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호 박현준⁄ 2012.08.13 13:11:11
전기 온열 매트를 생산하는 A씨는 자신의 사업을 위한 대출을 받으려 했습니다. 은행은 A씨에게 대출을 받으려면 연대보증인을 세우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사업에 대하여 확신이 있던 A씨는 동사무소의 공무원인 형 B씨를 찾아가 연대보증을 부탁하였습니다. 연대보증을 서달라는 동생의 요구에 B씨는 망설였지만, B씨는 결국 A씨의 은행대출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해주었습니다. 은행은 공무원인 B씨의 변제 자력을 믿고 A씨에게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A씨의 사업은 초반에는 매출도 늘고 점점 규모가 커져갔으나, 일간신문에 ‘전기 온열 매트의 전자파 유해 논란’ 관련 기사가 게재된 뒤 어려워졌고,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A씨는 은행에서 받은 대출 이외에도 사업을 하면서 얻은 부채가 많아 결국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A씨에게 파산선고 및 면책결정을 하였고, A씨는 더 이상 빚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A씨의 파산 후 A씨가 대출을 받은 은행은 연대보증인 B씨에게 “A씨의 남은 채무를 모두 갚아라”는 통지를 보냈습니다. B씨는 동생이 이미 파산 및 면책결정을 받은 상태에서 자신이 동생의 빚을 갚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B씨는 A씨의 채무를 대신 갚아야 할까요?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B씨는 은행에 A씨의 채무를 변제하여야 합니다. 이는 무언가 불합리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지금부터 우리나라의 보증제도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리 민법상의 보증 일반적으로 보증이라 하면, 주된 채무자가 있고 주채무자가 채무를 갚지 않을 경우 보증인이 대신 채무를 변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증에는 그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인 보증 외에도 연대보증, 공동보증, 보증보험, 신원보증, 계속적 보증 등이 있습니다. 보증과 연대보증의 차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보증의 형태는 ‘연대’보증입니다. 흔히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연대보증인 세워!’라고 말하는 것을 한번쯤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보증과 연대보증의 가장 큰 차이는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를 쉽게 말하면, 연대보증인이 아닌 보증인은 채권자가 자신에게 주채무자의 채무를 대신 갚을 것을 청구한 경우 “주채무자가 재산이 있으니, 주채무자에게 먼저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고, 남은 것에 대하여 나에게 청구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를 ‘최고·검색의 항변권’이라고 합니다(다만 보증인이 최고·검색의 항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채무자에게 변제 자력이 있는 사실 및 그 집행이 용이함’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반대로 연대보증의 경우에는 이러한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없습니다. 채무자가 돈을 안 갚을 경우 채권자는 (주채무자에게 청구함이 없이) 연대보증인에게 곧바로 ‘돈을 갚을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증인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 그렇다면 보증인은 언제나 주채무자의 채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까요? 보증인 또는 연대보증인은 주채무가 성립하지 않았거나, 주채무자가 이미 채무를 변제한 경우,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이러한 점을 근거로 채권자의 청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이를 법률용어로는 ‘부종성’이라 합니다). 흔히 파산하면 모든 빚이 면제되는 걸로 생각하지만 채무자가 파산하더라도 은행은 보증인에게는 계속 빚 변제 요구할 수 있다는 점 알고 있어야 주채무자가 파산한 경우 보증인의 책임 최근에 경기 불황으로 주채무자가 파산신청을 하여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그런데 주채무자가 파산한 경우 주채무자는 더 이상 채무를 지지 않는데, 보증인은 ‘채권자에게 돈을 갚으라’는 요구에 대하여 ‘주채무자의 채무가 소멸되었음’을 근거로 하여 변제를 거절할 수 있을까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7조는 “면책은 파산채권자가 채무자의 보증인 그 밖에 채무자와 더불어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와 파산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주채무자가 파산·면책을 받았더라도 보증인은 채무를 이행하여야 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주채무자가 파산·면책을 받았더라도, 보증인은 주채무자가 못 갚은 채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의 사례의 경우 B씨는 A씨의 채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보증 때 주의할 점 보증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알고 쉽게 날인하였다가는 큰 낭패를 당하는 수가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보증을 서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증의 한도를 정해 놓던가, 주채무자로부터 담보를 제공받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하는 질문들 - 친구가 은행에서 돈 2억 원을 빌릴 때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친구의 상속인인 자녀들은 상속의 한정승인을 하고, 5천만 원만 은행에 변제하였습니다. 은행에서는 아직 채무가 1억 5천만 원이 남아 있다면서 저에게 돈을 갚으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정승인이라 함은, 상속인(자녀들)이 상속에 의해 취득한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피상속인(아버지)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정승인이 있다고 해서 보증인의 보증채무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자녀들)이 변제하지 않은 1억 5천만 원의 채무는 보증인이 은행에 변제하여야 합니다.” - 친구의 은행대출에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주채무자인 친구가 돈을 갚지 않고 있는데도 은행은 저에게 통지를 해주지 않았고, 제가 모르는 사이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보증인으로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은행에서 조금만 더 미리 통지를 해 주었더라면, 좀 더 적은 책임을 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억울합니다. “일정한 보증계약에 대하여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라는 법이 적용됩니다. 이 법에 따르면 “채권자는 주채무자가 원본, 이자 그 밖의 채무를 3개월 이상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주채무자가 이행기에 이행할 수 없음을 미리 안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보증인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 “보증인은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한도에서 채무를 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주채무자의 연체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았더라면, 일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 주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아서 보증인으로서 대신 갚았습니다. 주채무자에게 돈을 받을 수 있나요.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은 주채무자에게 대신 갚은 돈을 돌려줄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채무자가 재산이 없다면, 실제로 돈을 받아내기는 어렵습니다.” - 주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습니다. 보증인이 대신 갚아야 하나요? “주채무가 시효로 소멸한 경우, 보증채무도 소멸합니다. 따라서 보증인은 더 이상 보증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3천만 원의 주채무에 대하여 저를 포함한 3명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주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해서 일단 돈이 있는 제가 3천만 원을 전부 갚았습니다. 저 혼자 모든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억울합니다. 다른 연대보증인들에게도 보증채무를 부담시키고 싶습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다른 연대보증인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구상권의 행사).”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