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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 첩첩이 ‘서울의 빛’을 그려내다

따듯한 도시의 빛으로 시간의 흔적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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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0호 왕진오⁄ 2012.11.12 10:45:47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매일 마주하는 거리의 모습들은 바라보는 사람들의 그날그날 감성에 따라 천차만별 다양한 모습으로 뇌리에 기록된다. 해질녘 도심의 풍경을 따스하면서도 층층이 올린 물감으로 시간의 흔적을 그려내는 송지연(31)작가가 1년 만에 강남구 청담동 JJ 중정갤러리에 잔잔한 도시를 바라보고 느낀 일기장 같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송 작가의 작품 속 도심 풍경은 누구라도 그렇듯이 일상에서 접하는 도로와 그 거리를 한 번쯤 지나쳤을 익숙한 모습들이다. 너무 익숙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을 대비해 카메라로 순간을 담아내고 캔버스로 옮겨내어, 당시의 기억과 과거의 흔적을 감성으로 드러낸다. "치열하게 살자는 느낌으로 현실 속으로 개입한 한 사람의 시선을 담으려고 했죠. 도심을 그리면서 미처 못보고 놓쳤던 일들을 발견하게 됐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송 작가의 말처럼, 캔버스에 옮겨진 거리는 눈에 바로 보이는 익숙한 거리의 모습이 아니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감성으로 덧칠해지고, 기억의 흔적마저도 층층이 쌓여져 작가의 삶 이상으로 두터운 모습으로 화면의 가장 바깥에 자리 잡고 있다.

때론 회색빛으로 어느 때는 푸른빛이 감도는 색감으로 그때그때의 감정들이 화면을 채워내고 있다. 대도시의 헝클어진 도로 위에 서로 엉켜서 어디론가 사라져 가는 자동차들, 긴 꼬리를 흔들며 갈 곳 잃은 도시의 방랑자처럼 헤드라이트 불빛 속을 따라 걷는 사람들과 빌딩 숲에 눈에 익은 도로들이 송 작가의 주요 소재들이다. 낯익은 도시, 삶속에 드리운 따듯한 기억으로 담아내 "낯익은 도시의 거리는 제 경험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덧씌웁니다. 완성될 작품을 미리 구상하지 않고, 기억 속에 드리워진 그 때의 경험을 화면으로 옮겨다 놓게 됩니다." 송 작가의 도시 풍경은 그냥 자연이다. 푸른 숲과 동물들이 보이는 그런 여유로운 공간이 아니라 삶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일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생활공간인 것이다. 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의 머릿속에는 단순한 삶의 터전이 아니라 숨결이 묻어나는 공간으로 치열함마저도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송 작가의 작품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체질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아직은 세상에 마음을 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시라는 공간에 있는 건물과 차량들 모두 사람들의 체취가 묻어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굳이 직접적으로 사람을 그려 넣지 않는 다는 이유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뒤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그리는 대상들이 따듯한 사람으로 다가오는 순간, 사람 냄새 깊게 풍기는 모습을 그려낼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1년 여 만에 펼쳐내는 개인전을 통해 송지연 작가는 외형의 보이는 화면보다 그 밑에 스며있는 색채의 깊이가 더 깊다는 것을 관람객이 알기를 바라며, 늦가을 저물어가는 도시의 쓸쓸한 모습을 조금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향수와도 같은 의미를 공감하기를 희망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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