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안경테 제조업을 하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실제로는 동업이었지만, 대외적으로는 회사의 체계를 갖춰야 했기에 한명은 대표이사를 하고 다른 한명은 직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사람은 정말 열심히 일했으나, 중국산 저가 안경테의 덤핑 공세 때문에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정말 많이 싸웠고 서로에 대한 불만이 많이 쌓이게 됐습니다. 회사를 폐업한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대표이사 직함을 가지고 있던 친구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임금 체불 사건으로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깜짝 놀라서 노동청에 가보니, 직원으로 일했던 친구가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로 진정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르면 사용자(고용주)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해야 합니다. 물론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는 있습니다.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임금체불은 체불한 임금의 액수가 큰 경우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대표이사로 있었던 친구는 자신이 이름만 대표이사였고, 실제로는 동업임을 주장했지만 고용노동청에서는 검찰청으로 사건을 보냈고(송치) 검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대표이사인 친구는 동업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사업에 집중하지 못할까 걱정했고,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매달 3백만 원은 친구의 통장으로 송금을 해주었습니다. 내부적인 사정을 모르고 객관적인 자료만으로 판단하면, 직원으로 있던 친구는 매월 3백만 원의 월급을 받았고 그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처음 사건을 접했을 때, 굉장히 난감했습니다. 객관적인 자료만 보면, 대표이사는 임금체불의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왜 동업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셨나요?”라고 묻자, 대표이사는 “친구끼리 그냥 믿고 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법정에서 심하게 다투어졌고, 그 과정에서 다행히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직원으로 있던 친구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불만을 이야기 했고 친구 간에 소통이 부족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다행히 증인신문 과정에서 두 친구는 서로 화해하고, 고소를 취하하고는 기분 좋게 술 한 잔 하러 갔습니다. 임금체불로 진정이나 고소를 한 경우라도 고용주와 근로자가 합의를 한다면 별도로 처벌을 받지는 않기 때문에 사건은 즉시 종결됐습니다. 이를 법률용어로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라고 하는데, 임금체불 사건의 경우 체불임금의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법정에서 합의하고 사건을 종결 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사건은 두 사람 간에 동업계약서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이와 같이 실제로는 동업관계이지만, 대외적인 형태로는 고용관계인 경우에 임금 체불과 관련해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동업계약을 할 때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투자를 받은 것인가 빌린 것인가? 보통 자신의 사업이 매우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면, 자금을 빌리게 됩니다. 반면에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 하거나 성공에 자신이 없는 경우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1년 LG전자가 스마트폰 투자를 확대하면서 유상증자를 했을 때, 엘지전자의 주가가 하락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엘지전자의 증자는 일종의 외부 투자를 받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이 일시적으로 그렇게 움직인 것입니다(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엘지전자는 주가를 회복했습니다). 사업이 잘 되는 시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업이 순탄하지 않아 분쟁이 생긴 경우에는 결국 돈이 문제 됩니다. 특히 사업 도중에 추가 자금이 투입되거나 외부 차입이 있는 경우에, 이를 투자금의 성격으로 볼 것인지 대여금의 성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문서로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목상 투자금이라고 하더라도 반환약정이 있는 경우 사실상 투자금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아래의 조항은 강남구에 있던 대형 식당의 동업 계약의 해지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조항입니다. 「제11조 (이익의 배당) 갑은 을에게 을의 출자금에 대하여 사업 개시 시점으로 부터 3개월간은 출자액의 10%를 이익으로 보장해 주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투자금을 반환한다.」 갑(사업주)은 을(투자자)에게 위 약정에 따라 출자액의 10% 이익을 배당해야 했는데, 사업 초기에 수금이 원활하지 않아 기일을 어겼습니다. 그 이후 사업은 궤도에 올라 사업주는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계속 배당해 주었습니다. 그러다 경기 침체로 인해 사업을 폐업하게 됐고, 이때 투자자는 사업주에게 출자금의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투자자는 사업 초기 3개월간의 이익을 보장해 주지 못한 것을 문제 삼아 출자금을 돌려달라고 했고,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이익도 배당하고 출자금도 돌려주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사업주은 투자자에게 상당부분의 출자금을 반환하는 것으로 합의를 하고 소송을 종결했습니다. 계약서의 조항을 잘못 작성한 것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동업계약 해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동업 계약의 기간을 정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된 경우 해지하는 것은 별로 문제가 없지만, 동업자간 견해의 다툼 등으로 인해 계약을 해지해야 할 경우 계약 해지 사유에 대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업이 잘되고 있을 때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동업자 중 한사람이 무리한 욕심을 부리거나 일부 사업을 독점하려는 의도에서 계약의 해지를 하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경우 법률분쟁의 시간이나 비용 때문에, 상당수의 중소기업은 해당 사업자체를 접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결국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의 배를 갈라 버린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대비해 사업의 형태와 종류에 적합한 해지 조항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업관계 해지 후 청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동업관계는 민법상 ‘조합’입니다. 따라서 동업관계가 깨지는 시점에서 자산을 평가해서 청산을 하면 됩니다. 그러나 자산의 가치에 대해 동업자간 서로의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이 잘 안돼 동업이 깨지는 경우 투자금의 반환 분쟁이 생깁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받게 되는 청산금이 훨씬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제조업 등 유형의 설비가 있는 사업이 아니라, 인맥이나 조직에 기반을 둔 사업의 경우 사업장의 임대보증금과 집기 외에는 청산할 것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는 돈도 청산해야 하지만, 남는 빚도 청산해야 합니다. 대출의 경우 금융기관 또는 채권자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채무의 부담 주체도 잘 정해야 합니다. 이를 잘 정하지 못한 경우,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취소소송 등 각종 소송을 제기당할 수 있습니다. 동업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동업자간의 신뢰입니다. 그러나 동업계약의 내용은 초기에 제대로 정해두지 않으면, 서로의 인간관계까지 깨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동업자간 신뢰에 바탕을 둔 치밀한 계약서 작성이 필요합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