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의 난, 청년백수 등 최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신조어들은 우리 시대 자화상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질풍노도 못잖는 취업궁핍의 일그러진 거울임에 틀림없다. 젊은 작가 양은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변인들과 자신의 삶을 현실 세계가 아닌 만화적 형상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통해 시대적 자화상을 표현한다. 양 작가는 “무기력하고 열정 없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면서 대상을 파악하게 되었다”며 “저 역시 삶의 목표가 사라짐을 느끼며 고뇌했던 것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고 했다. 그림에 들어있는 이미지들이 만화의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바로 자신과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상에 주목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최근의 젊은이들이 세상을 대하는 대상이 사라져 버린 것 같다”며 “정체성조차 찾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는 모습을 있는 비판적 시각이 아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작업을 3년 여 정도 진행하고 있는 그에게도 현실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현재의 작업 즉, 그림을 계속해서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항상 자신을 따라 다닌다고 한다. “붓을 잡는 순간, 고민 사라져” 양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감성을 자아낸다고 한다. 복잡한 시간, 상황이 발생하여도 붓을 잡는 순간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느낌을 주기에 천생 화가의 길을 가고 싶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재미난 캐릭터가 등장하며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아직은 완성된 주인공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단일 캐릭터로서 그가 만들어가는 세상 이야기를 화면에 담아보고 싶다는 속내도 밝히고 있다. 관객들이나 일반인들이 전시장이나 지면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바라보면서 즐거움을 가졌으면 한다고 희망한다. 바로 자신이 그림을 그리면서 현실의 괴로움을 잠시 잊었듯이 그들도 자기의 그림을 통해 잠시 나마 세상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시대 중추로서 살아갈 젊은이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고민들이기에 기성세대가 그리 관심을 안 두는 면도 일면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현재는 우리 시대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거울이기에 현재의 젊은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단순함마저도 우리는 예의 주시하며 그들의 고뇌를 덜어 줄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시간이 도래하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가 그려낸 세상의 단편을 보고 그냥 쉽게 넘어 갈 수 없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