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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와인 칼럼]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와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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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1호 박현준⁄ 2013.08.26 10:55:36

포도는 온대지방에서 잘 자라지만, 특히 여름이 덥고 건조하고 겨울이 춥지 않은 지중해성 기후에서 좋은 와인용 포도가 생산된다. 레드와인의 원료가 되는 적포도는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지중해 연안에서 풍부한 당과 진한 색깔을 낼 수 있다. 화이트와인의 원료인 청포도는 약간 서늘한 곳에서 자란, 신맛이 적절히 배합된 포도가 좋다. 그래서 독일이나 동부 유럽에서는 화이트와인을 주로 만들고,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 유럽에서는 레드와인의 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건을 고루 갖춘 곳은 프랑스로 북쪽 지방의 청포도와 남쪽 지방의 적포도는 와인용으로 완벽하기 때문에 와인의 질과 양에서 세계 제일을 자랑하고 있다. 한 때 로마황제는 당시 프랑스 포도가 로마의 와인산업을 위협한다고 모두 없애라는 명령을 내린 적도 있지만, 프랑스 사람의 와인에 대한 사랑과 정렬이 오늘날 프랑스 와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프랑스는 일찍이 통일된 국가를 이루고 왕족, 귀족 등 와인 소비층이 까다로워지면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예술의 경지에 이른 고급 와인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로마시대부터 와인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이탈리아는 와인의 생산량, 소비량, 수출량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와 버금가지만, 아직도 프랑스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와인을 하나의 예술품의 경지에 올려놓고 우러러보도록 만든 반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지 않고 ‘먹는다’는 표현을 쓸 만큼 와인을 식탁에 있는 하나의 음식으로 생각하고 지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세까지 도시국가로 나뉘어 지내온 이탈리아의 정치적 배경에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프랑스보다 뒤늦게 품질관리 체계를 정하고 수출에 뒤늦게 눈을 떴기 때문이다.

스스로 맛있다고 느끼는 게 최고 와인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은 레드와인으로도 유명하지만, 별 볼일 없는 화이트와인을 다시 발효시켜 만든 ‘셰리(Sherry)’는 세계인의 입맛을 돋우는 식전주(Aperitif)로서 유명하다. 나라는 적지만 와인 강국인 포르투갈은 ‘포트(Port)’라는 달콤한 레드와인을 만들어 식사 뒤에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디저트용 와인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독일은 포도재배의 북방 한계점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풍토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여 고급 화이트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밖에 러시아의 남부, 그리스,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도 지역적인 특성을 살려 와인을 생산하여 각 각 독특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오스트레일리아, 남미, 남아프리카 등은 천혜의 자연조건에 우수한 기술과 풍부한 자본으로 와인을 생산해 유럽와인의 질을 능가하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은 값이 싸고 맛이 좋은 와인은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 등 신세계 와인이라고 정평이 나있을 정도이다. 고급 와인 시장은 아직 유럽이 차지하고 있지만, 중저가 와인은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렇게 와인은 저마다의 특성이 있고 타입에 따라 다른 맛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을 즐기면서 이것저것 마시다 보면 자연히 와인을 고를 수 있게 된다. 결국, 개인의 입맛과 가격을 고려해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시는 것이 최고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와인은 자기 자신이 맛있다고 느끼는 와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 김준철 한국와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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