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만들어 낸 가장 커다란 변혁은 아마도 전통 예술에서 일어난 것들일 것이다. 화가는 이제 더 이상 사진에 몇 번이나 찍힌 적이 있는 세계를 그릴 수 없게 되었다. 대신 화가는 인상주의와 추상 예술을 통해 창조의 내적 과정을 표현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마찬가지로 소설가도 사진, 출판물, 영화, 라디오 등을 통하여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이나 사건을 더 이상 묘사할 수 없게 되었다. 시인과 소설가는 우리가 통찰력을 얻을 수 있고 그것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우리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정신 내면의 움직임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하여 예술은 외부 세계를 모사하는 것에서 내면을 창조해 내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세계를 그대로 모사하는 대신, 예술가들은 대중의 참여를 위해서 창조적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으로 전환 하였다. 이제 예술가들은 우리에게 그 만들어 가는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마샬 맥루한 <미디어의 이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순간들을 분리해 낸다는 것은 사진만이 가지는 독특한 성격이다. 그리고 기술 때문에 생긴 우리 감각생활의 극단적인 편견과 왜곡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시해 버리고자 하는 진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이러한 무의식적 상태에 두는 것에 더 이상 만족하지 않는다. 점차 그 무의식에 대해 우리들은 집요하게 관여하고 있다. 이것은 사진 기술로부터 커다란 힘을 받아 이루어진 자의식의 한 과정이다. 사실 현대인은 자신이 일상적으로 교육받아 온 문화 교육이 너무나 피상적이고 소비자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진정한 예술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역설이 생긴다. 즉 현대 예술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들이 예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관여를 요구하는 이러한 시대에는 우리들이 머나먼 목표들을 시각화할 수 없다는 데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상업 영화, 광고 사진, 대중예술로 이루어진 소비자 문화에 도전하는 동시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작품 사진과 현대 예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마침 여기 이러한 일상적 경험과 자의식의 과정에 대해 집요한 탐구를 진행하는 일본 작가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진행한다.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우리의 시지각들 속에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환상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를 드러내는 작가인 토시유키 난조(toshiyuki nanjo)는 일상에서의 다양한 지각과 인식의 문제를 사진으로 엮어 한편의 스토리를 생성한다. 그러한 방식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는 우리들이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바꾸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생생하게 인식하게 하게 유도한다. 그는 물감이나 언어보다 훨씬 더 회화적으로 대상을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역전이라는 효과를 내었다. 그는 사진에 자기 묘사의 방법, 즉 문장 구성법 없는 진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반대로 우리들에게 내면세계를 묘사하려는 자극을 불러일으키며 인간내면의 세계를 살필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다. 그의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우리들이 주목하도록 만들면서 육체와 정신의 내적 동작과 자세를 포착함으로써 단순한 회화적 세계를 초월하여 인지심리학이라는 세계로 우리들을 초대한다.
Void International의 국제 교류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사된 토시유키 난조(toshiyuki nanjo)의 전시는 일본 교토에 있는 HRD Fine Art(대표 Akikazu Harada)의 기획으로 성북동 스페이스 오뉴월(대표 서준호)에서 12월 9일까지 진행된다. - 장수종 연구소장(Meta Space Media Lab·이도공간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