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전시장 속 여러 가지 색의 변화를 보이며 눈길을 잡아끄는 작품.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과 신비함을 담고 있는 작품을 만드는 박대조 작가.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신사동 재미갤러리를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그였지만 여전히 친근하면서도 밝은 모습에 대화를 하면서도 즐거운 기운이 전해진다. 그가 오기 전 이미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품을 유심히 살펴봤다.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는 작품은 색에 따라 전하는 분위기도 다르다. 그는 앞선 전시에서 보여줬던 시리즈와는 다른 기법으로 작업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재료 자체가 확 바뀌어 그동안 다뤄왔던 돌이 아닌 비단에 새긴 작품들도 함께 전시했다. 기존의 작업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으로 새로움을 만들어나가는 그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칭찬과 부러움을 사면서도 자만하지 않았다. “저는 제 작업만이 전부라고,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술 자체를 좋아하면서 많은 예술가를 존경하고 그들의 작품에서 기운을 얻죠. 그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위해, 즐기며 작업하다보니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그 에너지와 힘이 전달되는 듯 해요.”
원래 한국화에서 출발한 그는 수묵과 채색으로 산수와 풍경을 그리다가 우연히 석판에다 산수와 풍경을 그려 넣는 작업을 하면서 대리석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었다. 현재는 사진과 조각,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작업을 하며 소재도 산수화에서 인물로 바뀌었다. 작업은 순수하게 대리석에 채색한 작품, 대리석 작업 뒤에 LED 백라이트를 넣은 작품, 사진 작업에 백라이트를 넣은 작품, 사진 작업 위에 아크릴을 투명하게 연마한 블록을 올린 작품, 라이트 박스에 사진을 넣고 렌티큘러를 이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아이들 얼굴이 달라지는 입체적 작품까지 다양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조각과 사진, 회화를 모두 결합한 작업이다. 먼저 사진을 찍고 나서 감광필름을 돌에 붙여 빛을 투과시킨다. 빛이 통과된 후 구멍이 뚫린 부분을 흙으로 쏘는 기법을 통해 돌의 표면을 쪼아낸다. 그리고 필름을 떼어낸 뒤 그 위에 다시 먹과 아크릴로 채색하는 과정을 거쳐 색다른 느낌의 인물 작업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추가로 백라이트를 비추는 방식 등 다양한 연출로 마무리한다. 이러한 방식과 함께 그가 최근 새로 선보인 작품은 비단을 재료로 만든 작품이다. 비단 천에 이미지를 새긴 작품으로 작업 방식을 바꿨는데 사진을 그래픽으로 전환한 후 이를 천 위에 오일 펜을 이용해 그린다. 그리고 이를 배접한 후 LED 조명을 작품의 배면에 설치하고 적·녹·청을 혼합해 원하는 색을 만드는 가색 방식인 RGB 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색상이 20~30초마다 변화하도록 만들었다. 기존 돌 작업과는 달리 비단으로 만든 작품은 자연과 합일된 형상으로 인해 유발되는 묘한 신비로움의 서정적 효과를 나타낸다.
이처럼 그의 작품 중 LED 백라이트를 넣은 작업은 불을 켰을 때와 끄고 봤을 때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색이 변함에 따라 또한 달라진다. 때문에 하나의 작품으로 다양한 감상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그는 독특한 재료와 함께 아이들의 눈동자 속에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담기도 하는 등 많은 시도와 노력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한다. 작품의 질을 떠나 작품 자체가 오래도록 남는다면 그것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그와 대화하다 보면 언제나 준비된 작가, 일탈을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작업이 가능하고 또 계속 발전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각과 사진, 회화가 결합된 박대조 만의 ‘뉴 폼’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들은 재미갤러리에서 10월 17일부터 11월 18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