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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신, 꽃을 기다리며 치유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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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6호 왕진오⁄ 2012.10.15 11:10:34

강렬한 색채로 보는 이의 눈길을 끄는 화가 심영신은 씨방을 주요 모티브로 삼아 만개한 꽃이 아닌 생명의 근원을 화면 가득 펼쳐놓는다. 꽃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내일의 생명을 잉태하고 사라진다. 혹한의 겨울이 되면 꽃들은 죽어버린 듯 자취를 감추지만 씨방에 잉태된 생명은 시간의 순환을 거쳐 다시금 살아있는 움직임으로 우리에게 미소를 짓는다. 심 작가는 색의 가치를 의식적으로 증폭시키는 작업을 통해, 단번에 감상자를 불특정하고 다의적인 색채 감각을 체험시키는 표현을 완성한다. 화면에 그려진 대상은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특별한 형태를 가진 구상회화라기보다는 추상적인 분위기로 접근된다. 무엇을 담았을까 하는 질문을 가질 만큼 자연의 실제적인 재연이 아니라 생동하는 감수성을 느낄 수 있도록 사물의 내면을 그려낸 것으로 여겨진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생명의 따뜻함” 화려하지만 그 내면에 생명의 소중함을 품고 봄을 기다리는 씨방의 응집력으로 그려진 그녀의 작품들은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관에서 펼쳐지는 2012 KPAM(대한민국미술제)을 통해 선보인다. 이번에 출품되는 작업은 심 작가가 꾸준히 추구하는 '치유'의 개념을 인간과 자연을 통해서 완성시킨 시리즈다. "길 가에 핀 꽃, 작고 여린 꽃, 숲을 이루고 있는 무성한 나무들, 이름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도 삶을 이어나가는 생명이 있지만 우리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치곤 합니다. 긴 시간을 이겨내며 묵묵하게 존재의 목적을 충실하게 지켜내는 그들에게서 때로는 강인함을, 때로는 안쓰러움을, 때로는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낍니다"고 작가는 말했다.

심 작가는 수많은 화가들이 만개한 꽃을 화려하게 그리는 것이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생명의 근원을 집중해 그리는 이유에 대해 "의식되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며, 보잘 것 없이 여겨지는 사물이지만 주변에서라도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수많은 어려움을 견뎌내어, 끝내는 세상 어딘가에 단단히 자리 잡고 건강한 종자를 퍼트리는 그들의 작고 소소한 소리를 놓치지 않고 작업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팍팍한 현대사회에서 겉의 화려함을 좇아가지 않고, 나약한 존재의 위대함이 밝고 경쾌한 미뉴에트 음악처럼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길 기대한다. 그 따뜻함과 보는 이들에게 전해져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듯하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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