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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와인 칼럼]“새 술은 새 부대에”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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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6호 박현준⁄ 2013.09.30 11:50:26

와인 만들기는 아주 간단하다. 원숭이도 포도를 따서 바위구멍이나 나무 둥치에 저장하여 술을 만든다고 한다. 포도를 으깨어 그대로 두면 포도껍질에 묻어있는 효모 즉 이스트에 의해서 발효가 일어나 와인이 된다. 옛날 사람들도 이렇게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본적인 방법은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다만 오늘날 우리는 그 원리를 알고 한다는 것이다. 좋은 와인을 만들려면 좋은 포도가 있어야 한다. 와인의 품질은 이 원료 포도가 좌우한다. 그래서 기후와 토양조건이 좋은 곳에서 좋은 품종을 선택하여 정성스럽게 포도를 가꾸는 것이다. 이 포도를 수확하여 와인을 만드는데, 먼저 수확한 포도를 가지를 제거하면서 으깨야 한다. 옛날에는 손으로 하나씩 했지만 요즈음에는 기계를 사용한다. 이 때 주의할 것은 포도 씨가 깨지거나 껍질이 여러 조각나면 쓴맛과 풋내가 나니까 부드럽게 으깨야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맨발로 밟아서 으깨는 것이 전통인데, 그 이유는 껍질이나 씨에 전혀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화이트 와인은 청포도의 주스로 만든다. 청포도를 으깨어 즙을 짜서, 이 즙을 발효시키면 화이트 와인이 되며, 레드와인은 붉은 포도를 따서 으깬 상태 그대로 발효시킨다. 그러면 발효가 진행되면서 씨에서 떫고 쓴맛이 나오고 껍질에서 색소가 우러나온다. 그리고 원하는 색깔이 됐을 때 즙을 짠다. 이 때 이미 발효가 진행되어 알코올이 꽤 있는 미완성 상태의 술이므로 다시 발효를 더 시켜야 레드와인이 된다. 발효란 당분이 변해서 알코올과 탄산가스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처음 과즙 상태는 단맛이 있다가 발효가 진행될수록 단맛은 없어지고 알코올 농도가 강해진다. 발효가 갓 끝난 와인은 이스트 냄새나 탄산가스 등이 섞여 있어 냄새가 좋지 않고 맛이 거칠어 바로 마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몇 개월에서 몇 년의 숙성기간을 두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서서히 유도하여 바람직한 맛과 향을 얻는 것이다.

이 숙성 중에 새로 생긴 알코올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성분이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내고, 맛도 거친 맛에서 부드러운 맛으로 변하게 된다. 또 오크통에 넣어 두면 오크통 성분이 우러나와 그 맛이 베게 된다. 값싼 와인은 오크통 근처에도 안 가지만, 고급 와인은 특유의 묵직함을 나타내기 위해 오크통 숙성은 필수적이다. 이렇게 숙성된 와인은 만드는 사람이 가장 맛있을 때라고 판단될 때 병에다 넣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은 성경에서 나온 것으로 비유로 많이 사용되지만,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 성경에는 새 술이 아니고 새 포도주라고 되어 있다. 즉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으리라’고 쓰여 있다. 옛날에는 발효가 덜 된 채로 가죽부대에 담으면 거기서 다시 발효가 일어나 탄산가스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새 가죽부대는 신축성이 좋아 이 가스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지만, 딱딱한 헌 가죽부대는 가스가 나오면 터지는 수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 것이다.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제는 와인의 제조에 대해 이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김준철 한국와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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