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경남지사의 대권 행보에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가 내놓은 ‘비욘드 노무현’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노무현 정권 5년을 지나면서 국민들은 ‘정략에만 몰두하는 이른바 개혁 정치’에 신물이 났고, 그래서 ‘CEO대통령’이라는 참으로 희귀한 선택을 했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의 적통이 이명박 정권이다. 이명박 정권이 온갖 실정을 하는 바람에 야권은 정권교체를 희구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걸림돌이 있다. 새누리당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듯 “노무현 시대로 돌아가 봐야 별 볼일 없다”는 논리다. 그리고 그 단초를 이미 유권자들은 지난 총선에서 봤다. 국민들의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의 공천은 ‘계파별 나눠먹기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야권연대를 통해 야권이 대권을 차지한다 한들 지난 두 번의 ‘이른바 진보’ 정부에서처럼 ‘개혁은 잊어버리고 자리 나눠먹기에 골몰하는’ 형식이 된다면 절망은 더 깊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김 지사가 “어게인 노무현이 아니라 비욘드 노무현”이라고 주장한 것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비욘드 노무현’의 실체에 대해 김 지사는 최근 엇갈리는 두 발언을 했다. 6월4일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그는 ‘비욘드 노무현’의 내용을 “노무현 정부는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많은 애정과 철학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구현하는 과정은 관료들에 의해 거꾸로 작동이 됐다. 양극화, 부동산 문제가 대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완전한 오답이다. 정권 핵심부는 친서민이었는데 관료들의 농간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은 거의 거짓말이다. 정권 핵심이 관료들에게 “이게 목표다. 이리로 가자”라는 지향점을 제시하지 못했기에 관료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장자유주의를 지향하는 근본자세에서 노 정권의 핵심부와 경제 관료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졌기에 친재벌, “권력은 이미 시장(삼성)으로”, 노동탄압, 친토건 정책 등이 연달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오답을 내놨던 그는 7일 여의도에서 열린 대선주자 초청 포럼에서는 정답을 내놓기도 했다. “야권연대는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의 연대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노동의 가치나 진보의 가치를 현장에서 실현하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실제 현장에서 힘이 있는 쪽과 함께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지지율에 대해서도 “바닥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이 자신의 지지 기반이라고 말한 것이다. 한국 정치의 모든 난맥상은 ‘바닥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한국 사회의 거의 다’인 일해서 벌어먹고 사람들을 거의 완전히 배제한 채, 좋은 학교, 좋은 자리를 경유한 사람들만이 참여하는 여의도 정치는, 자기들끼리의 싸움은 화끈하게 잘 하지만, 국민 행복은 거의 항상 잊는다. 바닥의 반란이, 바닥의 정치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행복이 찾아지고 자살이 줄어든다. 이장 출신에다가 하늘(SKY)대학 출신이 아니기에, 그의 발언은 잘난 엘리트 출신 정치인의 발언과는 그 울림이 다르다. 오답과 정답을 엇갈려 내놓은 김 지사의 ‘비욘드 노무현’이 어느 쪽을 향해 달려갈지 지켜볼 일이다. - 최영태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