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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는 지금 대모·대부 열풍

박정자·선우용녀·오영수 숨막히는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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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3호 김금영⁄ 2013.07.01 11:19:30

연극계가 들썩이고 있다. 박정자(71)부터 선우용녀(68), 오영수(69)까지 열정을 불태우는 중년층 배우들이 연극계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정자는 연극 ‘14인의 체홉’에서 열연하고 있다. ‘14인의 체홉’은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의 단편 희곡과 단편 소설 5편을 묶은 옴니버스식 구성의 연극이다. 체홉이 쓴 총 10편의 단막극 중 ‘백조의 노래’ ‘곰’ ‘청혼’ ‘담배의 해로움에 대하여’와 단편 소설 ‘불행’이 무대에 오른다. 일생을 연극배우로 살아온 박정자는 ‘백조의 노래’에서 평생 연극배우로 산 70세 남자 배우를 연기한다. 작품 속 노(老)배우는 남성이지만 캐릭터 변화 없이 배우 박정자는 오묘하고 중성적인 보이스로 연기한다. 인생의 허무함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괴로워하다가도 무대 위에서는 열정이 넘치는 노배우의 모습은 실제와 연기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몰입도가 높다. ‘백조의 노래’는 극 중 캐릭터의 삶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박정자가 연기해서인지 더욱 연극에 인생을 걸었던 배우의 절절한 고백과 자아성찰이 가져오는 우수와 연민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본인에게는 고단하고 남루한 삶이었지만 진정으로 빛났던 노배우의 마지막 무대는 마치 우아한 자태를 위해 물 밑에서 끊임없이 발버둥 치다가 죽을 때 너무나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로 딱 한 번 운다는 백조의 삶을 저변에 깔고 있다. 노배우의 마지막 무대 연기하는 박정자 선우용녀, 고부갈등 통해 새로운 여성상 제시 ‘14인의 체홉’은 ‘갈매기’ ‘벚꽃동산’으로 체홉의 작품은 어렵고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고 고전을 고전다운 동시에 쉽고 재미있게 선보였다는 평을 받은 극단 ‘맨씨어터’와 연출 오경택,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의 세 번째 합작품이다. 7월 7일까지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공연된다. 오경택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박정자, 최용민, 박상종, 김태훈, 유준원, 우현주, 서정연, 박호산, 정수영, 전미도, 김태근, 구도균, 이창훈, 이은 등이 출연한다.

방송과 영화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선우용녀는 연극 ‘고부전쟁’으로 오랜만에 연극계에 돌아온다. 선우용녀는 1991년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2010년 뮤지컬 ‘친정엄마’에 출연한 바 있다. 오랜만의 무대 복귀 소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고부전쟁’은 고부간의 갈등으로 고통 받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소설가 김용상의 창작극으로, 동명 소설도 6월에 출간됐다. 통상적인 가정의 모습뿐 아니라 크고 작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시누이와 올케, 남편과 아내, 남편과 시어머니, 남편과 시누이의 다양한 갈등까지 다룬다. 선우용녀는 극 중 며느리에게 “나는 너를 친딸이라고 생각한다”고 뼈(?) 있는 말을 하는 시어머니 강춘심 역을 맡았다. 선우용녀는 이 작품에서 시집식구를 조정하거나, 마냥 엄격한 시어머니상을 제시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풀어내고 나아가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이다. 연극 ‘고부전쟁’은 7월 6일부터 8월 25일까지 NH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극단 '신화'와 도서출판 '멜론'에 공연과 출판을 동시 기획했다. 극단 신화 대표 김영수가 연출을 맡았고, 배우 선우용녀, 지미리, 이윤선, 최병규, 전현아, 정소영, 임지선, 최준용, 한재영, 박진수, 이희련, 박민정 등이 출연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서 관객들 웃고 울리는 오영수 “60~70대를 위한 작품이라 더 반가워” 대모 배우들 뿐 아니라 대부 배우의 활약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영수는 연극 ‘배웅’에서 관객들과 함께 웃고 울며 공감을 나누고 있다. ‘배웅’은 오랜 기간 병원을 제 집처럼 여기며 입원 환자로 살아온 봉팔과 아내를 떠내 보낸 뒤 자식을 출가시키고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게 된 순철이 서로 의지하는 마지막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동안 자유극장, 국립극단 무대를 포함해 150여 편의 연극에서 열연한 오영수가 출연 소식을 전해 화제가 됐다. 오영수는 극 중 젊은 시절 외항 선장으로 활달하게 살았던 봉팔 역을 맡았다. 오영수는 “젊은 시절 연극을 할 때는 관객과의 즐거운 교감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연극이 뭔지, 삶의 가치가 뭔지 생각하게 됐다. 그걸 고민하는 것 또한 배우의 역할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의 문제의식과 내가 연극을 하는 의의가 맞닿아 있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60~70대 분들을 위한 연극이 별로 없다. 사건만 있지,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극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반가웠다”고 작품의 매력을 밝혔다. 오영수는 초반에는 능청스럽고 다혈질 성향이 있는 봉팔의 모습을 열연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다 극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고, 친구 순철의 악화되는 병세에 가슴아파하는 봉팔을 연기해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든다. 연극 ‘배웅’은 다음달 7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된다. 극단 실험극장이 주최하고 민복기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오영수, 이영석, 강동수, 송유현, 오경선이 출연한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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