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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석의 파워컬쳐]한국-몽골-일본 전통씨름 어떻게 다를까?

공통점은 등-팔 근육 많이 사용…다리-손 근육 사용정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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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2호 최창석 교수⁄ 2014.01.20 13:48:32

우리 전통의 씨름은 샅바를 잡고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경기이다. 이와 비슷한 경기는 몽골,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세계 각지에 분포해 있다. 그 중에서도 동북아시아에 있는 한국, 몽골, 일본의 씨름은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통을 지키며 오늘날까지 성행하고 있다. 이들의 형태는 어떤 면에서 다를까? 또 그 이유는 무엇일까? 씨름에도 각 나라의 재능이 숨겨져 있을까? 그 재능은 근육 발달과 관계가 클 것 같다.

한국 전통씨름, 팔과 등 근육을 많이 사용

단군조선부터 부족국가 시대에는 씨름을 치우희라고 불렀다. 전설적인 군신이며 무신인 치우천왕에서 그의 이름을 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각저희와 씰흠으로 불렸다. 씨름 역사는 이렇듯 오래되었다. 고구려 고분 각저총의 벽화와 장천 1호분의 벽화에는 씨름장면이, 안악 3호분의 벽화에는 수박(手搏)놀이장면이 그려져 있다.
우리 씨름은 샅바를 이용해 상대를 확실히 붙잡고 시작한다. 그 후, 손, 다리, 상체로 여러 가지 기술을 구사한다.

우리 전통씨름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리 씨름은 샅바를 잡고 시작하여, 여러 가지 기술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경기이다. 씨름의 기술들로는 오금채기, 안다리 되치기 후에 손으로 누르기, 배지기, 오른뒤집기, 안다리걸기, 덧걸이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시작은 두 선수가 손으로 샅바를 잡고 어깨를 붙여 근접해 있는 자세가 되어, 상대를 공격한다.  

오금채기는 공격자가 다리샅바를 쥔 왼손으로 상대의 오른쪽 오금(무릎 뒷부분)을 순간적으로 당기며, 동시에 상대를 오른쪽 어깨로 미는 기술이다. 즉, 손으로 기술을 걸어 어깨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팔과 등의 근육을 동시에 사용한 기술이다. 또, 공격자가 안다리를 피한 후에 손으로 상대의 머리를 누르는 기술도 있다. 이 기술은 팔과 등뿐만 아니라 다리의 근육도 사용한다.

▲우리씨름은 샅바를 이용해 상대를 확실히 붙잡고 시작한다. 그 후, 손, 다리, 상체로 여러 가지 기술을 구사한다. 단원 김홍도의 씨름도. 출처 = 위키피디아


배지기는 상대를 공중으로 번쩍 들어 올린 후,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상대를 넘기는 기술이다. 또, 오른 뒤집기는 공격자가 몸 중심을 아래로 갑자기 낮추고, 머리를 상대의 오른발 바깥쪽으로 빼내고, 아랫배를 공중으로 높이 내밀면서, 허리샅바는 안으로 도는 방향으로 힘껏 당기는 기술이다. 어렵지만 화려한 기술이다. 이 두 기술은 등 근육을 한껏 사용했다.

안다리 걸기는 오른쪽 발로 상대의 왼쪽 다리를 안에서 밖으로 감아 어깨로 미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다리와 등의 근육을 주로 사용한 것이다. 덧걸이는 오른쪽 발로 상대의 왼쪽 다리를 밖에서 안으로 감아 어깨로 미는 기술이다.

이와 같이 우리 전통씨름에서는 대체로 손과 다리로 기술을 걸기 시작하여, 상체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이 많다. 등 근육을 많이 사용하면서, 다리, 팔, 손의 근육도 함께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리, 팔, 손 중에서는 다리의 근육보다는 손과 팔의 근육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손으로 늘 샅바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은, 손과 팔의 근육이 발달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샅바를 잡는 형태로 정착ㆍ발전되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몽골과 일본의 씨름과도 비교해보자. 우리의 특징을 보다 알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몽골 전통씨름 브흐는 다리와 등 근육을 많이 사용

몽골씨름은 13세기 칭기즈칸 시대에 널리 보급되었는데, 국가적 행사(주로 제전)부터 부락의 축제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씨름대회가 등장했다. 각 부락을 대표하는 선수가 부락대항의 단체전, 개인전을 벌인다. 복장은 반장화에 반바지를 입고, 상의는 놋쇠장식이 붙은 반소매의 조끼를 걸치고, 등에는 십자로 된 띠를 걸친다. 경기방법은 양팔을 앞으로 들고 기회를 보다가 상대방의 웃옷을 잡고 다리를 걸어 상대를 비틀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여 넘어뜨리면, 승부가 결정된다. 

씨름의 시작은 두 선수가 마주서서 상대를 서로 붙잡으려는 자세이다. 씨름의 시작과 함께 서로 어깨를 붙잡는 자세가 많다. 아마도 이 자세에서는 팔과 등의 근육을 사용하기 쉬울 것이다. 예를 들면, 공격자가 팔을 걸어 등 근육으로 상대를 비틀 수도 있다. 우리 씨름에서 마치 차돌리기와 유사한 모습이다.

▲이 씨름은 샅바가 없어 손과 팔로 힘을 확실하게 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발과 다리를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사용한다. 사진 = 연합뉴스


한편, 몸통과 팔을 잡고 다리를 걸어 상대를 넘기는 기술도 사용한다. 우리 씨름에서 안다리 걸기와 유사한 모습이다. 몽골씨름에서는 이와 같이 어깨를 포함한 상체를 잡고 발과 다리로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려는 기술이 많이 나타난다. 즉, 발과 다리의 사용이 빈번한 것이다.

이처럼 몽골씨름은 우리 씨름과 대체로 유사한 기술이 많이 등장한다. 두 나라 모두 북방형이 많아, 근육발달도 유사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샅바의 유무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리 씨름은 샅바를 잡고, 손과 팔로 상대에게 힘을 확실하게 가하기가 쉬운 반면, 몽골씨름은 샅바가 없어 손과 팔로 힘을 확실하게 가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몽골씨름은 발과 다리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 손과 팔의 근육이, 몽골은 발과 다리의 근육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일 것이다.

일본 전통씨름 스모는 팔과 손 근육을 많이 사용

스모(相撲, 상박)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일본국기(國技)이다. 알몸에 마와시(廻し, 샅바와 유사)를 감아 맨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다가,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도효(土俵, 씨름판) 밖으로 밀어내어 승패를 겨루는 경기이다. 백제의 씨름이 일본으로 전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다.

▲스모 장면을 표현한 유키요에, 우타가와 구니사다, 1860년대. 출처 = 위키피디아


일본 전통씨름의 시작장면은 두 선수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상대를 노려본다. 두 선수가 떨어져서 시작하는 모습은 몽골씨름과 유사하다. 그 후, 팔로 서로 밀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그 후, 도효 밖으로 같이 밀어내기도 하고, 마와시를 잡고 번쩍 들어 내던지기도 한다. 또, 마와시를 잡고 상대를 돌려 밀어내거나, 굴려서 쓰러뜨리기도 한다.

스모는 한국과 몽골의 씨름에 비해, 손과 팔을 사용하는 기술이 많고, 다리를 사용하는 기술은 적어 보인다. 그들은 손과 팔의 근육이 잘 발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스모는 한국과 몽골의 씨름과는 달리 안악 3호분 벽화의 수박에 더 가깝다.

한국, 몽골, 일본 전통씨름에 대한 진화론적인 해석

이들 3국의 근육사용 정도를 비교해보면, 등과 팔 근육을 많이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다리와 손 근육의 사용정도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몽골은 다리 근육을, 일본은 손 근육을 많이 사용하고, 한국은 이들의 중간정도이다. 즉, 각자 잘 발달된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근육들의 발달정도는 각국의 유전자비율로도 알 수 있다. 북방형은 사냥을 통해, 등, 팔, 다리 근육이, 남방형은 열매따기와 조개잡이로 손과 팔 근육이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북방형이 가장 많은 몽골은 다리 근육이, 남방형이 가장 많은 일본은 손 근육이 특히 발달되었고, 한국은 그들의 중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의 씨름의 형태, 기술, 승리방법도 달라진 것으로 생각된다. 몽골은 두 선수가 떨어져서 시작하고, 등과 다리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기술로 상대를 쓰러뜨린다. 한편, 한국은 샅바를 서로 붙잡고 시작하여, 사용하는 기술과 승리방법은 몽골과 유사하다. 일본도 두 선수가 떨어져서 시작하지만, 손으로 상대를 도효 밖으로 밀어낸다.

몽골과 한국의 시작형태가 다른 것은 한국이 발달된 손 근육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몽골과 일본은 붙잡지 않고 떨어져서 시작하는 형태는 같지만, 그 이유는 달라 보인다. 몽골은 손 근육이 덜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붙잡지 않고, 일본은 상대를 도효 밖으로 밀어내기 쉽도록 붙잡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각국의 씨름은 그들의 근육발달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되어 정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근육발달은 오랜 진화의 결과로 잘 변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 팔, 다리의 근육사용은 비단 전통씨름뿐만 아니라 양궁, 골프, 쇼트트랙, 피겨 스케이팅 등의 스포츠분야에서 재능이었다. 또 앞으로 살펴 볼 전통춤, 서체, 산수화 등의 문화 분야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잘 발달된 근육을 여러 분야에서 부지불식간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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