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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 칼럼]골프장에도 벌써 가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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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3호 김맹녕⁄ 2013.09.09 13:42:53

흰 구름이 둥둥 떠 있는 높은 하늘 아래 골프장의 녹색은 더욱 청초하게 보이고, 시원한 바람 부는 언덕에선 골퍼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인다. 그토록 지루하고 무더웠던 여름도 계절의 흐름 앞에는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사과나무 꽃을 피웠던 자리에는 콩알 만 한 사과열매가 달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있어 가을이 성큼 다가 왔음을 알려준다. 코스에는 붉은색 고추잠자리가 선회를 하고, 러프에는 메뚜기가 짝짓기에 여념이 없다. 클럽하우스 창가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사랑과 인생을 노래하는 연인들은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면 가슴이 설레 진다. 골퍼들의 공포의 대상이던 호수 위로는 물안개가 흐르고, 그 위로는 백로가 날아간다.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마을이 가까운 코스를 걸으면서 닭 울음소리와 마을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도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다. 오래도록 혼자인 골퍼들은 가을을 함께 보낼 연인을 찾아야한다.

아직은 초가을의 입구이지만 날이 갈수록 오색찬란한 단풍으로 변해갈 코스의 나무를 본다는 것은 젊었을 때에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시니어들에게는 죽음이 다가오는 또 하나의 단계로 분리되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가을이 되면 나는 늘 시한수를 읊어보며 가는 여름과 새롭게 다가오는 초가을을 노래한다. 가을시는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며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아직도 푸른 갈대숲을 바라보면서 장경옥 시인의 ‘가을’을 읊어본다. - 가을 - 채심 장경옥 찌는 듯 무더위 기세조차 당당하더니 머 언 여행 다녀 온 갈 바람에 슬며시 자리를 내어주고 있습니다 / 하늘은 눈 시리도록 푸르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저녁 노을은 가슴 저리도록 고운 빛으로 안겨옵니다 / 너무나 초라해 이름을 얻지 못한 골짜기에도 계절은 오 가 고 구비진 길 가로수 아래 가녀린 코스모스들이 앞 다투어 손 내미는 지금은 가을 입니다. -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겸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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