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명한 골프평론가 버너드 다윈은 “골프만큼 플레이어의 성질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도 없다. 18홀을 돌다보면 상대방의 몸속 깊숙이 감추어진 속성이 낱낱이 드러나 버리니 골프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게임이다. 더구나 골프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나 최악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했다. 프로골퍼들의 플레이를 TV중계를 통해 보다 보면 자기 자신이 잘 못 친 샷에 대해 엄청나게 화를 내고 분을 삭이지 못해 골프클럽을 분질러버리던지 연못으로 집어던지는 행동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화를 잘 내는 다혈질인 사람을 영어로 말할 때 ‘He is a hot tempered man’이라고 한다. 골프는 실수를 유도하는 스포츠다. 골프 설계자가 페어웨이 중간 중간에 연못과, 그린 주변에 벙커 그리고 러프를 만드는 것은 골퍼들로 하여금 심리적 변화를 일으켜 실수를 유도하도록 만들어놓은 함정이다. 명설계가는 코스에서 실수를 유도하고 골퍼가 그 실수를 극복했을 때 얻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도록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골퍼는 골프를 이길 수가 없다.
골프나 인생사에서 과욕이 ‘문제가 문제를 부르는 결과를 초래한다(Trouble calls troubles)’. 조금 손해보고 내 자신의 실력에 맞는 골프를 해야 하는데 무모한 도전으로 실수를 극복하려다 보면 자신을 자제할 수 없는 화가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른다. 연속으로 OB를 세 번 낸다든지, 벙커에서 4번 만에 탈출한다든지, 그린에서 4 퍼트를 한다든지, 그린을 향해 친 샷이 연못에 연속으로 들어간다든지, 숲 속에서 친 공이 나무를 맡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골퍼는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게 돼 있다. 화가 난 골퍼는 골프채를 집어던지고 공을 발로차고 심한 경우 퍼터로 그린을 찍고 혼자서 심한 욕을 해댄다. 화는 지혜로운 판단을 못하게 해 미스 샷으로 표출돼 스코어를 망치는 주범이 된다. 주위에서 화를 내는 광경을 보는 상대방은 그 두 배, 세 배의 불쾌감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고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인생이나 골프에서 화는 감내해야 할 과제이며 자신을 파괴시키는 무서운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자제하고 다스려야 한다. -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