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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 골프 세상만사]그린필드 비즈니스 승부사들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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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0호 박현준⁄ 2013.08.19 13:56:12

얼마 전 클라이언트와 제작 회의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뒤였다. 클라이언트사의 회장이 느닷없는 필드 위 라운드 한 게임을 제안했다. 회장이 마침 골프장 경영도 겸하고 있어서인지 별도의 부킹 없이 곧바로 라운드로 이어졌다. 회장을 모시는 기획실장과 비서실의 움직임이 바빠진 가운데, 필자는 티샷 시간을 몇 분 남겨둔 채 미리 챙겨둔 골프채를 꺼내 여유 있게 근처 퍼팅 장에서 몸을 풀었다. 아직 오전 회의의 계약결과는 미지수였다. 더구나 오전 회의에 참석하겠다던 홍보모델은 스케줄을 핑계로 오지 않았고, 뒤늦게 필드로 온다던 그녀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녀의 전화가 계속 통화중이어서 어쩔 수 없이 셋이서만 티업을 시작했다. 첫 홀부터 클라이언트와 나란히 어깨를 겨누고 화이트 티에서 다음 홀까지 같은 파플레이를 하면서 서서히 서로의 실력을 겨뤄나갔다. 회장은 팔십 가까운 나이임에도, 조금은 굼뜬 야구스윙을 하면서 드라이버 거리 180야드 지점에 안착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여자인 필자보다 50야드 뒤쳐진 볼의 안착을 보고 자신의 늙음을 한탄하며, 한창 때는 드라이버 거리를 300야드 가까이 날렸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드디어 젊고 생기발랄한 홍보모델이 화려한 의상과 상큼한 화장품 냄새를 코끝에 날리며 4번 홀에 도착했다. 이 홀에서 첫 티샷을 마친 회장은 한층 밝아진 눈빛과 함께 약간의 들뜬 설렘으로 만 원 권 신권지폐 100장을 한 다발 내놓으며, 재미있는 플레이를 독려했다. 필자가 티샷을 마치고 티 박스를 뒤돌아 내려오는데 마치 복면강도를 연상시키는 검은 마스크에 선글라스를 한 홍보모델이 서 있어서 그만 깜짝 놀랐다. 그녀는 뒤늦게 불쑥 나타나 동반 골퍼들에게 사과 한 마디도 없이 파4홀에서 버디를 잡고 거뜬히 니어까지 몰아치며 푸른 지폐 몇 장을 단숨에 손에 넣으면서 우리를 기가 막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다음 홀에서 그녀가 드라이브샷을 날린 후에는 회장 차례였다. 연거푸 뒤땅이다. 또 회장은 이어진 연속 두 홀에서도 멀리 건을 하고서도 뒤땅으로 가장 짧은 거리를 치고 말았다. 네 번째 홀까지 지켜보던 필자는 비장의 무기로 감춰둔, 혼자만의 장타의 비법으로 고이 간직해온 V사의 볼을 내보였다. “이 볼은 국내사의 한창 뜨는 칼라볼로 회장님이 쓰시는 미국 볼보다 20~30야드 이상 더 보낼 수 있다”는 말에 그는 필자의 손아귀에 든 볼을 빼앗듯 가져갔다. 그리고 연로한 회장의 드라이브샷이 비행날개라도 단 듯 점점 세차게 창공을 가르며 날았다. 회장의 드라이브 거리가 이제는 우리와 거의 같은 라인에서 볼이 멈추며, 연신 스코어 윈을 하고 판돈도 주머니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지막 한 홀을 남겨두고 홍보모델에게 마스크를 벗어 달라고 요청했다. 제법 친숙해진 분위기 탓인지 마스크를 벗어던진 그녀가 회장을 향해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라운드가 끝나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회장은 홍보모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그녀에게 앞으로는 그 예쁜 얼굴 가리지 말고 다시 한 번 필드 위에서 한 판 붙자며 미뤘던 계약서에 흔쾌히 사인을 했다. ‘사업의 기본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라지만 회장은 이윤보다 사람을 우선 산다며 우리에게 여유로운 덕담을 전했다 이로 인해 저녁식사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됐고, 필자는 그녀에게 복면 마스크 대신 예쁜 우산을 선물했다. 아울러 회장은 V사의 화이트 컬러 볼 덕을 제대로 봤다면서 국내브랜드의 퀄리티를 인정하고, 조금 뒤쳐진 비거리를 기죽지 않고 달려 나가게 해준 필자의 배려에 대해서도 매우 고마워했다. - 손영미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정회원 (극작가/서울아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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