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2호 박현준⁄ 2013.06.24 14:26:08
해마다 여름철에 접어들 무렵이면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항상 떠오른다. 벌써 꽤 오랜 사건이지만 그 트라우마가 깊은 것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의 불안정성이 바로 그 사건이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경제와 금융을 바라보는 우리의 상식과 가치관은 돌연 급격한 변화를 강요당했는데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로 디레버러지다. 이전까지는 부채도 자산이라는 명제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빚을 내서 자산을 획득하고 그 자산의 가치가 다시 상승하여 부의 크기를 키우게 되는 선순환에 익숙했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부채는 언젠가는 갚아야 할 부채일 뿐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얼핏 보아 아무 것도 아닌 듯 하지만 이것은 투자와 소비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실물 자산인 부동산은 불패가 아닌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고 건전하지 않은 자산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늪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2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디플레이션과 남유럽 각국의 버블 붕괴로 인한 재정위기는 아직도 이 거대한 변화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일깨운다. 디레버러지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자산 건전성을 위하여 노력하고,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눈치를 보게 된다. 이에 따라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각종 자산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줄어든 자산가치는 다시 소비와 투자억제로 나타나며 이러한 현상이 경제현실이 될 때 이를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20년 이상 디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은 이를 타개하고자 인위적인 인플레이션을 조장하고 이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일부 비관적인 학자들은 망국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모두들 경악하며 패닉상태에 빠져들었지만 몇몇 위대한 사람들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성공의 토대를 튼튼하게 한 바 있다. 세계적인 기업 GE의 제프 이멜트 회장은 “지금의 상황은 아마추어에게는 큰 곤경이겠지만, 프로페셔널에게는 좋은 성장의 기회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는 “GE가 지금껏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위험 감수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일컬어지는 워렌 버핏 역시 “일반적으로 말해 금융시장 대혼돈이 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며 투자를 확대한 바 있다. 해외발 이슈로 연일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일반적으로 패닉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보다는 앞서 언급한 위대한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두려움과 불안감 속에서도 기회는 있는 법이다. 다만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페셔널의 ‘실력’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공포에 사고, 환호에 판다는 말은 상당부분 진리이다. - 이동윤 현대증권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