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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미성년 자녀 할부구매 취소

수학능력시험 후 대학 1~2학년 때 피해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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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2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01.20 13:49:56

얼마 전 종영된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예전 학창시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은 세월에 의해 미화돼 좋은 기억으로 변해 있지만, 종종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합격증 수령 시에 교문 앞에서 ‘선배가 추천해 주는 영어교재’라고 해 교재를 할부 구매하도록 유도했던 예쁜 누나들이 있었습니다. 그 누나들은 고등학생 티가 풀풀 나는 신입생들을 교문 앞에서 낚아채, 이제는 영어·일본어 회화가 정말 중요하다면서 영어 테이프 교재와 학원에 대해 설명을 하곤 했습니다.

여자라고는 엄마 말고는 이야기해 볼 기회가 없었던 아직 짧은 머리의 신입생들은 얼굴이 발그레해 져서는 이야기를 열심히 듣습니다. 그리고 그 누나들은 당장 돈을 낼 필요가 없으니, 일단 인적사항을 적고 서명을 하면 자료를 보내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여기에 서명하고, 며칠 후에 한 박스의 영어 교재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는 어머니에게 매우 혼나는 과정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급하게 업체에 전화를 해 보면, 환불이 불가능하다던가,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대금을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습니다. 조잡한 영어교재의 할부 대금을 지로로 납부할 때 마다, 어머니에게 한소리 듣던 기억을 가지신 분들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는 공짜가 없다

이렇게 우리는 ‘사회에는 공짜가 없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고, 어른이 돼 왔습니다. 그런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성년자를 홀려서 돈을 쓰게 하는 일들은 여전합니다. 한국 소비자원은 2013년 11월에 미성년자 관련 소비자 피해를 집계한 결과 신발·의류, 교재·인터넷강의와 관련한 피해가 많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소비자원은 매년 11월경에 보도자료를 내는데, 매년 품목만 달라질 뿐 미성년자가 충동구매를 해 결국에는 부모가 피해를 입는 사례는 항상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20년 전에 예쁜 누나들이 팔던 영어 테이프가 20년 후에는 DVD와 인터넷 강의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원칙적으로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계약,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가 혼자서 체결한 할부 영어교재,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구매 등은 모두 법정대리인이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성년자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민법에서는 미성년자가 사술로써 능력자임을 믿게 했거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믿게 한 경우에는 취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17조 제1항 및 제2항). 즉 미성년자가 자신이 성인인 것처럼 또는 부모의 동의가 있는 것처럼 해 체결된 계약은 취소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상의 쇼핑이나 유료온라인게임에 가입하면서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동의를 얻었다는 아이콘을 단순히 클릭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미성년자가 속인 것(사술을 사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회원 가입 시 허위연령을 기재한 경우, 부모 내지 성년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미성년자가 거래한 경우, 성년자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자신이 성인임을 표시한 경우 등은 사술을 사용한 것으로 봐서, 취소가 어렵다고 보입니다. 또 미성년자가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경우 폰 명의자 외의 타인이 결제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환불이 어렵습니다.


청약 철회, 우체국 내용증명 우편으로

수학능력시험 후 대학 1~2학년 때가 이런 피해가 집중되는 시기인데, 과거에는 성년 연령이 만 20세라 대학 1학년 때까지는 불필요한 고가의 자격증 교재를 구입해도 쉽게 취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성년이 되는 나이기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춰졌습니다. 그래서 생일이 지난 대학 1학년 학생들은 이제 성년이 됐기 때문에, 법정대리인이 미성년자가 한 계약을 취소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8조는 영업장 이외의 장소에서 방문판매 영업사원과 체결한 계약 및 전화권유로 체결한 계약에 따라 재화 또는 용역(서비스)을 제공받은 경우, 해당 재화 또는 용역(서비스)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화 또는 용역(서비스)의 내용이 표시·광고의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당해 재화 또는 용역(서비스)을 공급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습니다.

청약 철회는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 우편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만일, 집으로 교재나 물건이 배송된 경우에는 해당 교재를 택배를 이용해 반품하는 동시에 청약철회를 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해야 합니다. 일단 청약을 철회하려고 마음먹었으면, 물품을 개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품의 종류에 따라 청약 철회가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할부로 산 물건에 대해서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7일내에 청약 철회가 가능하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도 통신판매업자로부터 물건을 구매한 경우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빨리 청약철회를 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www.ccn.go.kr) 등 소비자 보호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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