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0호 이진우⁄ 2013.10.28 12:54:21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여전하고, 국내에서도 정치·경제적으로 시끄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잘 살펴보면 마치 조선건국 초기 세종시대의 시대적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형 리더십의 원형이랄 수 있는 세종대왕의 리더십이 더욱 재조명되고, 현재의 시대적 상황에 맞는 리더십의 가치가 요구되고 있다. 세종은 어떻게 행복한 국가를 건설했나? 한국형리더십연구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리더들은 리더십의 8가지 DNA(환경변화 적응, 미래비전 제시, 상향적응, 자기긍정, 솔선수범, 수평조화, 하향온정, 성취열정) 가운데 성취열정이나 윗사람에게 잘하는 상향적응, 환경변화 능력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미래비전 제시나 아랫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하향온정, 솔선수범 능력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세종 리더십’에서 놀라운 것은 낮은 점수를 받은 이 세 가지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손 이사장은 “세종대왕의 조명을 통해 한국형 리더십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배려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즉, 하향온정과 미래비전을 잘 제시하고 리더가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인다면 그 조직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신바람 나서 자기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선 세종대왕은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백성의 행복한 삶’이라는 확실한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그래서 농업기술 향상을 위한 ‘농사직설’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전국 팔도를 조사해 농업생산성이 유달리 좋았던 지역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집대성해서 최고의 농법을 담은 책이 나온 것이다. 이로써 세종 26년에는 농업생산성이 무려 400%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있다. 이외에도 신기전을 비롯해 측우기 개발, 국민 안전보장을 위한 거북선, 화포, 화차 개발을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이미 15세기에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초일류 국가를 만들었다. 또 세종은 솔선수범의 리더였다. ‘책 읽는 왕’으로서 신하들에게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공부하라고 독려했고,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현장 경영을 실천하면서 항상 경청의 자세를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확실한 평가와 보상, 역량 중심으로 신분을 가리지 않고 인재들을 등용했다. 마지막으로 세종은 하향온정의 리더이기도 했다. 모든 백성들이 지혜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이들을 교육시킬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궁궐에 주자소도 지었다. 특히 ‘소학’을 편찬해 일반 백성들이 교과서로 삼도록 했으며,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말과 뜻과 마음이 하나로 통하도록 했다. 세종시대에는 공무를 수행하던 신하들의 과로사가 많았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세종대왕이 제시한 미래비전을 완성해야 한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에, 자신의 몸을 돌볼 틈도 없이 열심히 일에만 몰두한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국가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참여해 열과 성을 다했다. 세종대왕도 공무 중에 과로사하는 신하들을 위한 보상 제도를 만들고, 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손 이사장은 “1960년대 한국의 산업화 이전과 이후 시대의 사람들이 결코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180도 변하게 된 모습에서도 한국형 리더십 DNA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산업화 이전의 한국인에게는 전쟁의 상흔과 함께 찢어지게 가난한 현실 속에서 그저 배고픔과 희망 없는 삶의 연속이었다.
한국형 리더십…비전제시, 솔선수범, 하향온정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산업화가 촉발되었고, 근대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함께 자주국방의 확실한 미래비전이 국민들의 눈앞에 놓였다. ‘잘 살아 보세’라는 노래가 전국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새마을 운동이 전개됐고, 경공업을 시작으로 해서 중화학공업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의 눈부신 성장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미친 듯이 일하기 시작했다. 도로를 닦고, 공장을 세우고, 건설 붐이 불어 닥치는 중동을 비롯한 세계무대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솔선수범의 자세로 이 모든 현장에서 국가의 적극적 지원을 담보로 국민들을 독려했다. 손 이사장이 들려준 일화에 따르면 한국군에게 처음으로 M16소총이 도입되었을 때, 이 소총을 공급한 미국의 군수회사 임원이 박 전 대통령을 찾아와 업계의 관행이라며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그 리베이트를 받아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지를 물었고, 그렇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돈 만큼 소총을 더 공급해 주시오”라고 했다. 이에 그 군수회사 임원이 크게 감동을 받아 박 전 대통령에게 존경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과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는 하향온정의 리더십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특히 육 여사는 천막촌을 세우고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그냥 돈이나 물품 등을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특성에 맞는 기술을 가르쳐 주고 기계와 장비를 사주면서 창업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 농민들에게는 소나 돼지 등의 가축을 그냥 무상으로 지원하지 않고, 이것들을 잘 키워서 새끼를 낳아 나중에 국가에 갚도록 하는 정책도 폈다. 세종이 보여준 ‘3통1평’의 소통 리더십 손 이사장은 “과거 새마을 운동을 비롯해 국민들이 자주·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했던 정책들을 잘 연구하면, 여기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라 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손 이사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리더십의 8가지 요인들 가운데 한국형 리더십의 DNA라고 한다면 비전제시, 솔선수범, 하향온정의 세 가지가 중요하며, 이런 것들이 리더십으로 발현되었을 때 비로소 나라가 혼란과 위기를 극복하고 융성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리더십을 잘 발휘한 역사적 인물로는 세종대왕을 비롯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산업화를 이루고 이제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던 박 전 대통령 등을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소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매주 라디오 연설을 하는 등 소통을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고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마지막까지 불통’이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왜 그런 것일까? 경제대통령 시대 5년이 지났는데도 국민들은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고 젊은이들은 미래가 암울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따뜻한 위로의 말과 기대에 못 미쳐 미안하다는 마음의 소통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통 문화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일본은 Bottom-up 소통이 강해 제안과 분임조 활동이 보여주듯,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가 참여해 지혜와 힘을 모아 개선점을 찾는다. 반면 미국은 Top-down 지향이 강해 리더가 결정해서 발표하면 일사분란하게 추진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겉으로는 미국식의 톱다운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간 리더의 마음가짐에 따라 천차만별로 대응한다. 그러다 보니 리더십에 따라 꼴찌가 되기도 하고 일등이 되기도 하는 진폭이 큰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형 리더십은 이러한 한국적인 특성을 잘 활용해 조직원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리더십을 말한다. 세종대왕이 정치사회적으로 혼란했던 시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국가 건설을 이룬 배경에는 ‘3통1평(三通一平)’의 소통 리더십이 있었다. 이는 ‘3통’으로는 말이 통하고, 뜻이 통하고, 마음까지 통해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종대왕은 즉위 제일성으로 “나는 잘 모르니 함께 의논하자”고 했다. 재위 32년간 1898회의 경연을 통해 조선왕조 제일의 토론문화를 만들고, 집현전의 다양한 전문학사들과 밤낮으로 토론했다. 농사가 잘 안되면 농민들을 찾아가 경청했다. 온 백성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책을 펴내 지혜로운 백성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궐내에 주자소를 세우고 갑인자 개발과 훈민정음을 창제해 백성들과 소통하려고 했다. 또한 세제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반대하는 자들까지 모두 찬성할 수 있게 되기까지 무려 17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한마음이 될 때까지 논쟁을 거듭했다. ‘1평’은 지향하는 목적이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넘어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높은 차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평천하’로 천하를 행복하게 한다는 높은 목적이 있어야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기적을 이루는 것이 우리 민족의 특성이다. 그래서 세종시대에는 행복한 세상을 이룬다는 큰 뜻을 위해 많은 신하들이 과로사하기도 했던 것이다. 최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소통 리더십을 발휘한 바 있다. 최형섭 장관 등 과학기술자들과의 토론을 바탕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설립해 기술입국의 기반을 만들고, 김완희 박사 등 전자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전자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오원철 경제수석에게 대통령 안가를 내주고 과학기술자들의 토론장으로 만들어서 중화학공업의 꽃을 피웠다. 손 이사장은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러한 3통1평의 소통 리더십이다. 오늘날 우리가 처해 있는 정치·경제·북핵문제·사회통합 등 산적한 문제는 소통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어야 풀릴 것”이라면서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지혜와 힘을 모아 신바람 나게 뛰어야 한다. 세종이 보여준 3통1평의 리더십에 길이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행복, 창조경제의 길…‘행복나눔 125’ ‘세종 리더십’의 근본은 감사하는 마음에 있다. 세종대왕은 “백성이 있음으로 나라가 있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백성을 하늘처럼 섬겼다. 이러한 섬김의 리더십은 하늘인 백성의 소리를 감사한 마음으로 경청하고, 함께 고뇌하고 기뻐하고 칭찬하고 격려하게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신바람 나는 행복한 국가를 건설한 것이다. 유대인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감사를 들으며, 세상에 나와서는 가정교육과 종교적인 규율로 감사를 철저히 습관화한다. 어려서부터 감사와 토론 문화에서 성장해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전 세계에서 노벨상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살고 있는 유대인은 전체 인구의 2%인 600여만 명이 있으며, 이들이 미국 GDP의 20%를 창출해낸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감사에 인색하다. 전통 문화인 품앗이·두레·향약 등의 정신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 3년여 간 포스코ICT에서 시작해 포스코그룹과 협력회사로 확산되고, 포항시·광양시로 전파되고,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행복나눔 125 운동(일명 감사나눔운동)’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현재는 수많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견학하고 앞 다퉈 참여하고 있다. 원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감사나눔을 통해 우리 자신이 변하면 가정이 행복해진다. 가정이 행복해지면 일터가 행복해진다. 기업의 품질 생산성은 물론 성과도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포스코교육재단 산하의 초등학교를 비롯해 포항시의 모든 학교에서는 8만 명의 학생이 감사로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전 군에도 전파돼 행복한 병영으로 변화하면서 군의 전투력 증강에도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손 이사장은 “최근 긍정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은 행복할 때 호기심이 발동하고 창의력이 샘솟는다고 한다. 창조경제도 결국 국민이 행복하게 되면 저절로 결실이 얻어질 수 있다”며 “감사나눔을 통해 기업은 행복한 일터로, 군대는 행복한 병영으로, 학교는 행복한 교실로, 지자체는 행복한 시민사회로 변화하면 국민행복과 창조경제도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손 욱 (사)한국형리더십개발원 이사장 학력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 전경련 국제경영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 세종대학교 명예기술경영학 박사 경력 - 현)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기술경영솔루션센터장 / 현)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WCCP 주임교수 / 농심 대표이사 회장 / 삼성종합기술원장 / 삼성인력개발원장 /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 부사장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