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으로 가면 된다. 현재는 시장에, 미래는 도서관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도서관 불빛은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자 경쟁력을 키우는 바로미터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서관 현황은 절망적이다. 숫자는 작년 기준 799개, OECD 국가 중 꼴찌다. 항상 예산 부족에 허덕인다. 도서관과 일선 학교의 운영비용 중 전기요금도 큰 짐이다. 꽃샘추위로 잠시 주춤했던 꽃봉오리들이 만개하고 있다. 꽃샘추위에 흔들이는 건 꽃만이 아니다. 일선 학교와 도서관도 꽃샘추위에 떨었다. 전기요금 부담에 허리가 휘어 난방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용 전기요금은 2008년 대비 무려 30.1%나 인상됐다. 2년 후면 초중고 전 과목 교과서를 디지털화 하는 스마트교육이 본격 시행된다. 전기 수요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용 전기요금 산정기준을 산업용의 70% 이내로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 진전이 없다. 새봄을 맞아 생뚱맞게 전기요금 문제를 꺼낸 건 대기업들이 전기로 떼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 사업으로 수 천 억대 수익을 올린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65%를 넘는 곳도 있다. 고통 분담에 한전은 적자, 대기업만 배불려 돈 버는 거야 자유지만 불편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력을 수급하는 한전은 적자투성이다. 대기업에서 전기를 비싸게 사 제값을 받지 못하고 공급해서다. 이런 와중에 학교는 학교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전기요금에 허리가 휜다. 전기는 일종의 공공재(公共財)다. 공공재를 놓고 한쪽은 떼돈을, 다른 쪽은 고통분담에 시달리는 현상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나 사회적 책임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해 한전은 841억 영업 손실을 냈다. 총부채는 91조원에 달한다. 해외 발전소 건설 입찰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유는 간단하다. 적자투성이 재무제표 때문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에 공사를 맡기기 만무하다. 공기업 무늬를 벗었지만 아직도 제자리를 못 찾는 주식회사 한전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발전사업 대기업들의 경영성적표가 낱낱이 나와 있다. SK E&S는 영업이익률이 무려 65.2%다. 도시가스사업을 하다 2년 전 전력회사 케이파워를 인수합병하면서 이익이 급증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영업이익률 9.5%에 3400억원 이익을, GS파워와 GS EPS는 영업이익률이 각각 10.6%와 12.6%로 나타났다. 이처럼 발전 사업이 눈먼 고수익이다 보니 대기업 각축장이 된 지 오래됐다. “꽃은 반쯤 펴야 보기 좋다” 대기업 발전 사업은 12년 전 전력산업 경쟁체제에서 시작됐다. 전력 소매판매는 한전이 전담하되 생산은 경쟁체제로 개편한 데서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발전 용량 가운데 민간 비중은 앞으로 22%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강국도 결국 양질의 전기에서 비롯됐다. 꽃샘추위가 스쳐갔다. 어김없이 돌아온 새봄은 화개반주미취(花開半酒微醉)를 알려준다. 꽃은 반쯤 폈을 때 가장 보기 좋고, 술은 적당히 취해야 좋다. 피고지고, 들고나고, 주고받는 때와 품격이 분명 있다. 남의 눈물이 자기 웃음이 되면 곤란하다. 일부 대기업이 발전 사업으로 떼돈을 버는 것은 그래서 보기 안 좋다. 꽃샘추위는 개화를 늦추기도 하지만, 삼투압을 높여주는 순기능도 있다. 가지를 흔들어 곳곳으로 수분을 잘 흡수시킨다. 이윤추구 기업의 순기능은 사회적 책임이다. 사회공헌에 앞장설 때 깨끗한 부자(淸富)로 대접받는다. 전기요금 부담에 차디찬 봄을 맞았던 일선 학교와 도서관을 뒤돌아보며, 올여름 한증막 교육현장을 떠올리는 건 지나친 기우(杞憂)일까?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