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3호 이진우⁄ 2013.07.01 11:40:38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는 지난 1892년에 “우리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의 삶은 습관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매일 어떤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들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의 결과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선택은 습관이라는 것이다. 비록 하나하나의 습관은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으나,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밤마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 저축을 하든, 소비를 하든, 얼마나 자주 운동을 하는지, 또 생각과 일과를 어느 정도로 꼼꼼히 정리하는지 등이 결국에는 우리의 건강과 생산성, 경제적 안정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듀크대학교 연구진이 2006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 행하는 행동의 40%가 의사 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습관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매니저는 “두히그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오프라 윈프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윌리엄 제임스 역시 습관이 존재하는 이유를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라면서 “그러다가 20년 전부터 비로소 과학자들과 마케팅 전문가들이 습관의 작동원리와 더 중요하게는 습관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조금씩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습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습관을 구성하는 세 가지 단계인 ‘습관 고리’의 구조를 알게 되면, 습관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습관의 구성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면 얼마든지 우리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뇌를 통해 3단계의 고리로 이뤄진다. 첫 단계가 신호다. 우리 뇌는 신호라는 자극을 받게 되면 자동 모드로 들어가 어떤 습관을 사용하라고 명령한다. 두 번째 단계는 반복 행동이다. 이는 몸의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심리 상태나 감정의 변화로도 나타난다. 마지막 단계는 보상이다. 이는 우리 뇌가 이 특정한 3단계의 습관 고리를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신호-반복 행동-보상’이 반복되면 고리는 점점 기계처럼 변해간다. 신호와 보상이 서로 얽히면서 강렬한 기대감과 욕망으로 나타나 습관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습관 고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습관이 형성되면 우리 뇌가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걸 완전히 중단시키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행동이 극적인 변화 만들어 김 매니저는 “제가 지금은 담배를 끊었지만, 우리가 흡연자에 대해 잘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일종의 습관인데, 다른 사람이 흡연을 하는 모습을 본다거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면 우리 뇌는 어김없이 자연스럽게 흡연을 열망하기 시작합니다(신호)”라면서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이런 열망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사실상 그 충동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담배를 피우고 나면 곧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도 좋아집니다(보상). 열망이 충족되었기 때문이죠. 습관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1900년대 초, 광고업계의 정상에 있던 클로드 홉킨스에게 옛 친구가 찾아와 기막힌 상품을 발명했다며 틀림없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그 상품은 거품이 나는 박하향 혼합물, 즉 치약이었다. 하지만 홉킨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미국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단 음식과 가공식품의 섭취량이 증가해 국민들의 치아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불량한 치아 위생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지경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홉킨스는 치아 건강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지만 이를 닦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치약을 사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을 거절해도 계속 찾아오는 친구의 정성에 굴복한 홉킨스는 특정한 습관을 부채질하는 신호와 보상을 찾아내 양치질을 일상적인 행위로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홉킨스는 사람들이 치약을 매일 사용하도록 하는 습관을 합리적으로 유도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고민 끝에 치약을 ‘미의 창조물’로 광고하기로 마음먹고 오로지 치태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치태는 우리가 무엇을 먹든, 또 양치질을 얼마나 자주 하든 상관없이 치아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얇은 막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치태에 관심을 가질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또 치태는 칫솔질만으로도 제거되기 때문에 치약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 홉킨스는 치태에서 습관을 유발할 수 있는 신호가 있다고 확신하고 ‘혀로 당신의 치아를 느껴 보십시오. 치태가 느껴질 겁니다. 당신의 치아에서 하얀 빛깔을 빼앗아 가고 충치로 발전시키는 주범입니다’라는 광고로 도배를 했다. 더 나아가 그가 생각한 보상은 훨씬 더 유혹적이었다. 더 아름다운 치아와 더 예쁜 미소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치약으로 잠깐만 이를 닦으면 된다는데! 결국 10년이 지나지 않아 치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 중 하나가 됐다. 기업과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상대적으로 중요한 습관이 있다. 이른바 ‘핵심 습관’이라는 것이다. 이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힘을 지닌 습관, 즉 그 습관이 조직 전체에 퍼지면 다른 습관까지 바꿔놓는 습관을 의미한다. 핵심 습관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핵심 습관을 바꾸면 그 밖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변하지 않는 조직 ‘습관의 힘’으로 바꾼다 김 매니저는 “앞서 개인의 습관이 어떻게 작동하고 형성되며 바뀌는 지에 대해 알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습관들이 모두 형성되었다고 해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을 찾아내 이를 강력한 핵심 습관으로 구축해야 다른 습관들도 덩달아 바뀌고 개조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핵심 습관을 찾아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기만의 고유한 어떤 특징을 찾아 나서는 것과 같죠. 이러한 핵심 습관으로부터 광범위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작은 승리’를 이뤄 내면, 이는 또 다른 작은 승리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으로 구축되게 됩니다. 이런 패턴이 반복적으로 우리에게 심어진다면 더욱 많은 변화가 유도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긍정적인 조직변화를 만드는 핵심 습관을 조직 내에 구축하기 위해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25세의 트래비스 리치는 스타벅스 매장 두 곳에서 40명의 직원을 관리하며 연매출 200만 달러를 책임지는 매니저였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아버지는 마약 중독자였고, 어머니는 마약소지와 성매매 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16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세차장에 일자리를 구했지만, 손님들에게 험한 말이라도 듣게 되면 자제력을 잃고 맞서서 욕을 하는가 하면, 지각을 밥 먹듯이 했고 걸핏하면 아무 이유도 없이 결근했다. 결국 그는 해고됐다. 평소 안면이 있던 단골손님의 권유로 스타벅스에서 일하게 된 리치는 모든 단계를 착실하게 이수하면 대학교를 졸업한 자격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서의 훈련이 자신의 삶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그에게 올바른 삶을 살아가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시간에 맞춰 일을 시작하는 방법과 심지어는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까지 가르쳐 줬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에게 의지력을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 직원들은 누구나 입사 첫 해에는 교실에서 최소한 4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집에서 숙제를 하고 자신에게 할당된 멘토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현재 스타벅스에 근무하는 직원이 13만7000명이고, 이곳을 거쳐 간 사람이 100만 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미국의 가장 큰 교육기관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스타벅스의 이런 교육의 밑바탕에는 가장 중요한 습관인 의지력을 집중적으로 단련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많은 연구에서도 밝혀졌듯 의지력은 개인의 성공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 습관이다. 의지력을 강화하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의지력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직원들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반복 행동을 자세히 설명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프로그램은 직원들에게 특정한 신호, 예컨대 고함치는 고객이나 계산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관리자들은 역할 연기를 통해 직원들로 하여금 특정한 신호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도록 훈련시켰다. 또한 직원들이 일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증거로 삼을 만한 구체적인 보상(고마워하는 고객, 관리자의 칭찬 등)까지 명확히 규정했다. 스타벅스는 직원들에게 핵심 습관인 의지력의 습관 고리를 심어주고 힘든 순간들을 이겨 내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갑자기 한꺼번에 똑같은 방향을 보기로 결심한다고 해서 사회 운동이 바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회적 패턴이 우정이란 습관으로 시작해서 공동체의 습관으로 발전해 참여자의 정체성을 바꿔 놓는 새로운 습관에 의해 유지될 때에야 비로소 사회 운동이 가능해진다. 절대 바뀌지 않는 세상을 바꾸는 힘! 지난 1955년 12월 1일 목요일에 앨라배마 몽고메리에서 클리블랜드 애버뉴 노선버스가 길가에 멈춰 섰다. 당시 법에 따르면 버스 앞의 네 줄은 백인승객만 앉을 수 있었다. 흑인 여성인 로사 파크스는 흑인들에게 앉도록 허락된 뒤쪽에 빈자리가 없자, 백인 전용 구역 바로 뒤의 흑인과 백인이 모두 앉을 수 있는 중간 구역에 앉았다. 그런데 버스가 운행하는 동안 점점 모든 좌석이 채워졌고, 몇몇 사람은 손잡이를 잡고 통로에 서 있었는데, 그 중 백인이 한 사람 있었다. 이에 버스 운전기사가 중간쯤에 앉아 있는 흑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소리쳤지만 파크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사는 경찰을 불렀고 파크스는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하지만 그 순간이 시민 평등권 운동의 시발점이 될 지는 그곳에 있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파크스의 체포는 이례적인 현상을 불러왔다. 그녀는 당시 흑인 공동체 사회에서 상당히 존경 받는 인물이었고, 두터운 친목 관계와 결연 관계는 ‘강한 연대’로 몽고메리 전역에 얽혀 있었다. 또 파크스는 오지랖이 넓어 지역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참여했으며, 남편도 그녀가 집에서보다 밖에서 저녁을 더 자주 먹는다고 불평할 정도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낯선 사람이 피해를 입을 때는 대부분 무시하고 넘어가지만, 친구가 모욕을 당하면 평소의 무력감을 떨치고 조직적으로 저항할 만큼의 분노를 느끼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다. 파크스의 부당한 체포에 항의하기 위한 버스 보이콧 제안 소식을 듣자, 그녀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우정이란 사회적 습관, 즉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을 도우려는 자연스러운 본능이 나타나 시위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그 시위가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매일 크고 작은 시위가 일어나지만 대부분 흐지부지 끝나는 것을 목격한다. 세상을 변화시킬 만큼 많은 친구가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몽고메리에서의 버스 보이콧이 사회 전체의 운동으로 발전한 이유는 파크스의 친구들이 보이콧에 대한 소식을 퍼뜨린 직후부터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는 흑인 공동체의 의무감이 사회적 습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었다. 파크스를 모르는 사람들조차 사회적 압력 때문에, 즉 ‘약한 연대’의 힘으로 알려진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강한 연대와 약한 연대의 결합이 어떤 방식으로 대대적인 사회 운동을 유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대표적 사례였다. 김 매니저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습관을 바꾸겠다는 결심이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습관의 반복 행동을 유도하는 신호와 보상을 알아내고, 대안을 찾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