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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 골프디자인 대표“골퍼는 공격, 골프코스는 수비”

“코스 어려워야 골프에 매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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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5호 김맹녕⁄ 2012.05.22 09:36:46

골프에서 승자가 되려면 복합적인 요소를 익히고 파악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골프에서 여러 가지 기술도 중요하지만 코스 설계자의 특성과 의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스코어 메이킹에 지름길이기도 하다.

골프 설계라면 대부분 외국인 유명 설계가를 떠올리지만 한국의 지형에서는 역시 토종 설계가 실상에 맞게 디자인을 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골프장은 프로,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모든 골퍼의 꿈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골프장 설계 분야에서 대표 설계가인 송호골프디자인 대표 송호 사장을 만나 그의 설계철학과 내면세계 그리고 코스설계의 기본개념과 기술적인 면을 들어봤다.

골프 설계가로서의 철학과 포부 송호 대표는 22년 경력에 현재까지 총 45개의 골프장 설계를 했는데 그중 중국이 3개, 베트남 2개이고 나머지 40개는 한국골프장이다. 가장 자랑할 만한 곳이 어디냐고 질문하자 제주도 세인트 퍼와 거제도 듀비치 골프장이라고 한다. 그의 설계기본개념은 “하나님과 함께 만드는 코스”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지형 그대로를 토대로 해 코스설계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지형은 산이 많아 계곡이 있고 업다운 심한 코스를 만들 수밖에 없는데 외국처럼 평탄한 코스를 만들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자연 그대로를 활용하고 순응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한다. 입지조건이 열악한 곳에 무리하게 골프코스를 건설하게 되면 설계 밸런스가 무시되고 균형미를 상실해 골퍼들을 위한 코스가 아니라 골프장을 위한 코스가 탄생하게 된다. 한국의 골프장 중에는 이러한 코스가 다대하다. 골프장 부지가 결정되면 설계 전 100여 차례 현장을 방문한다고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아침, 점심, 저녁, 새벽, 해질 무렵 시간대별로 일조량과 바람의 강도, 안개, 태양의 방향, 착시현상 등을 감안해 기본설계 필수요소를 토대로 설계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골프장 설계 시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이 있다면? “설계 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그린이다. 그린은 골프장의 얼굴이자 골퍼들의 경쟁의 장이기 때문에 퍼트를 잘하는 자와 못하는 자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미묘한 기복(언듈레이션)과 함정을 둬 차별화를 한다. 다음으로는 코스에서 골퍼들에게 18홀을 마치는 동안 항상 긴장하도록 하고, 스릴과 서스펜스를 맛보게 해 홀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도그레그 홀과 아일랜드그린, 깊은 벙커, 워터해저드, 코스 중간에 큰 나무 배치, OB 구역, 계곡 넘기기, 높은 언덕에서 티샷 하기, 파5홀의 두 번째 샷 때 개미허리… 등을 설계에 응용하여 끊임없는 다양성을 제공하여야 한다. 여기에 최소한 하나의 도박 홀을 만들어 경기를 박진감과 엄청난 전율을 느끼게 하고 티샷이 잘못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루는 그러한 홀이 있어야 한다. 마스터스의 무대 어거스타 내셔널 코스 12번 홀은 165야드의 짧은 파3홀이지만 잘못하다가는 1958년 톰 와이스코프처럼 13타를 잃는다. 디 오픈이 열리는 세인트앤드루스의 항아리 벙커에 빠져 13타만에 나온 여러 프로 골퍼들이 있다. 18번 홀은 극적인 마무리 홀이 될 수 있도록 버디의 기회를 제공하여 역전의 기회를 주는 홀이어야 한다. 끝으로 최근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 명코스의 조건이다.” 골프 설계자는 수성자, 골퍼는 공격자라는 개념을 알아두어야 스코어링에 유리 “골프 코스에서 설계가는 수성의 입장이고 골퍼는 공격자이기 때문에 파(par)를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는 것이 골프설계가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 중급 골퍼들은 코스 오른쪽에 흰 OB말뚝을 일렬로 배치해 놓으면 지레 겁을 먹고 왼쪽을 향해 티샷을 하는데 이곳에 러프와 하향 경사나 상향 경사를 만들어 두 번째 샷에 부담을 준다. 도그레그 홀에서는 쉽게 숲이나 해저드를 넘기도록 일목 쉽게 만들어 골퍼들을 유혹하는 덫을 놓는다. 그러나 핸디캡이 5이하인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골퍼는 여러 가지 함정과 트릭을 써도 쉽게 넘어가지를 않는다고 한다. 프로 티에서 티샷 하는 프로골퍼나 싱글디지트 핸디캐퍼에게는 아주 어렵게, 아마추어 티에서는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홀을 만들어 즐거움과 어려움을 동시에 줘 골프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게 내 철학이다. 한 홀, 한 홀 미리 연상하면서 설계를 한다. 가끔 내가 설계한 코스에서 골퍼들이 미리 설치해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광경을 보면 골퍼들은 엄청나게 화가 나 있지만 골프 설계가인 나는 뒤로 돌아서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도 있다. 물론 나 자신도 내가 파 놓은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많다.”

- 골퍼 설계가로서 포부와 꿈이 있다면?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될만한 명코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년에 3개월 정도는 미국의 100대 코스와 미국 외 100대 코스를 직접 보고 라운드함으로써 세계적인 명설계가들의 설계 노하우와 각 설계가들의 해당 지역 지형을 이용한 독특한 기술을 파악하여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6월초에는 뉴질랜드 명문 골프장을 답사하기 위해 출국한다.” - 한국의 골프장 설계 실력수준은? “외국의 비싼 설계가를 초청해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외화 낭비요 시간 낭비라는 측면이 있다. 이제는 국내 골프 설계가들도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적인 설계회사에서 몇 십 년 동안 일을 하고 돌아온 엘리트 고급 설계가들이 많다. 기술력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것이다. 단지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외국 브랜드 선호사상이 남아 있어 회원권 분양 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외국 유명 프로나 설계가를 초빙해 설계하지만 이런 작전도 요즘은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실정을 제일 잘 아는 토종 골프 설계가가 가장 명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그는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미국 외 세계 100대 코스의 선정위원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10인 패널 중 한 사람이다)”

- 골프설계가로서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이 있다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주문으로 골프장을 설계할 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설계 때는 아무 지적이나 요청사항을 말하지 않고 있다가 공정률이 60%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대기업 회장이나 오너가 나타나 현장에서 이렇게 저렇게 고치라고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코스 자체의 밸런스와 설계자 의도가 모두 무시돼 결국은 공정지연과 비용추가는 물론 코스를 나쁘게 만드는 결과만 가져온다. 외국 골프 설계가들도 이런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고 어떤 유명 프로골퍼 출신 설계가는 중도에 포기하고 귀국했다고도 한다. 골프장 오너들이 세계적인 미술작품에 관심이 많다보니 코스 곳곳에 조각 제품을 설치해 놓는 것을 많이 보는데 이것은 골프의 기본정신인 자연과의 친화라는 취지에 어긋나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작가의 예술성을 무시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 김맹녕 골프라이터 겸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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