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이지수 “변함없는 주제는 빛과 색”

빛과 색 중시 수천 번 붓질해 잔상과 현상 그려

  •  

cnbnews 제322호 김대희⁄ 2013.04.15 11:42:52

“작품의 주제는 빛과 색이에요. 그림을 그려오는 동안 이 주제는 바뀐 적 없이 이어져 왔어요. 중간에 재료와 소재는 바뀌었지만 주제는 그대로죠.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데 이점이 또 재밌어요. 작품에 특별한 철학을 담지 않았고 내가 보고 재밌는 것을 그리죠.” 서울 평창동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지수 작가는 빛을 색으로 나타내는 그림을 그린다. 그녀의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어떤 그림일까 궁금했다. 막상 그림을 보면서도 회화인가 사진인가 헷갈리기도 했는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명확한 형태가 없는 추상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기 때문에 바라보는 이들의 많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특히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바로 인간의 신체 즉 엉덩이처럼 보인다는 말이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일반인이나 평론가들은 복숭아나 엉덩이 같다는 얘길 가장 많이 했어요. 사실 문틈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그린 작품인데 얼핏 보면 그들의 말처럼 보이기도 해요. 벽 모서리를 그린 작품이 있는데 따뜻한 색을 사용하면 마치 사람의 살같이 느껴져 정말 몸처럼 보이는데 엉덩이로 많이들 생각했어요. 색에 따라 달라 보이는거죠.”

현재 유화로 그림을 그리는 그녀는 사실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종이에 수묵담채로 그림을 그렸다. 동양화를 그릴 당시 문틈에서 나오는 빛을 그렸는데 그 빛을 자신으로 의인화 했다. 어린 시절 열등감이 많았고 나약했던 자신의 모습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틈으로 작은 빛이 새어나오지만 저 문을 열면 환한 빛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자신도 그렇게 되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해석은 자유롭게 관람자에게 맡긴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왠지 모르게 이국적인 느낌이 풍기기도 하는데 국내에 돌아 온지는 이제 2~3주 정도 뿐이 안됐다. 10여년이란 오랜 시간 미국에서 활동한 탓도 있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뉴욕 스타일 그림 같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고 한다. “2003년 국내에서 전시를 하는데 외국 사람들이 많이 왔어요. 당시 뉴욕에서 공부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죠. 뉴욕 스타일 느낌이 많이 난다고들 했어요. 그래서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무 준비 없이 3개월 만에 뉴욕으로 떠났어요. 정말 막무가내로 갔으니 너무 힘들었어요. 대학원 졸업 후 뉴욕 에이아이알 갤러리(A.I.R Gallery)에서 활동했어요.”

작품에 특별한 철학을 담지 않는다는 그녀는 빛의 잔상이나 현상을 그린다. 빛이 주는 번짐 즉 우리가 강한 빛을 바라봤을 때 눈에 그 잔상이 남아있는 경험은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이러한 빛으로 인해 어질 거리는 느낌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실제로 작품을 봤을 때 어지러움을 주기 위해 작업하기도 한다. “뉴욕에서 수십 년 해오던 종이와 먹을 버리고 캔버스와 유화로 재료를 바꿨어요. 재료라는 건 참 중요해요. 자신에게 맞아야 하니까요. 문틈 사이의 빛에서 사물에 비치는 빛으로 소재도 변했죠. 주제는 같지만 형태가 달라지고 색을 자연스럽게 쓰게 됐어요. 빛이 강하게 비치면 사물이 달라보이는데 색에 따라서도 변해요. 꽃이나 복숭아, 사과 등 사물을 많이 그렸고 어떤 형태를 알아보는 것보다 연상시키는 작업이 재밌었어요.”

홀연히 떠난 뉴욕, 작품 경험과 사색 그녀의 작업에서 색 선정은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로 대상을 먼저 정하고 색 선정을 한 후 캔버스로 옮긴다. 색에 따라 결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색에 민감하다. 손과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신기하게 붓의 자국이 별로 없다. 여기에는 오랜 시간 붓질을 하는 노동집약적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음에 들 때까지 수백 번은 기본이며 수천 번에서 수만 번까지 칠하기에 작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뉴욕에서 많은 경험과 활동을 해온 그녀가 다시 돌아온 이유 또한 떠날 때와 같았다. 돌연 떠났던 것처럼 갑자기 돌아온 것이다. 어떤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기보다는 이끌림에 왔다는 얘기다. 언제나 색에 대한 고민 그리고 작품의 변화를 고민한다는 그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작품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소통한다. 때문에 오래토록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계획이고 영원히 가야할 길이라고 웃어 보였다. 국내에서 다시금 활동할 준비로 바쁜 그녀를 보며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됐다. - 김대희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