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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담력 길러야 피 말리는 골프라운드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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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7호 박현준⁄ 2013.05.20 13:32:29

나에게 골프(GOLF)란 ‘푸른 초원(Green)에서 신선한 산소(Oxygen)를 맘껏 마시고, 빛(Light) 에너지를 흡수하며, 벗(Friend)과 함께 하는 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골프라운드는 오직 벗과 함께 자연을 즐기기 위한 소풍이었으며, 골프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과 금전은 건강과 행복을 위한 보험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평소에는 신중함도 진지함도 없이 마치 소풍 나온 듯이 콧노래를 부르며 골프라운드를 즐기는 내게, 그 날의 동반자는 작은 내기라도 하자고 살살 꼬드겼다. 처음에는 그저 골프공 하나이거나 생맥주 한 잔의 내기였기에, 나는 그 미끼를 덥석 물고 말았다. 그러다가 상대의 캐디피 내주기, 그린피 내주기 등으로 서서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내기의 정석이란 본디 어떤 분야에서든 하수가 고수에게 수업료를 갖다 바치는 것이다. 그리고 후일 실력이 늘어 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 하수 시절에 고수에게 상납했던 수업료를 회복해야 된다는 본전 생각에 또 다른 순진한 어린양을 내기의 세계로 유혹한다. 바로 내가 그 유혹에 넘어간 가엾은 어린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나는 원래 심성도 연한데다가, 작은 소리에도 토끼처럼 놀라는 작은 간덩이를 가진 여자였다. 때문에 골프공 하나가 걸린 내기를 하면서도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다리가 후들거려 연거푸 미스샷을 하고는 했다. 그린의 기울기를 읽고 잔디의 결을 탐색하는 와중에도 현기증이 일어났다. 그렇게 심성이 연했던 내가 인정사정 피도 눈물도 없는 도박의 세계에 빠지면서, 어느 날은 드라이버를 빼앗기고, 또 어느 날은 지갑도 홀라당 털린 채 반찬값이 없어서 한 달 동안 식탁에 김치 한 가지만 올려 사랑하는 식구들을 에티오피아 난민처럼 만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오로지 골프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만이 내가 그동안 빼앗긴 지갑을 되찾는 열쇠라 여겼다. 처음에는 잃지 않기 위해서, 그 다음에는 동반자의 돈을 따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내기에서는 실력 향상만으로 목적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실력의 향상은 물론 담력도 필히 키워야만 했다. 악마 같은 동반자들로부터 혹독한 담금질의 세월을 견딘 후, 드디어 나는 두제곱 판으로 커진 내기에서 버디퍼트도 겁내지 않고 구멍을 스쳐지나가도록 길게 밀어줄 만한 배포가 생겨났다. 며칠 전 TV에서 박인비 선수가 새로운 골프 여제로 등극했음을 알렸다. 박인비는 2013년 시즌 메이저대회 3승을 거두면서 세계랭킹 1위는 물론이고, 상금랭킹 1위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굉장한 실력이다. 또 놀라운 담력이다. 우승 상금이 3억 원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그녀는 주눅이 들지도, 떨지도 않았다. 오히려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더 손에 땀을 쥐고 피를 말렸다. 아마도 내가 그 자리에 섰더라면, 끝장에 가서는 오금이 저려서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박인비는 시종일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담대한 갬블러였다. 트러블샷을 만회하면서 환호하거나 미스샷에 탄식하는 연기력이라도 좀 발휘해주었더라면, 갤러리에게 멋진 서비스가 되었을 텐데. 우승이 결정된 순간에 그녀가 희미한 미소를 수줍게 날렸던 것만 기억이 난다. 사실상 골프는 지극히 예민한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두둑한 배짱 또한 요구된다. 박인비에 앞서 골프 여제에 등극했던 박세리,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담력을 키우기 위해서 한밤중에 공동묘지에 데리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미키 마우스’ 지은희도 메이저 왕관을 썼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18번홀(파4홀) 6m 거리의 버디퍼트 한 방은 무려 11억 원짜리였다. ‘아, 대단해, 훌륭해, 멋져...’ - 김영두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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