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조그마한 도시에 “우리 집에서는 테이블 당 소주 한 병 이상은 팔지 않습니다”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는 유명한 식당이 있었다. 아마도 주량이 소주 두 세병 이상 되는 애주가들이라면 이 식당에 결코 가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날 전 대표는 일행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우연히 이 식당을 찾았다가 재미있는 상황을 목도했다. 맞은편에서 두 명의 손님이 식사를 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소주 한 병을 해치우더니 그 중 한 사람이 식당 여사장에게 소주 한 병을 더 달라고 주문을 했다. 여사장은 당연히 거절했다. 그 다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여사장과 그 손님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서로 삿대질을 하며 거친 말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그 손님들은 여사장의 카리스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서둘러 계산을 끝낸 뒤에 “우리가 다시는 여기 오나 봐라. 에퉤퉤” 하며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여사장이 태연히 식당 문을 닫으며 하는 말이 “에라이! 저것들 완전히 병신들이네. 일단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새로 주문을 하면 될 거 아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전 대표는 그 광경을 보고 ‘바로 이것이구나! 고정관념을 깬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재미가 살아 있는 ‘웃음코드’에 공감이 있다 사실 그렇다. 소통이라고 하는 것이 나를 제대로 알고, 상대를 진정성 있게 이해하는 공감형성의 과정이라고 보면, 그 식당은 한 테이블에 소주 한 병 이상을 팔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한 병 이상의 소주를 먹고 싶다고 해서 그 식당의 원칙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만약 그 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더 먹고 싶다면 식당을 나갔다가 옆집 식당에 가서 한 병을 더 마시고 오든지 아니면 잠시 뒤에 다시 오면 되는 것이다.
전 대표는 현재 경상북도 청도군에 살고 있다고 한다. 청도군은 대구광역시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소재하고 있으며, 소싸움과 용암온천, 와인터널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전 대표는 이곳에서 철가방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 대표가 청도에 내려와 살면서 이웃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청도가 고향이신가요?”라고 한다.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전 대표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 가끔씩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이웃들은 전 대표가 연예인이고 공인이기 때문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저 평범한 이웃이었다면 연고를 확인하는 것이 그리 중요할까. 아마도 새로운 내 이웃이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과연 내게는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청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전 대표가 그 유명한 청도 소싸움을 관람하고 집에 돌아오는 중에 길가에 버려져 있는 유기견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불쌍한 유기견을 안고 집에 오면서 ‘얘도 생명이 있으니 여러 감정을 느낄 텐데... 음! 애완견들을 위한 음악회를 한 번 개최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자, 전 대표는 이를 행동으로 바로 옮겼다고 한다. 주변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명 ‘개나소나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첫 공연에서 애완견과 함께 참여한 관객이 4500여명에 이르렀다. 자신을 얻은 전 대표가 이어 ‘잘 키운 개 한 마리 열 아들 안 부럽다’는 컨셉으로 두 번째 공연을 가졌는데, 이때는 무려 두 배가 넘는 9200여명의 관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올해도 7월 13일 ‘복날’에 공연이 기획돼 있다고 전 대표가 전했다.
전 대표는 “지금까지 애완견 음악회는 매년 복날에 진행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음악회라고 볼 수 있지만, 여기에 이러한 ‘웃음코드’가 제대로 작동하게 되니 그것에 대한 기억이 오래가는 법이다. 이것이 바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고, 애완견을 마치 자식처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는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라며 웃어보였다. 다만 애완견 음악회의 성공에 거의 맞먹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언론에 애완견 음악회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인터넷에는 전 대표를 비난하는 글이 봇물처럼 흘러 넘쳤다. 한 네티즌의 경우에 “전유성씨, 당신이 모년 모월 모일 모시에 아무개 등과 함께 수락산에서 보신탕을 맛있게 먹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면서 애완견 음악회라니 가당치도 않다. 때려 쳐라”라고 글을 올렸다고 한다. 전 대표는 또 “유머는 상대방과 공감하는 소통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잘라 말한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개그콘서트(개콘)’의 경우에는 타켓 층이 10~20대를 대상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따라서 50~60대에게 개콘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면 도대체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곤 한다. 아이디어 회의 시 서로 역할을 바꿔라 반면 국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문회가 생방송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50~60대는 이것이야말로 한편의 코미디라면서 맞장구를 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10~20대에게는 거의 관심 없는 주제인 것이다. 전 대표는 “방송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시청자인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모든 시청자, 즉 모든 세대에 공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통이라고 하는 것은 상호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면서 “만약 당신이 식당을 운영할 때 ‘맛있어야 식당이 잘 되고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고정관념에 다름 아니다. 예전에 한 지인이 냉면을 먹으러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적이 있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냉면집이 두 곳이 있었다. 지인은 한 곳을 가리키며 ‘저 집이 원조’라고 하면서 반대쪽 식당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이유를 알고 보니 원조라는 식당에는 주차장이 없었고, 우리가 간 곳에는 널찍한 주차장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어 “삼청동에 가면 장아찌가 아주 맛있는 식당이 하나 있다. 그곳의 식당주인은 자기네는 미원을 절대 쓰지 않는다고 항상 강조한다. 그런데 나는 이걸 보면서 사장이 직접 미원 안 쓴다고 일일이 강조하지 말고 출입구에다 큼지막하게 ‘조미료 출입금지’라고 써 놓으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다”고 덧붙이며 유머는 관객과 공감으로 소통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머가 넘치는 ‘공감코드’를 찾아내야 한다.
조직 내의 소통 때문에 고민하는 리더들에게 전 대표는 “관찰을 통해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을 꺼내서 써야 한다. 소통을 위한 유머를 만들어라. 유머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생활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면서 “회사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서로 역할을 바꿔서 회의를 진행해 보기를 권한다. 이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유머 아닌가? 다시 말하면 사장과 간부가 서로 역할을 바꿔서 회의를 해보고, 간부들은 직원들과 역할을 서로 바꿔서 진행해 보라. 새로움 속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이 나올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교보문고 독서경영대학 <소통>학기 수료식 가져 지난 23일 오후 7시 세종호텔 3층 세종홀에서 교보문고 독서경영대학 2013 <소통>학기 마지막 강연인 12회차 교육이 진행됐다. 이날 강연에서는 개그맨이자 철가방극장 대표인 전유성씨가 강사로 나서 ‘소통, 유머가 답이다’라는 주제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똑 같은 것이라도 생각을 바꾸면 소통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재치 있는 입담과 구수한 유머로 풀어내 수강생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 수강생은 “유명 개그맨의 강의라서 그저 재미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발한 상상력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오늘 강의를 통해 고정관념을 깨고 관찰을 통해 남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독서경영대학은 이날 12회차 교육을 마지막으로 그간 12주간 진행했던 <소통>학기를 마치고 오는 5월 7일부터 7월 23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서 오후 9시 40분까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1층 예인홀에서 2013<실행>학기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