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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대통령의 누비지갑·타조가방…“대접받는 국산명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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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9호 김경훈⁄ 2013.03.25 14:12:14

강경식(77) 동부그룹 고문은 IMF 환란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재무부장관과 대통령비서실장, 3선 의원을 거친 그가 잘한 일 중 하나는 책을 낸 것이다. 20년 전 ‘국산품 애용 식으론 나라 망한다’ 를 썼다. 미얀마에서 순직한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성장경제 정책을 입안한 그의 이력을 보면 이 책은 다소 생뚱맞다. 그러나 무역장벽이 무너진 글로벌 무역환경을 한 발 앞서 진단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시 쌀시장 개방을 앞두고 나라가 뒤숭숭했다. 외제품은 무조건 나쁜 것이고, 배격의 대상이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누비지갑과 타조가죽가방이 가격과 명품논란에 휩싸인 장면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직도 국산품을 쓰면 애국이고, 외제품 사용은 나쁜 것인가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물건 값을 계산하면서 꺼낸 누비지갑은 지금 없어서 못 판다. 일부 언론에서 4000만원이라 보도했다가 급히 정정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소규모 공예업체 ‘소산당’ 에서 수작업으로 만든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의 ‘국산품’ 진단 이 회사 창업주 김소애(81) 할머니가 들려준 노(老)장인의 애환은 심금을 울린다. 당당한 대한민국 제품이지만 중국 업체들이 죄다 따라 해서 값을 100원도 못 올린다는 것이다. 저가 물량공세를 퍼붓는 중국산 짝퉁이 범람하는 가운데 선전하는 국산 수공예품의 버거운 현실이다. 이제 대접받는 국산 명품이 나올 때가 됐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들었다는 회색 타조가죽 가방도 언론에 노출돼 화제를 모았다. 중소기업 휘권양행의 ‘호미가’ 브랜드로 전량 미국과 일본으로 수출중이다. 당시 100만원대 가격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조윤선 대변인 (여성가족부 장관)도 비싸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이라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국산품에 대한 사회적 잣대와 분위기다. 국산 명품이 비싸면 이상하다는 풍토 말이다. 외제품 사용을 죄인처럼 다루는 분위기도 문제다. 글로벌 무역장벽이 무너진 지 오래다. 중요한 건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고, 무엇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가이다. 3월15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났다. 아직 효과를 논하기 이르지만 긍정적인 성과가 여기저기 나온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건 대기업만 배불리고 중소기업은 줄도산 할 것이란 억측이 빗나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미 수출은 3.1% 늘어 전체 대미 수출 증가율(2.7%)를 앞섰다. 괴담과 소문 일축한 한·미 FTA 효과 한·미 FTA는 외국 투자증가와 고급 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57.8% 늘었다.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외국기업 R%D 센터 국내유치가 진전되고 결국 일자리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산 농산물이 밀려들어 우리 농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괴담과 소문도 허무맹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산물 수출이 7% 증가했지만 수입은 16.8% 줄어들었다. 한·미 FTA 효과가 빛을 보고 있다. 국산품 애용과 외제품 배격은 시대상황과도 맞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누비지갑과 가죽가방 논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통합은 새 정부 국정플랜 가운데 하나다.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대통합으로 천하를 재패한 조조의 부인 변(卞)씨는 전리품 중 중간 것만 취했다는 일화가 있다. 너무 좋은 것을 취하면 탐욕스럽다는 비난에 휩싸인다. 그렇지만 너무 형편없는 것을 취하면 위선적이라고 손가락질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 (有錢能使鬼推磨). 그러나 균형감각과 절제로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글로벌 마인드가 중요하다. 국산품 애용과 외제품 배격이 애국인 시대는 지났다. 20년 전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의 진단과 혜안이 의미 있는 이유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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