시 대세는 나쁜 남자? 뮤지컬 ‘캐치미 이프 유 캔’ 요즘 대세인 나쁜 남자를 만나려면 뮤지컬 ‘캐치미 이프 유 캔’으로 가면 된다. 이 뮤지컬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 주연의 동명 영화를 재해석한 것으로, 1965년 실제로 일어난 사기극을 바탕으로 한다. 남을 속이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프랭크는 부모의 이혼으로 가출한 뒤 수표를 위조해 전국 은행에서 140만 달러를 가로채고, 파일럿으로 위장하는 등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이를 눈치 챈 21년 경력의 FBI 요원 칼 해너티와 서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친다. 극 중 프랭크는 미워할 수 없는 나쁜 남자의 매력을 풍긴다.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면서 늘 거짓말만 늘어놓는 그이지만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언변에 여자들은 그에게 현혹된다. 남을 속이고 돈을 가로채 도망가는 것처럼 프랭크는 진심은 저편에 가려두고 발칙한 사기행각으로 여자들의 마음도 훔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게 된 이면에는 부모가 이혼해 늘 외로움을 느끼며 사랑을 갈구해온 과거가 있기에 나쁜 남자이긴 하지만 여자의 모성애까지 자극하는 이중적인 매력이 있다. 프랭크 역에는 엄기준, 박광현, 김정훈, 규현, 키(key)가 캐스팅돼 열연 중이다. 뮤지컬계의 알아주는 스타 엄기준은 능숙한 연기로 프랭크 역을 소화한다. 가수 출신인 김정훈과 규현은 아름다운 노래로 귀를 사로잡는다. 박광현과 키(key)는 이번 공연이 뮤지컬 데뷔작으로 열정을 다해 프랭크를 연기한다. 이들의 공연은 6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 카드 홀에서 계속된다.
가슴 따뜻해지는 착한 남자의 ‘울지마 톤즈’ 나쁜 남자와 반대로 착한 남자를 찾는다면 뮤지컬 ‘울지마 톤즈’가 제격이다. 이 뮤지컬은 아프리카 수단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을 ‘톤즈’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마흔 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고(故) 이태석 신부의 감동실화를 다룬다. 톤즈의 아이들을 위해 고 이태석 신부가 직접 노래를 만들었던 행복한 기억을 스토리로 담았다. 그동안 TV와 다큐멘터리에서 방송됐던 감동스토리 외에 그가 음악적으로 쏟아 부었던 열정, 온 세상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극화해 보다 새로운 스토리로 구성됐다. 고 이태석 신부 역은 평소 선량한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각인된 임태경이 맡았다. 또한 크리스 조, 박성환, 전재홍이 함께 따뜻한 신부의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7월 15일까지 공연.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엄친아의 ‘모범생들’ 모든 것을 다 가진 일명 엄친아를 원한다면 연극 ‘모범생들’이 있다. 연극 ‘모범생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목고 고3 학생들을 통해 비뚤어진 교육 현실과 비인간적인 경쟁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극에는 커닝 계획을 모의하는 명준과 수환, 종태 그리고 이들의 계획을 알아채는 반장 민영이 등장한다. 점점 떨어지는 성적에 불안해하던 명준과 수환은 커닝을 계획하다 단순무식한 졸부집 아들 종태에게 들키고 그를 공범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던 중 반장 수환이 가지고 있던 출석부에서 시험 답안을 청탁하는 돈 봉투가 발견되고, 명준과 수환, 종태는 이 사건을 빌미로 수환에게 수학 답안지를 보여 달라고 협박한다. 처음에 그들의 계획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했지만 반 아이들 전체가 커닝 계획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간다. 이 공연은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준수한 외모의 남자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아쉽기는 하지만 뛰어난 머리와 부유한 가정 환경, 준수한 외모를 갖춘 일명 ‘엄친아’ 반장 민영이 극의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부각된다. 민영 역은 박시현, 홍우진이 맡아 열연한다. 시험지를 풀면 무조건 100점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그들의 모습은 만화 속에서 봐오던 엄친아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져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이밖에 종태 역의 김보강, 김종구와 수환 역의 박정표, 이원과 명준 역의 박훈, 이호영, 정문성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엄친아 민영과 그를 둘러싼 친구들의 갈등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시즌 2차 공연에 들어간 이 연극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7월 22일까지 공연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남의 연기 돋보이는 ‘노이즈 오프’ 규정화된 매력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매력을 지닌 남자가 끌린다면 연극 ‘노이즈 오프’를 만나면 된다. 무대 뒤 배우와 스태프의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으로, 2006년 국내에서 초연됐고 2007년 앙코르 공연을 가졌다. 극 중에서 연극 ‘빈집 대소동’ 공연을 하루 앞두고 연출, 조연출, 무대감독, 그리고 출연 배우 여섯 명이 공연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배우들은 실수를 연발한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올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공연 중반부에 왔지만 그동안 배우들 간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게 얽혀버렸다. 연상연하 커플인 정민과 배수의 싸움이 커져 공연 시작 몇 분을 앞둔 순간까지 이들이 분장실에서 나오지 않고 여기에 연출, 조연출 그리고 여배우 나미 간의 삼각관계까지 얽혀 공연은 엉망진창이 된다. 여기서 정민과 배수 사이에 낀 현철이 엉뚱남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현철은 처음엔 연기에 진지하게 임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조금만 놀라도 현기증에 코피까지 줄줄 흘리는 등 점점 엉뚱한 모습을 보인다. 순수한 의도로 정민과 배수 사이를 도와주려 하지만 정민과 다정한 모습이 연출돼 오히려 배수에게 오해를 사고 쩔쩔 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연기를 할 때 어떤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뜬금없이 행동을 멈추고 “아무래도 이상한데”라고 말하며 극의 흐름을 끊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매력을 뽐낸다. 통통 튀는 엉뚱함을 보여주는 현철 역은 서현철이 소화해낸다. 가장 멀쩡해보였던 이 배우가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 신선한 재미다.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6월 10일까지 공연된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