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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 작가, “산(山)은 신(神)이다”

영묘한 '천산' 주제 40년 화업 총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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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1호 왕진오⁄ 2012.11.19 11:04:34

산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느끼며, 국내외의 많은 산을 직접 올라 스케치하고 작품화해 온 한진만(64) 화백이 40 년간의 화업을 총망라하는 작품을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 선보인다. 진정한 한국화의 기준은 재료나 기법에 있지 않고 한국적인 혼을 그림에 담아낼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말하는 한 화백은 비움과 채움을 그려낸다. 국내외의 많은 산을 직접 스케치하고 작품화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 살아남아 있는 것은 영산(靈山)이다. 그에게 영산이란 "그리면서 나 스스로가 그 안에 몰입되는 느낌을 받게 되는 산"이며, 그의 가슴 속에는 아직도 금강산, 마이산, 청량산이 살아 있다. 이런 그가 15년 전 꿈에도 그리던 금강산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마이산과 청량산을 오르며 받은 자신만의 조형성과 표현기법으로 화면에 마음껏 쏟아냈다. 금강산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선대 화가들이 가장 즐겨 그린 산 앞에서, 겸재의 금강전도를 사진이 아닌 실제 풍경으로 보면서 그릴 수 있다는 데서 느낀 전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그의 작업에는 10년 넘게 우리의 산하가 빼곡히 들어왔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그의 화면에서 금강산, 마이산, 청량산이 없어지고 대신 히말라야와 에베레스트의 산세가 들어온다. 한국 산이 그림에서 사라진 이유에 대해 "없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 산들을 꾸준히 그리며 탐구하던 중 갑자기 내 가슴 속으로 히말라야산맥이 들어왔고, 아직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대학 교수로서 정년을 앞두고 최근의 산수화에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산수화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학교에서는 정년이지만, 작가로서는 새로운 출발을 앞둔 것 같다는 말도 함께 덧붙인다. 정신적 고갈을 동양 정신으로 살리려는 움직임, 먹으로 그려내 한 화백은 "히말라야의 산들은 신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 보였고, 그 자체가 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산 정상을 감싸는 구름들은 신들의 호흡이 남긴 흔적처럼 보였고, 우주의 숨결을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의 산수화 작품에서 하얀 부분은 여백이면서 동시에 산의 기운을 표현하는 공간이 된다. 그의 작품에서 산들은 축소된 지구처럼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조성되며, 중심부는 마치 영산이 호흡하는 여백으로써 안개나 강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파도와 바람이 몰아치는 전경으로 나타난다. "겸재의 금강전도가 눈앞에 펼쳐진 듯 실물의 금강산을 내 손으로 그릴 때의 전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때 산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한진만 화백의 작품은 선(禪)을 위한 선(線)으로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화면의 넓은 공간을 채우면서 비운다. 붓 끝에 머금은 검은 먹이 하얀 종이 위를 반복하여 지나며 형상을 마련하는 동안 여백이 형성되는데, 바로 채움과 비움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결과를 보인다.

붓놀림은 거칠어 보이지만 정선된 격동의 선 형태로 이루어 나간다. 절제와 단순화가 마련하는 작가의 산과 물은 끝없는 정적 속에 있다. 이 정적은 경건과 숭고함을 수반한다. 그래서 아름다움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의 웅장함과 숭고함, 때로 처연하고 고요한 기운이 확연한 그의 작품은 오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에게 이제 '산(山)은 신(神)이다' 영묘한 '천산(天山)'을 노래하는 한 화백의 작품이 마음에 다가오는 이유다. 그의 그림에서는 새로운 기법으로 다양한 접근을 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주제보다 표현법에 주력하며, 오직 산수화만을 고집하며 독특한 화법을 구사한다. 그의 산수화는 주관적인 것으로서, 형태와 선 모두가 본질에서 나오는 순수함을 담고 있다. 화면에 조형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대담한 설정을 가하며, 여백은 무한한 힘을 갖는다. 한 화백은 자연을 관념적으로 이상화하려는 전통적인 동양 산수화의 개념을 벗어나 마음으로 느끼는 산을 표현한다. 황토 흙을 그림에 직접 사용하는 점에서 전통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화법의 시도에도 과감하다. 오직 산수화만 고집해온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이나 필법을 이번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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