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법정 계획인 장기주택 종합계획이 지난해로 종료됨에 따라 ‘2013~2022 장기주택 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장기주택종합계획은 현재 주거실태를 바탕으로 10년 후 경제상황과 주택시장 동향을 감안해 국민 주거생활이 나아가야 할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정부 주택정책 수립에 중요한 기초 자료입니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주택에 대한 정책은 국민들의 큰 관심사입니다. 저도 부동산 관련 사건을 다루다 보면, 주택의 임대차에 대하여 많이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중에서 임대주택의 수리비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임대차 계약기간 중 임대인이 바뀐 경우에 발생하는 법률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임대주택 수리비는 누가 부담할까? 주택도 소모품이기 때문에 살다 보면 고장이 나기 마련입니다. 물론 자신의 집이라면 자신이 고쳐 써야 하겠지만, 전세 살고 있는 아파트의 보일러가 고장 난 경우라면 이는 누가 고쳐야 할까요?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집주인)은 계약 존속 중 임차인(세입자)이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는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일러가 고장 난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수리를 해 주어야 합니다. 이 경우 세입자가 자신의 돈으로 고친 후 집주인에게 그 비용을 달라고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626조 제1항).
그러나 임차인 역시 목적물에 대하여 통상의 관리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파손, 즉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경우라든지, 형광등의 교체가 필요한 경우 등에 있어서는 임차인이 스스로 고쳐 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임대차 계약 시 모든 수리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한다고 특약한 경우, 즉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면제하기로 하는 특약을 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도 소규모 파손의 경우는 임차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하지만, 대규모 수선의 경우는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2007다91336). 만약 태풍이 쳐서 베란다 유리창이 깨진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이를 법률에서는 ‘불가항력에 의한 손해의 발생’이라고 합니다. 태풍이 올 것을 대비해 세입자가 테이프나 신문지를 부착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했음에도 깨졌다면 이는 임대인(집주인)이 고쳐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풍으로 깨졌다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만약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손해보험에 가입했다면 당연히 보험회사가 수리비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매달 적립하는 장기수선충당금(특별수선충당금)으로 깨진 유리창 수리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는데요, 이는 장기수선충당금이 아파트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분의 수리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대차 존속기간 중 집주인이 바뀐 경우 집을 여러 채 가진 집주인들이 그 중 한 채를 팔기 위해 세입자에게 위와 같은 부탁을 하는 예는 우리 주변에 흔히들 있습니다. 세입자로서는 기껏 집주인의 매도에 협조해줬더니 새로운 집주인이 나가라고 한다면 황당하기 그지없겠지요. 법률용어로 설명하자면, 물권은 채권에 우선하는데 임차권은 채권이므로, 물권자인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소유권자가 우선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관철한다면, 임차인은 해당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증금의 회수도 매우 어렵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대항력이라는 것을 규정해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즉, 당해 임차권을 등기하든지(민법 제621조), 아니면 등기하지 않더라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는 대항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세입자가 해당 아파트에 이사를 가서 살고 있고,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면 그 다음날부터 대항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위의 상황에서 2년의 임대기간이 만료하기까지는 새로운 집주인의 횡포를 묵살해도 됩니다. 그렇다면 나중에 임대기간이 만료했다면 세입자는 전소유자와 현소유자 중 누구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할까요? 우리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동법 제3조 제3항). 그리고 대법원 판례는 주택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춘 후 임차주택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는 임차보증금 반환채무까지 일체로서 제3자에게 이전되므로, 양도인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고,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한다(96다38216)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집을 살 때 흔히들 전세를 안고 산다고 말하죠? 주택 매수인이 자금이 부족하여 전세의 보증금만큼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해 싸게 산 것이기 때문에 매수인에게 보증금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입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