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영업비밀 관리규정’ 급선무
영업비밀 유출 방지 위한 제도적 장치 만들어야
USB 메모리, SD카드 등 작지만 용량이 큰 저장매체가 발달하면서 영업비밀 유출은 더 쉽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업 비밀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점점 강해져서 지금은 기업들도 영업비밀 유출자를 쉽게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고 있습니다. 특허 등 지적 재산권의 가치는 일반 물리적인 재산의 가치를 넘어서고 있고, 이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돼 왔습니다.
영업 비밀은 영업상 비밀로 관리되고 있어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비밀정보를 말합니다. 영업 비밀에는 기술상 비밀뿐만 아니라 원가계산, 가격표, 판매통계, 할인율 및 고객리스트와 같은 것들도 해당됩니다. 영업 비밀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법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법률이 좀 까다롭게 규정됐기도 했고 영업 비밀에 대한 회사 측의 인식도 부족했기 때문에, 과거에는 이 법에 따라 영업비밀 침해를 보호 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업비밀의 보호에 대한 원칙이 판례에 의해서 확립되고, 법률도 여러 차례 개정돼 왔습니다. 영업비밀의 보호 장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어떻게 하면 영업 비밀을 보호 받기 위한 법적인 장치를 회사에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회사 내 제도적 장치 만들기
먼저 회사 내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 내부 규정으로 ‘영업비밀 관리규정’을 만들어 영업 비밀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관리규정에 들어가야 할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영업비밀 관리 대장을 만들어 영업 비밀별 관리 번호를 부여하고, 보관 장소, 관리책임자, 보존기간 등 세부적인 사항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영업 비밀을 분류하고, 영업 비밀별 관리 기준을 만들어 보관, 열람, 복제, 반출의 기준 확립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극비’, ‘비밀’, ‘사외비(社外秘)’의 형식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취급을 달리합니다. 영업 비밀별 등급이 분류된 후에는 등급대로 관리자 또는 접근 권한 있는 자를 지정합니다. 직급·업무별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업 비밀을 달리 지정하고, 필요하면 ‘비밀취급인가증’을 발급합니다.
인적관리
직원과의 관계에서는 회사는 직원으로부터 영업비밀보호 서약서를 받거나 영업비밀보호 서약을 취업규칙에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외에 영업비밀의 취급 등급별로 ‘극비의 자료임을 인지했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영업 비밀을 취급하던 직원이 퇴사하는 경우 ‘퇴직자 영업비밀유지 서약서’를 받고, 그 직원이 관리하던 ‘영업비밀 목록 및 보유자료’를 제출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서약서는 회사에 대한 직원의 비밀보호 의무를 명확히 하는 측면도 있지만, 퇴사하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관리했던 자료를 명시하기 때문에, 본인이 관리하지 않던 자료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면도 있습니다.
회사 외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비밀유지계약서 체결은 필요합니다. 거래상, 영업상 부득이하게 우리 회사의 영업 비밀에 대한 자료를 외부에 줘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제공받은 영업비밀의 사용범위를 명시한 영업비밀보호 서약서 또는 비밀유지계약서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거래처 및 협력업체의 경우 영업비밀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필요한 경우 거래처에 영업비밀 담당자를 지정하는 등 보안 관리를 요구해야 합니다.
물리적 관리
영업비밀이 서류로 작성된 경우에는 최소한 일반 문서와 분리해 잠금 장치가 있는 별도의 장소에 보관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업비밀의 반출 및 복제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 제한하고, 해당 부서의 장에게 허가를 얻도록 해서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 둬야 합니다.
영업비밀이 전자데이터로 만들어 진 경우에는 컴퓨터나 파일 열람에 관한 패스워드 설정, 패스워드의 유효기간 설정,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의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인터넷 등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업 비밀을 취급하는 컴퓨터의 외부 네트워크를 차단해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회사에서 이메일 등의 통신 보안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2014년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2014년 1월 31일부터 ‘영업비밀 원본증명제도’라는 것이 도입됩니다.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을 하는 경우 처음에 문제가 되는 쟁점이 유출된 자료가 과연 회사의 ‘영업비밀’인가 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영업비밀 이라는 점은 소송을 제기한 회사에서 증명해야할 사실인데, 이 부분의 입증이 부족해 패소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영업비밀 원본증명제도’라는 것은 영업 비밀을 포함하고 있는 전자문서의 원본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그 전자문서로부터 고유의 식별 값인 전자지문을 추출해 원본증명기관에 등록하고, 필요한 경우 원본증명기관이 전자지문을 이용해 그 전자문서가 원본임을 증명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하면 일종의 공증처럼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것을 미리 확정지어 공식적인 기관에 등록해 두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영업비밀 침해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대기업들은 위와 같은 영업 비밀 장치가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직 중소기업에서는 이러한 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대기업이라고 완벽할까요? 우리가 신문기사에서 종종 접하듯,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종종 영업비밀이나 기술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운용하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다만, 필요 충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은 회사, 직원, 거래 상대방 등의 관계에서 주의를 환기하고 영업 비밀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이성호 기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