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4·11 총선 직전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해 10월15일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44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지난 4·11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온라인투표자 3만6486명 가운데 동일한 IP에서 2건 이상 중복 투표한 경우는 51.8%인 1만8885명(3천654건)이나 되고, 10건 이상 같은 IP에서 투표된 경우도 전체 투표자의 24.4%인 8890명(372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절반 이상 중복투표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특히, 통합진보당 후보자 중에서 최고 특표를 기록했으나 부정경선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석기 의원이 전체 득표수 1만136명 중 절반이 넘는 5천965명(58.85%)이 중복투표였던 것으로 나타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 의원에게 부정 투표해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은 대부분 그가 운영한 선거대행업체 CNC 직원과 자회사 직원 포함 405명 중 구속자 3명을 포함해 204명이 입건됐으나 정작 이 의원은 입건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이 사건과는 다른 CNC의 선거비용 국고보전 사기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기소됐다. 득표순으로 1~9위까지 중복득표율이 60.8%~39.9%나 될 정도로 광범위한 중복투표가 이뤄졌으니 경선 자체가 부정투표로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렇듯 중복투표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발표돼 이마저만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애초 통합진보당 쪽이 해명했듯이 열악한 투표장 여건 등으로 불가피한 중복투표가 이뤄진 경우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발표대로라면 진성당원의 총의에 의해 당을 운영하고 후보자를 뽑아왔다는 진보정당의 정당성과 도덕성을 뿌리째 뒤흔드는 사안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더구나 애초 당권파가 부정투표를 주도했다고 비난하며 탈당까지 결행한 비당권파 쪽 인사들도 당권파 못지않게 중복투표를 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따라서 당권파 쪽 인사들의 거취 문제와 함께, 비당권파 인사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진보정의당 차원에서 진상규명 등 투명한 처리가 불가피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진보정당의 생명은 도덕성에 있다. 자신이 저지른 부정행위는 감추고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는 인사들이 지금껏 진보정치인을 자처해 왔다니 어이가 없다. 진보정치인을 자처한 일부 인사들이 조그만 권력이라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뿐더러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총체적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한 들끓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 어떻게 해서든 당권을 놓지 않으려 했던 당권파도 그렇고, 자신들의 선거 부정행위는 숨긴 채 당권파를 몰아내려 했던 비당권파도 결국 오십보백보가 아닌가 하는 심정에서 실망감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도덕성을 잃은 진보정당에 애정을 기울일 국민은 없다. 도덕성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심원섭 정치전문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