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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잿빛 미세먼지와 상장사 수익 악화 “대기업 옥죄니, 내 숨 막힐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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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6-357호 김경훈⁄ 2013.12.16 14:49:13

‘인터뷰 하려면 새벽 5시에 집으로 오시오’ 현대그룹 신화를 창조한 정주영 회장이 기자들의 잇단 인터뷰 요청에 했던 말이다. 그러나 그 시간에 그를 만난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정 회장은 늘 아침을 서둘러 기다렸다. 일하기 위해서다. 오늘 뜨는 해는 어제와 다르다고 믿었다. 빌게이츠에 버금가는 스마트리더인 재일교포 3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새벽형 인간이다. 19살에 인생 50년 계획을 세워 마침내 일본 제1의 부자가 됐다. 정주영, 손정의 같은 기업인을 생각할 때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생각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말이다.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을 특별하게 만들려면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해야 한다. 550억짜리 수퍼컴푸터, 미세먼지 예보시스템 ‘먹통’ 며칠 전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 아침을 잿빛으로 뒤덮었다가 사라졌다. 대륙성 고기압의 정화작용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건 기상 예보시스템의 치명적인 오류다. 550억짜리 수퍼컴퓨터를 보유하고도 미세먼지 오염 예보가 사흘 연속 빗나갔다. 기상청과 환경과학원 시스템의 데이터 호환이 안 돼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잿빛하늘은 올해 상장사 수익성 악화와 오버랩 된다. 유가증권과 코스닥 상장사 1566개사 실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1개사 순익이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2개사가 전체의 47%를 차지하는 쏠림현상이 빚어졌다. 상위 20개사가 전체의 85%를 넘는 건 어느 모로 보나 취약한 우리 경제의 단면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왕성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나라다. 한마디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자 기업가들의 천국이다.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사업기회를 포착해 비즈니스로 창출하기기에 좋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기업을 옥죄니, 내 숨이 막힌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올 초부터 광풍처럼 불어 닥친 경제민주화의 실상과 허상을 차분히 돌아볼 때다. 경제민주화의 역설에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이 유탄 맞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며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자 납품 중소기업과 농가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아직까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하도급·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자 대기업이 국내업체 비중을 줄이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순익, 상장사 전체 47% 차지 ‘쏠림’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이 기업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강화가 오히려 대기업과 거래하던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대리점법(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인해 직영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판매가 늘어 대리점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을 옥죈 결과가 도리어 사회적 약자를 숨 막히게 하는 꼴이다. 우리나라는 무역 강국이다. 면적은 세계 159위임에도 무역규모는 세계5위다. 대중국 수출은 18년 만에 일본을 추월했다. 최근엔 ‘트리플 크라운‘ 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3년 연속 무역흑자 1조 달러를 달성했고, 무역수지 흑자를 이뤘다. 아울러 외환보유고는 3000억 달러를 확보했다. 트리플 크라운 국가는 우리나라와 독일, 네덜란드, 중국 등 딱 4개국뿐이다. 무소유의 억만장자로 불리는 기업인 베르그루엔이 최근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한 후 이런 말을 했다. “기업이 비판 받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잘 나가는 건 나름대로의 업그레이드 덕이다.” 공칠과삼(功七過三)의 균형감각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게 옳다는 얘기다. 12월10일 막을 내린 정기국회 100일 동안 의원들은 1인당 세비 4524만6000원을 받았다. 법안 34건이 통과됐으니 1건당 4억원쯤 든 셈이다. 세금을 축내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무책임하게 기업을 옥죄는 정치권의 양봉음위(陽奉陰違) 행태가 부끄럽다. 겉으론 국민을 위한답시고 속으로 딴마음을 가져선 곤란하다. 기업인과 정치인은 다르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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