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제 시장에서 BMW와 대등한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표한 ‘2012 자동차 주요 업체 실적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1.4%로, 주요 업체 중 당당 2위를 기록했다. 특히 1위인 BMW(11.6%)와의 격차가 불과 0.2%P에 지나지 않아, 현대차로선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주요 업체 중에서는 기아자동차가 9.6%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며 그 뒤를 좇았으며, 폭스바겐그룹은 6.7%, GM 5.2%, 피아트·크라이슬러 4.4%, 토요타 4.2% 순서였다. 현대차의 경우 영업이익 증가율도 높았다. 작년 동기 대비 현대차는 21%, 기아차는 25%씩 각각 증가했다. 올해 흑자 전환한 일본 업체들을 제외하곤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수치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수익성과 성장세 면에서 세계시장 톱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럽·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성장세 둔화 반면 유럽·미국 업체들은 성장세가 둔화됐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20.7%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며 선방했으나, GM의 영업이익은 17.5%, 르노는 60.6% 각각 감소했다. 특히 BMW의 영업이익도 최근 들어 감소세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MW는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률만 따졌을 때 여전히 세계 톱을 달리고 있지만,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회사 측은 지난 8월 1일 신모델 개발 비용 증가와 가격 압박으로 2분기 세전 영업 이익이 전 분기보다 19% 감소한 22억7000만 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BMW의 분기당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BMW는 성명을 통해 영업이익의 감소 원인은 인건비 상승, 개발비용 증가, 시장경쟁 격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 마크-르네 톤은 BMW 경영진이 올해 하반기를 매우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것은 지난 수 분기에서 기록한 이익들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주요 업체들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 유럽시장 침체와 인센티브 증가를 꼽았다. “유럽 판매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실적이 부진했다. 인센티브 지급을 늘렸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 5개국의 상반기 인센티브가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고 재고가 쌓인 중국에서도 양산 브랜드가 가격을 5~15% 할인 판매했다. 미국도 4월부터 인센티브가 증가하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이 높았던 이유로는 브랜드 가치 향상, 판매 단가 상승, 낮은 인센티브 유지 등이 꼽혔다. 특히 업계에서는 현지 생산체제로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는 점을 큰 요인으로 읽고 있다. 유럽 업체 부진하고 현대차 높았던 이유는? 연구소는 현대·기아차 외에 실적 호조를 보인 업체들은 ‘액티브 오너십(active ownership)’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토요타, 폭스바겐 등은 오너들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주요 업체의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토요타의) 아키오 사장이 위기 극복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면서 급속하게 실적이 회복됐고, (폭스바겐의) 피에히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중장기 전략 추진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토요타는 판매와 매출이 각각 53.6%, 42.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5900억 엔으로 흑자 전환하는 등 대지진 영향이 컸던 일본 업체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폭스바겐 또한 홈마켓인 유럽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판매(12.4%), 매출(23.6%), 영업이익(5.0%)에서 성장세를 유지했다. 한편,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 실적은 GM이 467만대로 1위를 차지했으며, 폭스바겐 464만대, 토요타 463만대, 르노·닛산 368만대, 현대·기아차 358만대 순으로 나타났다. - 정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