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을 하다보면 끊임없이 까먹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일에 있어서는 중요한 과정의 하나이기도 하며, 또 일을 하는 우리가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직에서 보면 대부분의 리더나 직원들은 매일 하는 것이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일에만 열중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사이먼 사이넥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물론 이에 대한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목구멍이 포도청’이기에 의무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을 통해 자존감의 욕구를 실현해 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이넥은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희망을 꿈꾸고, 서로 사랑하며, 열렬히 행하고, 성공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 PD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것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때에 What으로 시작해서 How를 통해 Why로 마무리를 합니다”라며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은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부터 따집니다.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 조건이나 방법을 고민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결국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구 PD는 또 현재 세바시를 기획 연출해오면서 이를 홍보할 필요성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바시에서는 항상 Why를 먼저 이야기합니다. 이를 통해 강연장에서도 강사와 청중이 서로 가치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지면서 감동의 물결이 널리 퍼져나가게 되는 것입니다”라며 만약 굳이 홍보를 해야 한다면 광고카피를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세상은 쉽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결국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그것은 인류가 언제나 변화와 진보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생각과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확산되는 것에서부터 세상은 변화를 시작할 것입니다. 바로 이 무대에서처럼...” Why가 뭐지?…무기력과 위기를 극복하라 구 PD는 ‘우리에게 Why는 뭘까?’, ‘나의 가치는 뭘까?’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무기력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무기력은 조직으로 전이되고 학습되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위기가 시작된다고 했다.
학습된 무기력의 대표적 사례로 ‘화난 원숭이 실험’이 있다. 실험자는 한 무리의 원숭이들을 우리에 가두고 천장에 바나나를 줄로 매달아뒀다. 이에 원숭이들은 얼른 바나나를 따 먹으려고 줄을 타려고 했다. 이때 실험자가 호스로 찬물을 뿌렸고, 물세례에 깜짝 놀란 원숭이들은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러 번 다시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줄을 탈 때마다 찬물이 쏟아졌다. 결국 원숭이들은 ‘저 바나나는 따먹으면 안 되는구나’하고 더 이상 따먹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이때 실험자는 신참 원숭이를 우리안의 고참 원숭이 한 마리와 살짝 교체했다. 신참 원숭이는 바나나를 보고 눈을 반짝이며 줄을 타고 올라가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고참 원숭이들이 버럭 화를 내며 신참 원숭이를 제지하는 것 아닌가. 만약 신참이 올라가서 바나나를 건드리면 자기들까지 찬물 세례를 받게 되는 것이 학습됐기 때문이다. 고참 원숭이들이 화를 내고 야단치자 신참은 그만 기가 죽어 바나나를 따려는 시도를 멈추게 된다. 이럴 때마다 실험자는 고참 원숭이들을 한 마리씩 교체했고, 우리 안에는 직접 찬물 세례를 받은 원숭이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됐다. 그런데 여전히 어떤 원숭이도 바나나를 따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제는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르는데도 말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게리하멜과 C.K. 프라할라드 교수의 논문에 소개된 화난 원숭이 실험으로, 조직의 만성화된 부정적 태도, 학습된 무기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실험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조직의 상황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누군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면 기존의 구성원들은 그 시도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거, 해봤는데 안 돼’, ‘소용없어’라며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가져다 댄다. 설사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더라도 이제는 시대가 달라지고 환경도 달라져서 재시도 할 경우에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콘텐츠 시대…보여주고 팔만한 콘텐츠가 없다? 구 PD는 세바시 기획단계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구 PD는 우선 사회적으로 강연 문화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정보화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정보에 목마른 대중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강연 정보를 찾아 스스로 강연장을 찾았다. 또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며 가입자가 순식간에 1000만 명 시대를 돌파하고 2000만 명 시대가 곧 올 것으로 예상되던 터였다. 소속사인 CBS가 케이블TV와 라디오를 주력으로 하는 방송사였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TV를 통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위기가 도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 PD가 세바시 기획안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성공하기 위한 4가지 조건으로 ▶기독교 전문 콘텐츠여선 안 된다 ▶케이블TV 플랫폼을 버려야 한다 ▶HD로 제작해야 한다 ▶공짜로 배포하는 오픈콘텐츠여야 한다고 데스크에 보고했다. 이에 대해 데스크는 세바시를 절대로 시작할 수 없는 4가지 이유로 ▶우리는 기독교 전문 채널이다 ▶우리의 플랫폼은 케이블TV다 ▶우리는 SD제작시설 밖에 없다 ▶없는 살림에 퍼줄 수는 없다면서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세바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 절대로 시작할 수 없는 이유와 같은 것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데스크의 승인을 얻어 낸 구 PD는 마침내 케이블TV를 버리고 웹·모바일 플랫폼을 지향하는 15분짜리 짧은 프리젠테이션 강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또 HD제작 장비 일체를 임대해 고화질의 유통 가능한 콘텐츠를 제작해 지식 강연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아울러 링크 기반 확산 콘텐츠(Link Based Pervasive Content) 성격의 세바시는 놀라운 결과를 선물했다. 지난 2011년 9월 26일에 김창옥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겸임교수의 ‘소통은 여자의 마음과 같다’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 동영상은 5개월만인 2012년 2월 10일 최초로 백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또 역시 김 교수가 5번째로 진행한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주제의 동영상은 최근 4백만 조회수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바시의 돌풍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구 PD는 “오픈콘텐츠로 진행하는데 수익모델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을 최근 가장 많이 받고 있습니다. 오픈콘텐츠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확산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콘텐츠의 유통 기반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면서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오픈함으로써 지금은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최근의 경향은 서비스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세상입니다. 오픈콘텐츠의 유통이 확대되고 사용자가 많아 질수록 다른 부문에서 부가적인 수익창출의 기회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고 강조했다. 또 구 PD는 이어 “세바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강사의 메시지가 아니라 참여한 청중들이 어떻게 즐기고 공감하며 돌아가는 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들은 세바시의 콘텐츠를 웹상에서 퍼다가 날라줄 소중한 홍보맨들이거든요”라고 덧붙였다. 세바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요인으로 패러디를 통한 짝퉁 콘텐츠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청바시(청년들을 바꾸는 시간), 동바시(동네를...), 회바시(회사를...), 군바시(군대를...), 기바시(기획재정부를...), 씨바시(CBS를...) 그리고 섹바시(?...) 등이 확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 PD는 세바시가 왜 15분짜리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TED(Technology(기술), Entertain ment(오락), Design(디자인))의 경우에는 18분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18이라는 숫자는 욕(?)으로 인식되잖아요.(웃음) 실제로 15분이라는 시간이 웹이나 모바일 상에서는 괜찮은 유튜브 한 편을 보는데 적절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너무 길지도 또 짧지도 않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세바시를 제작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