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 단풍은 비바람에 어김없이 흔들린다. 그러다 떨어져 낙엽은 새 생명의 거름이 된다. 울긋불긋 단풍은 알고 보면 잎을 떨쳐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눈요기 감으로 즐긴다. 자연을 둘러싼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셈이다. 늦가을 비바람과 단풍, 낙엽을 보며 표류하는 우리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왜일까? 마침 영국 옥스퍼드대학 선정 2012년 올해의 단어가 ‘총체적 난맥상’ 이다. 영국의 경제 붕괴상황과 정치권의 잦은 횡포, 그로 인한 국민들의 실망과 불편이 그 선정 이유다. 한마디로 총체적으로 잘못 가는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작년도 이 대학 올해의 단어는 ‘쥐어짜인 중산층’ 이었다. 어쩌면 우리와 그렇게 비슷한지, 우연의 일치치고는 딱 들어맞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발생하는 글로벌 사회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옥스포드 올해의 단어에 ‘총체적 난맥상’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선후보들은 3무(無), 선거전도 3무(無)다. 박근혜의 무변화, 문재인의 무원칙, 안철수의 무경험이 3무다. (이 글을 쓰는 23일, 아직 야권 후보단일화가 안됐기에 문·안 두 후보를 넣는다) 아울러 선거전은 검증과 토론, 정책이 실종된 3무다. 무개념 졸속과 부실이 판치는 안갯속 대선정국이다. 이런 ‘묻지마 대선’에서 과연 국민은 어디에 있는지, 대선후보들의 단골메뉴인 ‘국민’ 속에 과연 국민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사를 봐도 대통령(군주)이 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爲君難) 하늘이 내려준다지 않는가. 중국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청나라 옹정제는 정치의 막중한 책임을 자기사명으로 삼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노심초사, 불철주야, 위정헌신 하다 57세에 세상을 떠나며 평생 가장 경계한 게 포퓰리즘이었다. 문·안 두 후보 단일화는 벼랑끝 정치게임이다. 정권교체를 내걸며 국민을 담보로 들먹이지 않는지. 바꿔 말하면 소위 ‘그들만의 리그’ 다. 대선후보들의 선심성 공약 못잖게 의원들은 ‘퍼주기 입법’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의 안중에 국민은 없어 보인다. 도청 이전, 국도 관리 등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부분까지 중앙정부에 떠넘기고 있다. 향후 5년간 드는 재원은 35조에 달한다. 국가 살림살이는 어떻게 되든 자기 지역구 표만 챙기고 보자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장 등 지도부도 ‘묻지 마 입법’에 동참 더욱 심각한 것은 여야 따로 없이 의회 지도부까지 퍼주기 입법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충남도청 이전 특별법은 강창희 국회의장과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의 김광림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6명이 공동 발의, 여야 94명이 법안발의에 찬성했다. 찬성자 중에는 민주당 박병석 국회부의장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 대전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교통대란을 위기를 불러온 일명 ‘택시법’ 대표 발의자는 새누리당 이병석 국회부의장과 민주당 박기춘, 노웅래 의원 등이다. 문제는 세금이다. 퍼주기 입법을 쏟아내는 의원들 세비는 물론 대선후보 경호비용도 만만찮은 국민 몫이다. 그들은 국무총리급 경호를 받는다. 국회의장, 대법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4부 요인에 적용되는 경찰경호 최고등급 ‘을호’ 수준이다. 포퓰리즘이 춤추는 대선정국과 이에 편승한 묻지마 입법…이들의 안중에 국민은 없다. 그러나 국민은 다 아는데, 정치인만 모르는 격이다. 당국자미 방관자청(當局者迷 傍觀者淸)이란 옛말이 생각난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미혹에 빠지기 쉽지만, 곁에서 보는 사람은 맑은 정신으로 대세를 읽는다. 바둑판을 정치판으로 보면 딱 들어맞는다. 총체적 난국이다.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