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9월 10일 인혁당 사건과 관련한 자신의 ‘두 개 판결’ 발언 논란으로 과거사 논쟁이 전면에 부상한 지 2주 만인 24일 5·16쿠데타, 유신독재,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일어났던 그늘진 부분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며 “그런 점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하고 관련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그간 박 후보가 5·16쿠데타와 유신독재 등을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그 평가는 “역사에 맡기자”고 주장해왔던 기존의 입장을 매우 전향적으로 수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과거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에서 늦은 감은 있으나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과오를 공개 사과하기까지 딸인 박 후보로서는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기자회견 서두에 박 후보가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고 말한 데서 그런 번민이 엿보였다. 특히 박 호보는 이번 공개사과로 그동안 살아왔던 ‘박 전 대통령의 딸’이 아니라 공인인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로서 과거사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역력했다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그러므로 더욱 더 바람직한 모습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문제는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한 안이한 대처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이를 타개하고자 마지못해 사과한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의 사과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후보로 선출되고 ‘국민대통합 행보’에 들어갔을 때부터 이런 전향적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9월 26일 KBS라디오 제8차 당대표 연설에서 “저는 박 후보의 진정성을 믿겠다”며 “그러나 사죄의 말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고(故) 장준하 선생, 고(故) 최종길 교수의 타살 의혹, 김대중 대통령 납치사건 등 아직도 장막에 가려진 많은 사건들이 있어 박 후보는 ‘이들 사건의 실체를 밝히겠다,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겠다’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 등 후보 주변에 남아 있는 국민의 재산은 모두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심이고 진정성이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 후속조치를 취할 것임을 약속했다. 따라서 박 후보가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후속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왕 어렵게 사과했다면 그 후속조치도 ‘통 크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체적이다. - 심원섭 정치전문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