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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식품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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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0호 박현준⁄ 2013.08.19 13:28:55

우리가 하루 세끼 먹어야 하는 음식물들이 생산되고 공급되는 구조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50년 전만해도 국민의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면서 농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내 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울 주로 먹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의 대부분은 어디서 누가 생산하고 어디에서 가공 조리되었으며 어떠한 유통 경로를 거쳐 먹게 되는지 모르고 있다. 소비자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식량의 반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가공식품 원료의 대부분이 수입산인 우리의 현실에서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식품 공급체계를 갖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화 과정에서 선진국들이 식품안전관리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환경 변화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식품 교역량이 가장 많은 나라인데 곡물 수출양도 가장 많지만 전 세계에서 엄청난 양의 식품을 수입해 먹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식품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식품의약품청(FDA)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약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확대하여 그 기능을 강화하고 식품과학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식품의 안전관리는 기본적으로 식품과학자들의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신화에서 신농씨가 삼라만상의 모든 식물을 직접 먹어보고 먹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했던 것처럼 오늘의 식품과학자들은 최첨단 분석기기를 이용하여 식품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자연계의 모든 식품 재료들은 인체에 유용한 성분과 유해한 성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식품학자들은 이들 재료로부터 유용한 성분을 극대화 하고 유해한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식품의 영양학적 가치와 위험성을 저울질하여 위험보다 영양적 가치가 훨씬 클 때 안전한 식품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미국은 식품과학자를 키워내고 그들의 사회적 사명을 고취하는 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 식품공학회(IFT)는 매년 총회와 전시회(Food Expo)를 동시에 개최하는데 2만여명이 모이는 초거대 학회이므로 미국내에서도 대형 컨벤션센터가 있는 몇 개 도시에서 돌아가면서 개최한다. 금년에는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에서 열렸는데 그 규모가 대단하였다. 미국학회이지만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회원들이 참석하는데 한국에서도 100여명의 식품과학자가 참석했다.

총회와 전야제에서 하는 시상식은 2-3천명이 들어가는 대형회의장이 꽉 찬 상태에서 축제분위기가 뜨거웠다. 특히 최첨단 영상기술을 동원하여 지루하지 않게 학회의 활동과 업적을 역동적으로 소개하였다. 매년 시행되는 시상식에서는 식품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학자와 업계 연구자들에게 10여 가지의 상과 상패를 수여하고 철저한 심사에 의해 선정된 10여명의 펠로우(Fellow)도 발표되었다. 여기에서 두드러진 것은 식품과학자의 사회적 중요성과 기능, 직업으로서의 가치와 보람,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동료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이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식품분야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공부하는 전공분야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그런 내용들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식품안전 선진국이 되려면 식품과학자의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식품안전의 문제를 개인의 감상적인 표현이나 비과학적인 선입견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식품의 안전성 평가는 과학에 근거한 전문가적 판단에 맡기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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